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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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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제일 못하는 것 하나가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말이다.
도와 달라는 말을 못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뭐, 결과적으로는 그게 그거지만...
도와달라는 말이, 입에서 딱 붙어 안 떨어진다.
살면서 유일하게 사람들한테 도와달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해 본 게 새물결플러스 정기독자와 일시독자다.
전문적인 신학서적은 시장이 너무 협소해서 기존 유통망을 통한 판매만 갖고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방법이 없어서, 출판사를 시작한 초기 3년 동안 무려 10억 가까운 적자를 본 다음, 고민 끝에 '정기독자' 제도를 만들어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0년 동안 매년 조금씩 조금씩 정기독자가 늘었다. 물론 중간에 해지하거나 포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해마다 조금씩 늘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정기독자 비용과 매달 보내드리는 책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항상 독자들에게 정기독자 비용보다 더 많은 책을 보내드리려고 매번 노력했다.
혹시라도 공짜로, 혹은 저렴하게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을 드리지 않기 위해서, 매달 세심하게 신경을 썼고, 책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엄청나게 열심히 일했다.
다른 사람한테 일방적인 도움을 못 받는, 내 성격 때문이다.
가끔씩 조건없이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긴 한데, 그러면 그 사연을 내 마음 속에 철필로 새겨놓고 절대 잊지 않는다. 그리고 어떻게든 신세에 보답하려고 한다.
바이블클래스 영상을 만들어서 유투브에 올릴 때도, 주변에서는 고퀄리티 성경 강의 영상을 만드느라 비용과 노력이 많이 발생했으니 '회비'를 낸 사람만 볼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지만, 내가 고집을 부려서 '공짜'로 풀어버린 이유도, 소위 '복음을 전하는 일'에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아서였다.
가끔은 이런 내 모습이 지나치게 결벽스런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타고난 성격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진짜 큰 마음을 먹고 어느 부부에게 나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페북에서 몇 차례 가볍게 예고한 바와 같이, 나는 앞으로 약 4년 동안 세속 사회와 상당한 담을 쌓고, 고급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 내 마음에 담고 있는 계획이 현실화 되면 교회를 떠난 분들, 교회를 안 나가는 분들,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여러모로 불만족스런 분들이 5년 정도 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성경과 기독교 신앙에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영상과, 교재와 해설서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난 13년 동안 전문적인 신학서적을 만들어서 보급하며 절실히 느낀 것 하나는, 고난이도의 신학서적도 필요하지만 그런 좋은 신학을 대중적으로 풀어서 교회 현장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성경공부 프로그램과 교재가 정말 필요하구나 하는 것이었고, 앞으로 4년 정도는 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작업을 하는 기간(4년) 동안 필요한 기본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내 주변 사람들 중에 믿을 만한 사람들, 특히 과거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다가 지금은 교회 출석을 안 하고 있는 사람들 중 열 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를 뽑아 내가 하려는 사역을 위해 일종의 '십일조'를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었다.
말이 최대 스무 명이지, 현재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차 간에 이런 말을 주고 받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오해를 살 만하지 않을 사람들을 꼽아보니, 열 명을 모으기도 힘들구나 싶었다.
그래도 제일 손쉽게 내 속에 있는 마음을 털어놓고 부탁을 하면 흔쾌히 오케이 할 사람이 누굴까 고민하다, 오늘 한 부부를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더니 정말 내 예상과 기대대로 그 자리에서 너무 좋아하고 오히려 자신들에게 그런 제안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 부부는 평상시에도 나를 무척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인데, 최근 몇 년 전부터 교회 출석을 끊고 소위 가나안 신자가 되버린, 어찌 보면 한국교회의 피해자 중 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 내가 더 세심하게 챙기고 중보 기도를 해준 가정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오늘 스타트는 꽤 괜찮았다.
그런데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꼭 내가 생각하는 숫자 만큼의 후원자가 안 생기더라도, 다만 몇 사람이라도 내가 하려는 사역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함께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근사한 일이구나 싶은 마음이 확 들었다.
살면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몇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것만으로도 내가 헛살지 않았구나 하는, 신뢰의 증표가 되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 어느 부부와 길게 교제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 내게도 의미 있는 격려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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