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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054-2.23】 불쌍한 척
늘 고양이들이 마당에 글바글 했었는데, 밥을 안 준 이후로 고양이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어릴 때부터 사료를 몇 부대나 먹여 기른 ‘꼬맹이’도 2월 11일 아이들이 서울에서 내려왔을 때 한번 놀아준 이후로 안 온다. 그날이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간 날이었나보다. 아이들 앞에서 한번 배를 보여주며 뒹굴어주고는 쌩하니 가버렸다.
동물을 키울 때는 좋은데 헤어질 때는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마음 아픈것이 싫어서 내심 꼬맹이가 좋은 곳에 가서 잘 살기를 바라며 밥을 어쩌다 한 번씩 뜸하게 주며 정을 떼었더니 자연스럽게 영역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다.
요즘에는 아주 가끔씩 ‘겁쟁이’가 창문밖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다른 곳에 영역이 있는 고양이인데 진짜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정들까봐 밥은 안 준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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