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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꾸 기어오른다. 밥상에도 기어오르고, 책상에도 기어오르고, 경대에도 기어오르고 닥치는 대로 기어오른다. 아빠 어깨도 남아나지 않는다. 어른들도 그렇다. 어떤 산이든 산만 보면 기어올라서 세상에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사람의 본성 속에는 오르려는 본성이 있는 모양이다. 바벨론의 지구라트,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하늘에 오르려고 만들어 놓은 바벨탑들이다.
바벨탑 사건은 사람들이 오르고 올라서, 하늘에까지 올라서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사람은 정녕 오르고 올라서 하나님께 올라야 한다. 그것이 구원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바벨탑일 수 있다.
사람이 하나님께 오르려면 마음이 올라야 한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마음, 출세하여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 누군가를 다스리고자 하는 마음은 무거워서 하나님께 오르지 못하고 결국 바벨탑만 쌓고 만다. 자기를 부인하는 가벼운 마음이어야 한다. 예수께서 “하나님나라가 가까웠으니 맘을 고쳐먹어라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말씀하셨으니 “고쳐먹은 마음, 회개한 마음”이라야 하나님께 올라갈 수 있다.
바벨탑사건은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잘난 사람들이 악을 쓰면서 지금도 바벨탑을 쌓고 있다. 역사의 영웅이라는 자들이 열심히도 쌓았었다. 절대군주들이 자기이름으로 쌓았다. 알렉산더가 쌓았고 진시황이 쌓았고 카이사르가 쌓았고 칭기즈칸이 쌓았고 심지어 산 속의 도적놈 두령들도 쌓았다.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온통 이런 자들이 쌓다가 뭉개버린 바벨탑 쓰레기들이다.
민족주의자들이 바벨탑을 쌓았다. “내 민족이 최고다, 내 민족만 살면 된다.”라고 하더니 결국은 “내 민족 아니면 다 죽어라.”로 발전된 것이 국수주의, 제국주의다.
제국주의가 바벨탑을 쌓았다. 하나의 통치 밑에 온 세상이 복종케 하려는 큼직한 탑을 쌓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하나의 통치라는 것이 힘 있는 자가 제각기 자기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같이 힘없는 나라의 독재자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했는데 그것이 저를 중심으로 해서 뭉치면 살고 자기로부터 흩어지면 죽는다는 뜻이다. 우선은 총칼에 굴복하지만 총칼은 녹슬기 마련, 때가되면 총칼 비집고 삐죽삐죽 민족주의 솟아나니 제국주의가 쌓은 탑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공산주의가 바벨탑을 쌓았다. “노동자 농민이여 붉은 깃발을 들고 붉은 광장에 모여라!”하면서 노동자가 다스리는 새 세상 만들자고 하였다. 좀 괜찮은 탑 생기나보다 했더니 제풀에 지쳐서 뭉개지고 말았다.
자본주의는 탑 안 쌓는가? 자본주의는 돈 놓고 돈 먹는 노름방이고, 어수룩한 놈 후리는 도떼기시장이다. 뭔가 뜻이 있어야 쌓을 것이 있지 뜻도 없는데 무엇을 쌓겠는가? 자본주의는 무슨 주의다 할 것이 아니다. 그냥 “노름방이다” 하면 된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사탄이 준 사탕이다. “사탄”과 “사탕”은 비슷한 말이다. 그 사탕은 참 맛있다. 그래서 한번 맛들이면 잊기가 어렵다. 그것 빨고 있으면 뜻이고 이상이고 필요 없다. 천국, 지옥도 없다. 있는 자에게는 그냥 여기가 천국이고 없는 자에게는 그냥 여기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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