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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문고012] 채근담 -홍자성 지음/최현 옮김
<독서일기>
딱히 설명이 필요없는 책입니다. 아래 '채근담' 전문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가져온 것이고, 범우사판 채근담은 번역자 최현의 해설이 따로 붙어있습니다. 저자 홍자성은 중국 명나라 시대 무명의 가난한 선비인데 그가 쓴 '채근담' 한권이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읽히고 있습니다. 채근담은 유교, 불교, 도교, 중용까지 모든 사상을 포괄하고 있으며 세속을 벗어나되 세속을 떠나지 말것을 주장하는 책입니다. 글을 쓸 때 인용하기 좋은 짤막한 글들이어서 술술 잘 읽힙니다. -최용우
<채근담 전문>
001.
棲守道德者,寂寞一時.依阿權勢者,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달인관물외지물 사신후지신
寧受一時之寂寞,毋取萬古之凄凉.
영수일시지적막 무취만고지처량.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덕을 베풀고 사는 사람은 한 때 외롭고 쓸쓸할 뿐이지만,
힘과 재물에만 의지하여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영원히 불쌍하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은 눈앞에 나타난 사물 밖의 사물을 관찰하
힘이나 재물이외의 진리를 생각하고 이 몸 뒤에 다시 태어나 받을 몸에 대해 생각하나니,
차라리 한 때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지언정 영원히 불쌍해짐을 취하지 않는다.
002.
涉世淺,點染亦淺.歷事深,機械亦深.
섭세천 점염역천 역사심 기계역심.
故君子與其達練,不若朴魯.與其曲謹,不若疎狂.
고군자여기단련 불약박로 여기곡근 불약소광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마치 거친 물결을 건너가는 것과 같다.
세상살이의 경험이 얕으면 세상에 때묻는 것 또한 적고,
세상살이의 경험이 많으면 교묘한 수단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 또한 깊어진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인생을 능숙하게 살기보다 정직하고 순박하게 살아가며,
치밀하고 약삭빠르게 살기보다는 어리석음을 취하여 소탈하게 살아간다.
003.
君子之心事,天靑日白,不可使人不知.
군자지심사 천청일백 불가사인부지.
君子之才華,玉■珠藏,不可使人易知.
군자지재화 옥온주장 불가사인이지.
참된 사람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꾸밈이나 거짓이 없어서,
하늘이 푸르고 태양이 빛나는 것처럼 누가 보더라도 그 마음을 곧 알 수 있게 하고,
자의 재주나 지혜는 구슬이 바위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쉽사리 알게 하지 않는다.
004.
勢利紛華,不近者爲潔.近之而不染者 爲尤潔.
세리분화 불근자위결 근지이불염자 위우결.
智械機巧,不知者爲高.知之而不用者 爲尤高.
지계기교 부지자위고 지지이불용자 위우고.
이익과 세력 그리고 사치와 부귀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청렴결백하다고 하지만
이것을 가까이하고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욱 청렴결백한 사람이고,
잔재주와 교묘한 방법으로 남을 중상모략하지 않는 사람을 고상하다고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상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다.
005
耳中 常聞逆耳之言,心中 常有拂心之事,總是進德修行的砥石.
이중 상문역이지언 심중 상유불심지사 재시진덕수행적지석
若言言悅耳 事事快心,便把此生,埋在■毒中矣.
약언언열이 사사쾌심 변파차생 매재짐독중의.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진심어린 충고의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는 이롭다." 하였듯이
귀에 항상 거슬리는 말이 들리고 마음속에서는 항상 마음에 어긋나는 일만 일어난다면,
이것이야말로 덕과 행실을 갈고 닦는 숫돌이 될 것이며,
만약 들리는 말마다 귀에 즐겁고 하는 일마다 마음을 흡족하기만 하다면,
이야말로 자기 몸을 매어 그 그림자만 지나간 음식을 먹어도 사람이 죽는다는
짐새의 독(毒)속에 자신을 파묻는 일이 될 것이다.
006.
疾風怒雨,禽鳥戚戚.霽日光風,草木欣欣.
질풍노우 금조척척 제일광풍 초목흔흔
可見天地 不可一日無和氣 人心不可一日無喜神.
가견천지 불가일일무화기 인심불가일일무희신.
거센 바람과 성난 비에는 새들도 조심하고,
갠 날씨와 따뜻한 바람에는 풀과 나무도 기뻐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의 따뜻한 기운이 없다면 이 세상이 하루도 존재하지 못함을 알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007.
醴肥辛甘 非眞味.眞味 只是淡.
농비신감 비진미 진미 지시담
神奇卓異 非至人.至人 只是常.
신기탁이 비지인 지인 지시상.
잘 익은 술,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단 것이 참 맛이 아니다.
참 맛은 다만 담담할 뿐이다.
신기한 재주를 부리고 별다른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고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008.
天地 寂然不動,而氣機 無息少停.
천지 적연부동 이기기 무식소정
日月 晝夜奔馳,而貞明 萬古不易.
일월 주야분치 이정명 만고불역
故 君子 閒時 要有喫緊的心事,忙處 要有悠閒的趣味.
고 군자 한시 요유끽긴적심사 망처 요유유한적취미.
하늘과 땅은 고요하지만 그 활동을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해와 달은 밤낮으로 달리고 있지만 그 빛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한가로운 때에 다급함을 대비하는 마음을 가지고,
바쁜 때에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자신의 뜻을 되돌아본다.
009.
夜深人靜,獨坐觀心,始覺妄窮而眞獨露,每於此中,得大機趣.
야심인정 독좌관심 시각망궁이진독로 매어차중 득대기취.
旣覺眞現而妄難逃,又於此中,得大■■.
기각진현이망난도 우어차중 득대참뉴.
밤이 깊어 사람들이 잠들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비로소 허망한 생각이 흩어지고 참된 마음이 나타나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언제나 이런 가운데서 큰 진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참된 마음이 나타났음을 느끼면서도
허망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참된 부끄러움을 느껴 얻게 되는 것이다.
010.
恩裡,由來生害.故 快意時,須早回頭.
은리 유래생해 고 쾌의시 수조회두
敗後,或反成功.故 拂心處, 莫便放手.
패후 혹반성공 고 불심처 막편방수.
은혜를 받고있는 그 속에서 재앙이 싹트는 것이니
그러므로 만족스러울 때에는 주위를 되돌아 보라.
또한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이 따르는 수도 있는 것이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손을 놓지 말라.
11.
藜口 腸者,多氷淸玉潔.袞衣玉食者,甘婢膝奴顔.
(여구 장자,다빙청옥결.곤의옥식자,감비슬노안)
蓋志以澹泊明,而節從肥甘喪也.
(개지이담박명,이절종비감상야).
명아주와 비름으로 배를 채운 자는 얼음같이 맑고 구슬처럼 깨끗하지만,
비단옷 입고 쌀밥 먹는 자는 종노릇 시늉도 달게 여긴다.
대저 뜻은 담박함으로써 밝아지고, 절개는 기름지고 달콤한 맛에서 잃어진다.
12
面前的田地,要放得寬,使人無不平之歎.
(면전적전지,요방득관,사인무불평지탄).
身後的惠澤,要流得久,使人有不足之思.
(신후적혜택,요유득구,사인유불족지사).
살아 생전의 심지<心地>는 활짝 열어 놓아서 사람으로 하여금 불평의 탄식이 없게 할 것이고,
사후의 혜택은 오래도록 흐르게 하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한 느낌이 없게 할 것이니라.
13
徑路窄處,留一步與人行.滋味濃的,減三分讓人嗜.
(경노착처,유일보여인행.자미농적,감삼분양인기)
此是涉世一極安樂法.(차시섭세일극안낙법)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멈추어 남을 먼저 가게하고, 맛좋은 음식은 3분을 덜어서 남에게 사양하여 즐기게 하라.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극히 안락한 하나의 방법이니라.
14
作人,無甚高遠事業,擺脫得俗情,便入名流.
(작인,무심고원사업,파탈득속정,변입명유)
爲學,無甚增益工夫,減除得物累,便超聖境.
(위학,무심증익공부,감제득물누,변초성경)
사람이 되어 매우 고원<高遠>한 일은 하지 못할지라도 세속의 정에서만 벗어날 수 있으면 곧 명류<名流>에 들게 되고,
학문을 함이 크게 증익<增益>하는 공부는 없을지라도 물욕의 누<累>만 덜 수 있다면 곧 성인의 경지를 넘으리라
15
交友,須帶三分俠氣.
(교우,수대삼분협기)
作人,要存一點素心.
(작인,요존일점소심)
벗을 사귐에는 모름지기 3분의 협기<俠氣>를 띠어야 하고, 사람이 됨에는 한 점의 본 마음을 보존하여야만 한다.
16
寵利,毋居人前.德業,毋落人後.
(총이,무거인전.덕업,무낙인후)
受享,毋踰分外.修爲,毋減分中.
(수향,무유분외.수위,무감분중)
은총과 이익에는 남보다 앞서 살피지말고, 덕행과 사업은 남보다 뒤떨어지지 말라.
받아서 누림은 분수를 넘지 말고, 닦아서 행함은 분수를 줄이지 말라.
17
處世,讓一步爲高.退步,卽進步的張本.
(처세,양일보위고.퇴보,즉진보적장본)
待人,寬一分是福.利人,實利己的根基.
(대인,관일분시복.이인,실이기적근기).
처세에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을 높다 하나니, 한 걸음 물러섬은 한 걸음 나아감의 장본<張本>이다.
사람을 대우함에는 1분을 너그럽게 함이 복이 되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실은 나를 이롭게 하는 근본이다.
18
蓋世功勞,當不得一箇矜字.
(개세공노,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過,當不得一箇悔字.
(미천죄과,당부득일개회자).
세상은 뒤덮은 공로도 「자랑 긍<矜>」자 하나를 당하지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찬 죄과<罪過>도 「뉘우칠 회<悔>」자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
19
完名美節,不宜獨任.分些與人,可以遠害全身.
(완명미절,불의독임.분사여인,가이원해전신)
辱行汚名,不宜全推.引些歸己,可以 光養德.
(욕행오명,불의전추.인사귀기,가이 광양덕)
완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 차지해서는 안 된다.
남에게 나누어주어야 위해를 멀리하고 몸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욕된 행실과 더러운 이름은 의당 남에게 모두 미루면 안 된다.
조그만 허물도 자신에게 돌려야 빛과 덕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20
事事留個有餘不盡的意思,
(사사유개유여부진적의사)
便造物不能忌我,鬼神不能損我.
(변조물불능기아,귀신불능손아)
若業必求滿 功必求盈者,不生內變,必召外憂.
(약업필구만 공필구영자,불생내변,필소외우)
일마다 얼마간의 여분을 남겨 못다 한 뜻을 둔다면,
조물주도 나를 시기하지 않을 것이고, 귀신도 나를 해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일에서 반드시 만족을 구하고, 功이 가득 차길 구한다면,
안에서 변란이 생기거나 아니면 반드시 밖의 근심을 부를 것이다.
21
家庭有個眞佛,日用有種眞道.(가정유개진불,일용유종진도)
人能誠心和氣,愉色婉言,(인능성심화기,유색완언)
使父母兄弟間,形骸 兩釋,意氣交流,(사부모형제간,형해 양석,의기교유)
勝於調息觀心萬倍矣.(승어조식관심만배의)
가정에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 진실한 도리가 있나니,
사람이 능히 정성스러운 마음과 화평한 기운<氣運>을 지녀 얼굴빛을 화사하게 하고 말씨를 부드럽게 하여서,
부모와 형제가 서로 화합<和合>하고 또한 뜻이 서로 통하게 된다면,
그 공효<功效>가 「조식<調息>」이나 「관심<觀心>」을 하는 것보다 만 배나 더 하리라.
22
好動者,雲電風燈.嗜寂者,死灰槁木.
(호동자,운전풍등.기적자,사회고목)
須定雲止水中,有鳶飛魚躍氣象,總是有道的心體.
(수정운지수중,유연비어약기상,총시유도적심체)
움직임을 좋아하는 자는 구름 사이의 번개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으며,
고요함을 즐기는 자는 식은 재와 같고 마른나무와 같다.
모름지기 멈춘 구름 잔잔한 물 위에 소리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도를 체득한 자의 마음이다.
23
攻人之惡,毋太嚴.要思其堪受.
(공인지악,무태엄.요사기감수)
敎人以善,毋過高.當使其可從.
(교인이선,무과고.당사기가종)
남의 허물을 책망하는 데 너무 엄하게 하지 말라.
그가 그 말을 받아서 감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남을 가르칠 때 선<善>으로써 하되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하지 말라.
그로 하여금 따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24
糞蟲至穢,變爲蟬,而飮露於秋風.(분충지예,변위선,이음노어추풍)
腐草無光,化爲螢,而輝采於夏月.(부초무광,화위형,이휘채어하월)
固知潔常自汚出 明每從晦生也.(고지결상자오출 명매종회생야)
굼벵이는 매우 더럽지만 변하여 매미가 되어서 가을 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이 되어서 여름밤에 빛을 낸다.
진실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매양 어두움에서 생기는 것임을 알겠다.
25
矜高妄傲,無非客氣.降伏得客氣下,而後正氣伸.(긍고망오,무비객기.항복득객기하,이후정기신)
情欲意識,盡屬妄心.消殺得妄心盡,而後眞心現.(정욕의식,진속망심.소살득망심진,이후진심현)
뽐내고 오만한 것 중 객기<客氣> 아닌 것이 없으니, 객기를 항복 받아 끌어내린 뒤에야 정기<精氣>가 펴지고,
정욕이나 의식은 모두 망심<妄心>에 속하나니, 망심을 소멸하여 없앤 뒤에야 진심이 나타날 것이다.
26
飽後思味,則濃淡之境都消. 色後思狀,則男女之見盡絶.
(포후사미,칙농담지경도소.색후사상,즉남여지견진절)
故人常以事後之悔悟, 破臨事之癡迷,則性定而動無不正.
(고인상이사후지회오, 파임사지치미,즉성정이동무부정)
배부른 뒤 음식을 생각하면 맛있고 없음의 구별이 사라지고,
色을 쓴 뒤 음사<淫事>를 생각하면 남녀의 관념조차도 모두 끊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이 항상 일 뒤에 뉘우침을 가지고 일 앞의 어리석음을 깨뜨리면,
성품이 정하여져 움직임이 바르다.
27
居軒冕之中,不可無山林的氣味.(거헌면지중,불가무산임적기미)
處林泉之下,須要懷廊廟之經綸.(처임천지하,수요회낭묘지경윤)
헌면<軒冕> 속의 삶에는 산림의 기미가 없어서는 안되고,
임천<林泉>아래의 삶에는 모름지기 조정의 경륜을 품어야 한다.
28
處世,不必邀功.無過便是功.(처세,불필요공.무과변시공)
與人,不求感德.無怨便是德.(여인,불구감덕.무원변시덕)
세상에 처함에 있어서 반드시 공<功>을 바라지 말라. 허물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공이로다.
남에게 베풀되, 베푼 덕에 감격하기를 바리지 말라. 원망이 없는 것이 바로 덕이로다.
29
憂動是美德.太苦則無以適性怡情.(우동시미덕.태고즉무이적성이정)
澹泊是高風.太枯則無以濟人利物.(담박시고풍.태고즉무이제인이물)
우근<憂勤>은 미덕이자만 너무 괴로워하면 본성에 맞고 뜻을 기쁘게 할 수 없으며,
담박<澹泊>은 고상한 기풍이지만 너무 맑으면 사람을 구하고 물건을 이롭게 할 수 없다.
30
事窮勢蹙之人,當原其初心.(사궁세축지인,당원기초심)
功成行滿之士,要觀其末路.(공성행만지사,요관기말노)
일이 곤궁하고, 세<勢>가 막힌 사람은 그 처음의 마음을 돌이켜 보아야 하고,
공을 이루어 행동에 만족해 하는 사람은 그 말로를 살펴야 한다.
31
富貴家,宜寬厚,而反忌刻.(부귀가,의관후,이반기각)
是富貴而貧賤其行矣,如何能享? (시부귀이빈천기행의,여하능향?)
聰明人,宜斂藏,而反炫耀. (총명인,의염장,이반현요)
是聰明而愚 其病矣,如何不敗? (시총명이우 기병의,여하불패?)
부귀한 집은 관대하고 후덕해야 하거늘 오히려 시기하고 각박하다면,
이것은 부귀하면서도 가난하고 천한 자의 행실을 하는 것이니, 어찌 (오래)누리랴.
총명한 사람은 그 재주를 거두어서 감추어야 하거늘 오히려 드러내서 빛낸다면,
이것은 총명하면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것이 그 병폐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으랴.
32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거비이후지등고지위위.처회이후지향명지태노).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養默而後知多言之爲躁
(수정이후지호동지과노.양묵이후지다언지위조)
낮은 데 살아 본후 높은 데 오름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두운 데 있어 본후 밝음으로 향함이 너무 드러난다는 것을 안다.
고요함을 지켜본 후에야 움직임을 좋아함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과묵을 기른 후에야 말 많음이 시끄러움 줄 알게 된다.
33
放得功名富貴之心下,便可脫凡.(방득공명부귀지심하,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便可入聖.(방득도덕인의지심하,변가입성)
공명·부귀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 범속을 벗어나게 되고,
도덕·인의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게 된다.
34
利欲未盡害心.意見乃害心之 賊.(이욕미진해심.의견내해심지 적)
聲色未必障道.聰明乃障道之藩屛.(성색미필장도.총명내장도지번병)
이욕은 모두 마음을 해치지 못하나니, 의견이 바로 마음을 해치는 도적이고
성색은 반드시 도를 막지 못하나니, 총명이 바로 도를 막는 울타리가 되느니라.
35
人情反復,世路崎嶇.(인정반복,세노기구)
行不去處,須知退一步之法.(행불거처,수지퇴일보지법)
行得去處,務加讓三分之功.(행득거처,무가양삼분지공)
사람의 정은 되돌아오고 세상의 길은 험하고 험하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에서는 모름지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도 3분의 공을 사양하기에 힘써라.
36
待小人,不難於嚴,而難於不惡.(대소인,불난어엄,이난어불오)
待君子,不難於恭,而難於有禮.(대군자,불난어공,이난어유예)
소인을 대함에 있어 엄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미워하지 않기는 어려우며,
군자를 대함에 있어 공손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예를 바르게 함은 어려우니라.
37
寧守渾 ,而黜聰明,有些正氣還天地.(영수혼 ,이출총명,유사정기환천지)
寧謝紛華,而甘澹泊,有個淸名在乾坤.(영사분화,이감담박,유개청명재건곤)
차라리 소박을 지키고 총명을 물리침으로써 다소의 정기를 남겨 천지에 돌리며,
차라리 화려함을 사양하고 담박함을 달게 여김으로써 깨끗한 이름을 온 세상에 남게 하라.
38
降魔者,先降自心.心伏,則群魔退聽.
(항마자,선항자심.심복,칙군마퇴청)
馭橫者,先馭此氣.氣平,則外橫不侵.
(어횡자,선어차기.기평,칙외횡불침)
마를 항복시키려는 자는 먼저 제 마음의 항복을 받으라.
마음이 항복하면 모든 마가 물러나서 명령에 좇으리라.
횡포의 마음을 제어하려는 자는 먼저 마음속의 객기를 제어하라.
객기가 평정되면 밖으로부터 횡포의 마음이 침입하지 못할것이다.
39
敎弟子,如養閨女,最要嚴出入 謹交遊.
(교제자,여양규여,최요엄출입 근교유)
若一接近匪人,是淸淨田中,
(약일접근비인,시청정전중)
下一不淨種子,便終身難植嘉禾.
(하일불정종자,변종신난식가화)
제자 가르침은 규중의 처녀를 기르듯이 하여 출입을 엄하게 하고, 친구 사귐을 삼가도록 하여야 한다.
만일 한번 나쁜 사람과 접촉하게 되면 이는 곧 깨끗한 밭에 부정한 종자를 심는 것이니,
깨끗하지 않은 종자로는 평생 좋은 곡식을 심기 어려우리라.
40
欲路上事,毋樂其便而姑爲染指.一染指,便深入萬.
(욕노상사,무낙기편이고위염지.일염지,변심입만).
理路上事,毋憚其難而稍爲退步.一退步,便遠隔千山.
(이노상사,무탄기난이초위퇴보.일퇴보,변원격천산)
욕정의 일은, 그 편리함을 즐거워하여 잠시라도 손끝에 물들이지 말라.
한번 손끝에 물들이면 곧 만길 깊은 구렁으로 떨어지리라.
도리에 관한 일은, 그 어려움을 꺼리어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서지 말라.
한번 물러서면 곧 멀리 천 산을 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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念頭濃者,自待厚,待人亦厚,處處皆濃.(염두농자,자대후,대인역후,처처개농)
念頭淡者,自待薄,待人亦薄,事事皆淡.(염두담자,자대박,대인역박,사사개담)
故君子居常嗜好,不可太濃艶,亦不可太枯寂 (고군자거상기호,불가태농염,역불가태고적)
마음이 농후한 자는 자신을 후대하고 다른 사람도 또한 후대하여서 곳마다 모두 농후하고,
마음이 담박한 자는 자신을 박대하고 다름 사람도 박대하여서 일마다 담박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평행의 기호를 너무 농염하게 하여도 안 되며, 너무 고적하게 하여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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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富我仁,彼爵我義.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피작아의.군자고불위군상소뇌농)
人定勝天,志一動氣.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지일동기.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그가 부를 가지면 나는 인을 가지고, 그가 벼슬을 가지면 나는 의를 가지니,
군자는 본디 군주나 재상에게 농락 당하지 않는다.
사람의 힘이 정하여지면 하늘을 이기고, 뜻을 하나로 모으면 기를 움직이나니,
군자는 조물주의 틀 속에 갇히지 않는다.
43
立身,不高一步位, 如塵裡振衣 泥中濯足,如何超達?
(입신,불고일보위,여진이진의 이중탁족,여하초달)?
處世,不退一步處, 如飛蛾投燈 羊觸藩,如何安樂?
(처세,불퇴일보처,여비아투등 양촉번,여하안낙)?
입신은 남보다 한걸음 높이 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티끌 속에 옷을 털고 진흙 속에서 발씻음과 같으니,
어찌 초탈하기를 바라랴.
세상을 살아감에는 남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마치 불나방이 촛불에 뛰어들고 수양이 울타리에 부딪는 것과 같으니, 어찌 안락함을 바라랴.
44
學者要收拾精神,倂歸一路.(학자요수습정신,병귀일노)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必無實詣.(여수덕이유의어사공명예,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 風雅,定不深心.(독서이기흥어음 풍아,정불심심)
배우는 자는 정신을 가다듬어서 뜻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만약 덕을 닦으면서 뜻을 사업이나 명예에 둔다면 절대로 진실한 조예가 없고,
글을 읽으면서 흥을 읊조려 붙인다면 정녕코 깊은 마음을 체득하지 못한다.
45
人人有個大慈悲,維摩屠 ,無二心也.(인인유개대자비,유마도,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金屋茅 ,非兩地也.(처처유종진취미,금옥모,비양지야)
只是欲蔽情封,當面錯過,使咫尺千里矣.(지시욕폐정봉,당면착과,사지척천이의)
사람마다 큰 자비가 있으니 유마와 백정, 망나니가 두 마음이 아니고,
곳곳마다 참 취미가 있으니 금전과 모옥도 그 서 있는 땅은 다름없다.
다만 욕심에 가리워져 본성을 잃어서, 눈앞의 그르침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만든다.
46
進德修道,要個木石的念頭.若一有欣羨,便超欲境.
(진덕수도,요개목석적염두.약일유흔선,변초욕경)
濟世經邦,要段雲水的趣味.若一有貪著,便墮危機.
(제세경방,요단운수적취미.약일유탐저,변타위기)
덕에 나아가고 도를 닦음에는 목석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나니,
만일 한번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곧 욕경으로 달리게 된다.
세상을 구하고 나라를 경륜함에는 필히 운수의 취미를 지녀야 한다.
만일 한번 탐욕에 집착함이 있으면 곧 위기에 떨어질 것이다.
47
吉人 無論作用安詳,卽夢寐神魂,無非和氣.(길인 무논작용안상,즉몽매신혼,무비화기)
凶人 無論行事狼戾,卽聲音笑語,渾是殺機.(흉인 무논행사낭여,즉성음소어,혼시살기)
선한 사람은 하는 일이 부드럽고 안정되어 있으며 잠든 얼굴의 신혼에도 화기가 어려있다.
악한 사람은 행동이 사나울 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모두 살기가 있다.
48
肝受病,則目不能視.腎受病,則耳不能聽.(간수병,즉목불능시.신수병,즉이불능청)
病受於人所不見,必發於人所共見.(병수어인소불견,필발어인소공견)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先無得罪於冥冥.(고군자욕무득죄어소소,선무득죄어명명)
간이 병들면 눈이 볼 수 없고, 콩팥이 병들면 귀가 듣지 못하나니,
병을 사람이 보지 못하는 데서 생겨 반드시 사람이 모두 보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이 모두 보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이 맑게 보는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거든
먼저 사람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죄를 얻지 말라.
49
福莫福於少事,禍莫禍於多心.(복막복어소사,화막화어다심)
唯苦事者,方知少事之爲福. (유고사자,방지소사지위복)
唯平心者,始知多心之爲禍.(유평심자,시지다심지위화)
복에 일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재앙에 마음 많은 것보다 더한 재앙이 없나니,
오직 일에 괴로운 자라야 바야흐로 일 적음이 복됨을 알고,
오직 마음이 화평한 자라야 마음 많음이 재앙됨을 알 것이다.
50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處叔季之世,當方圓互用.
(처치세,의방.처난세,의원.처숙계지세,당방원 용).
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待庸衆之人,當寬嚴互存.
(대선인,의관.대악인,의엄.대용중지인,당관엄호존)
태평한 세상에는 몸가짐을 방정하여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은 원만하여야 하며,
말세에 처함에는 방정과 원만을 아울러 써야 한다.
선한 사람은 너그럽게 대해야하고, 악한 사람은 엄하게 대하여야 하며,
보통 사람은 너그러움과 엄함을 아울러 지녀 대해야 한다.
51
我有功於人,不可念,而過則不可不念.(아유공어인,불가염,이과즉불가불염)
人有恩於我,不可忘,而怨則不可不忘.(인유은어아,불가망,이원즉불가불망)
내가 남에게 공이 있으면 생각하지 말아야 하고, 허물이 있으면 잊어서는 안 된다.
남이 내게 은혜가 있으면 잊지 말아야 하고, 원한이 있으면 잊어야 한다.
52
施恩者,內不見己,外不見人,則斗粟可當萬鍾之惠.(시은자,내불견기,외불견인,즉두속가당만종지혜)
利物者,計己之施,責人之報,則百鎰難成一文之功. (이물자,계기지시,책인지보,즉백일난성일문지공)
은혜를 베푸는 자가 안으로 나를 헤아리지 않고 밖으로 남을 헤아리지 않으면, 한 말 곡식이 만종의 은혜를 당할 것이요,
남을 이롭게 하는 자가 내 베품을 계산하여서 남의 갚음을 바란다면 비록 백일이라도 1문의 공도 이루기 어렵다.
53
人之際遇,有齊有不齊,而能使己獨齊乎? (인지제우,유제유부제,이능사기독제호)?
己之情理,有順有不順,而能使人皆順乎? (기지정이,유순유부순,이능사인개순호)?
以此相觀對治,亦是一方便法門.(이차상관대치,역시일방편법문).
사람의 경우는 모든 것을 갖출 수도 있고 갖추지 못할 수도 있거늘,
능히 나 혼자만 갖출 수 있으랴. 이것을 참고로 나와 다른 사람을 견주어
보아 균형을 잡아 나간다면 역시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54
心地乾淨,方可讀書學古.(심지건정,방가독서학고)
不然,見一善行,竊以濟私,聞一善言,假以覆短.
(불연,견일선행,절이제사,문일선언,가이복단)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시우자구병이재도양의)
마음이 맑아만 바야흐로 글을 읽어서 옛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한가지 선행을 보면 이를 훔쳐서 사욕을 이루게 되고,
한가지 선언을 들으면 이를 빌어서 단점을 엎으려 할 것이니,
이는 적에게 병기를 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주는 것과 같다.
55
奢者,富而不足.何如儉者,貧而有餘? (사자,부이부족.하여검자,빈이유여)?
能者,勞而府怨.何如拙者,逸而全眞? (능자,노이부원.하여졸자,일이전진)?
사치하는 자는 부유하면서도 (늘) 부족하니, 어찌 검소한 자의 가난해도 여유 있음만 같으랴.
유능한 사람은 수고로우면서도 원한을 모으니, 어찌 졸한 사람의 편안하면서도 전진을 온전히 함만 같으랴.
56
讀書,不見聖賢,爲鉛 傭. 居官,不愛子民,爲衣冠盜.
(독서,불견성현,위연 용. 거관,불애자민,위의관도).
講學,不尙躬行,爲口頭禪.立業,不思種德,爲眼前花.
(강학,불상궁행,위구두선.입업,불사종덕,위안전화).
글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하면 지필의 종이 되고,
벼슬자리에 있어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의관의 도적이 되고,
학문을 강론하여도 몸소 행하지 않으면 구두선이 되고,
업을 세워도 큰덕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은 눈앞에 피는 꽃이 될 것이다.
57
人心有一部眞文章,都被殘編斷簡封錮了.(인심유일부진문장,도피잔편단간봉고요)
有一部眞鼓吹,都被妖歌艶舞湮沒了.(유일부진고취,도피요가염무인몰요)
學者須掃除外物,直覓本來,裳有個眞受用. (학자수소제외물,직멱본내,상유개진수용)
사람마다 마음속에 한 권의 참 문장이 있으되 낡은 책 속의 몇 마디 말 때문에 모두 막혀 버리고,
한 가락의 참 풍류가 있으되 요염한 가무 때문에 모두 묻혀 버린다.
배우는 자는 모름지기 외물을 쓸어버리고 본디부터 있는 것을 찾아야만 비로소 참 보람이 있을 것이다.
58
苦心中,常得悅心之趣.(고심중,상득열심지취)
得意時,便生失意之悲.(득의시,변생실의지비)
괴로운 마음 가운데 항상 마음을 기쁘게 하는 멋을 얻으며,
득의했을 때에 문득 실의의 슬픔을 낳느니라.
59
富貴名譽,自道德來者,如山林中花,自是舒徐繁衍.(부귀명예,자도덕내자,여산임중화,자시서서번연)
自功業來者,如盆檻中花,便有遷徙廢興.(자공업내자,여분함중화,변유천사폐흥)
若以權力得者,如甁鉢中花,其根不植,其萎可立而待矣.(약이권역득자,여병발중화,기근불식,기위가입이대의)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온 것은 수풀 속의 꽃과 같아 절로 잎이 퍼지고 가지가 뻗어서 무성할 것이고,
공으로 쌓은 업은 화단 속의 꽃처럼 이리저리 옮겨지고, 흥하고 쇠함이 있을 것이며,
권으로 얻은 것은 병 속의 꽃과 같아 뿌리를 심지 않은지라. 그 시듦을 서서 기다릴 수 있으리라.
60
春至時和,花尙鋪一段好色,鳥且 幾句好音.(춘지시화,화상포일단호색,조차 기구호음)
士君子,幸列頭角,復遇溫飽, (사군자,행열두각,부우온포)
不思立好言行好事,雖是在世百年,恰似未生一日.(불사입호언행호사,수시재세백연,흡사미생일일)
봄이 와서 때가 화창하면 꽃은 한결 고운 빛을 땅에 펴고, 새 또한 고운 목소리로 지저귄다.
선비가 다행히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고 또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는 윤택한 생활을 하면서 좋은 의견을 내고 좋은 일을 행하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비록 이 세상에 백 년을 산다 해도 마치 하루도 살지 않음과 같으니라.
61
學者要有段 兢業的心思,又要有段瀟灑的趣味.(학자요유단 긍업적심사,우요유단소쇄적취미)
若一味斂束淸苦,是有秋殺 無春生,何以發育萬物? (약일미염속청고,시유추살 무춘생,하이발육만물?)
학문하는 자는 일단의 두려워하고 삼가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또 일단의 활달한 멋이 있어야 한다.
만약 몸단속을 엄하게 하고 결백의 고정을 지키기만 한다면 이는 가을의 숙살이 있을 뿐 봄의 생기가 없는 것이니
무엇으로 만물을 발육하게 할 수가 있으랴.
62
眞廉,無廉名.立名者,正所以爲貪.(진염,무염명.입명자,정소이위탐).
大巧,無巧術.用術者,乃所以爲拙.(대교,무교술.용술자,내소이위졸).
진실한 청렴은 청렴하다는 이름이 없나니, 이름을 얻는 것은 바로 이름을 탐하기 때문이다.
큰 재주는 별달리 교묘한 재주가 없나니, 재주를 쓰는 것은 곧 졸렬하기 때문이다.
63
器,以滿覆. 撲滿,以空全.(기,이만복.박만,이공전)
故君子寧居無,不居有.寧處缺,不處完.(고군자영거무,불거유.영처결,불처완)
의기는 가득 참으로써 엎질러지고, 박만은 비어 있음으로써 온전하다.
고로 군자는 차라리 무의 경지에 살지언정 유의 경지에 살지 않으며,
차라리 이지러진 곳에 처할지언정 완전한곳에 처하지 않는다.
64
名根未拔者,縱輕千乘 甘一瓢,總墮塵情.
(명근미발자,종경천승 감일표,총타진정)
客氣未融者,雖澤四海 利萬世,終爲剩技.
(객기미융자,수택사해 이만세,종위잉기)
명리를 탐하는 근성이 뿌리뽑히지 않은 자는 천승을 가벼이 여기고
한 표주박의 물을 달다할지라도 실상은 속정에 떨어진 것이요.
객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자는 비록 은택을 사해에 입히고
이익을 만세에 끼칠지라도 결국은 값없는 재주가 될 뿐이다.
65
心體光明,暗室中,有靑天.(심체광명,암실중,유청천)
念頭暗昧,白日下,生 鬼.(염두암매,백일하,생 귀)
마음의 본체가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마음이 어두우면 환한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나리라.
66
人知名位爲樂,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眞.
(인지명위위낙,부지무명무위지낙위최진).
人知饑寒爲憂,不知不饑不寒之憂爲更甚.
(인지기한위우,부지부기불한지우위갱심).
사람들은 명예롭고 지위 있음이 즐거움이 되는 줄로만 알고,
명예와 지위 없는 즐거움이 가장 큰 즐거움인 줄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주리고 추운 것이 근심이 되는 줄로만 알고,
주리지 않고 춥지 않은 근심이 더욱 심한 근심인 줄은 알지 못한다.
67
爲惡而畏人知,惡中猶有善路.(위악이외인지,악중유유선노)
爲善而急人知,善處卽是惡根.(위선이급인지,선처즉시악근)
악을 행한 다음 다른 사람이 알까 봐 두려워함은 악 가운데 아직 선의 길이 있음이요,
선을 행하고 나선 남이 알아주기를 급하게 바란다면 그 선이 곧 악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68
天地機緘,不測.抑而伸,伸而抑.(천지기함,불측.억이신,신이억)
皆是播弄英雄 顚倒豪傑處.(개시파농영웅 전도호걸처)
君子只是逆來順受 居安思危,天亦無所用其伎倆矣
.(군자지시역내순수 거안사위,천역무소용기기양의)
하늘과 땅의 기틀은 헤아릴 수 없다. 눌렀다가는 펴고, 폈다가는 누르나니,
이 모두 영웅을 번롱하고, 호걸을 전도하는 것이다.
군자는 천운이 역으로 와도 승순하여 받고, 편안함에 있으면 위태로움을 생각하는지라
하늘도 또한 그 재주를 쓸 수 없느니라.
69
燥性者,火熾,遇物則焚.(조성자,화치,우물즉분)
寡恩者,氷淸,逢物必殺.(과은자,빙청,봉물필살)
凝滯固執者,如死水腐木,生機已絶.(응체고집자,여사수부목,생기이절)
俱難建功業而延福祉.(구난건공업이연복지)
성품이 조급한 자는 타는 불과 같아서 무엇이든 만나기만 하면 태워 버리고,
냉정한 자는 얼음처럼 차가 와서 닥치는 대로 반드시 죽이며,
융통성이 없고 고집하는 자는 흐르지 않는 물, 썩은 나무와도 같아서 생기가 이미 끊어져서,
이들은 모두 공업을 세우고 복을 오래도록 누리기 어렵다.
70
福不可 .養喜神,以爲召福之本而已.(복불가.양희신,이위소복지본이이)
禍不可避.去殺機,以爲遠禍之方而已.(화불가피.거살기,이위원화지방이이)
복은 (억지로)구할 수 없는 것이니, 기쁜 마음을 길러 복을 부르는 근본으로 삼을 따름이고,
화는 (억지로)피할 수 없는 것이니, 마음속의 살기를 버려서 화를 멀리 할 따름이니라.
71
十語九中,未必稱奇.一語不中,則愆尤騈集.
(십어구중,미필칭기.일어부중,즉건우병집)
十謀九成,未必歸功.一謀不成,則 議叢興.
(십모구성,미필귀공.일모불성,즉의총흥)
君子所以寧默 毋躁,寧拙 毋巧.
(군자소이영묵 무조,영졸 무교)
열마디 중 아홉 마디만 맞아도 신기하다고 칭찬하지 않지만,
그 중 한 마디라도 맞지 않으면 허물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모여든다.
열가지 계교에서 아홉 가지가 이루어져도 공을 돌리려 하지 않으면서,
한가지라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방론이 벌떼처럼 일어난다.
이것이 군자가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떠들지 않으며,
졸렬할지언정 교묘함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72
天地之氣,暖則生,寒則殺.(천지지기,난칙생,한칙살)
故性氣淸冷者,受享亦凉薄.(고성기청냉자,수향역양박)
唯和氣熱心之人,其福亦厚,其澤亦長.(유화기열심지인,기복역후,기택역장)
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이)소생하고 차면 시들어 죽는다.
그러므로 성질이 맑고 차가운 자는 받아서 누림도 박하다.
오직 화기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야 그 복을 누림도 두텁고 은택도 오래 간다.
73
天理路上,甚寬.稍游心,胸中便覺廣大宏朗.(천이노상,심관.초유심,흉중변각광대굉낭)
人欲路上,甚窄.裳寄迹,眼前俱是荊棘泥塗.(인욕노상,심착.상기적,안전구시형극이도)
천리의 길은 매우 넓어서, 여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어도 가슴속이 문득 넓어지고 밝아짐을 느낀다.
그러나 인욕의 길은 매우 좁아서, 여기에 조금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눈앞이 모두 가시덤불이요, 진흙탕이 된다.
74
一苦一樂,相磨練,練極而成福者,其福始久.(일고일낙,상마연,연극이성복자,기복시구)
一疑一信,相參勘,勘極而成知者,其知始眞.(일의일신,상참감,감극이성지자,기지시진)
괴로움과 즐거움을 서로 연마하여 연마 끝에 복을 이루면 그 복이 오래 가고,
의심과 믿음이 서로 참감하여 참감끝에 지식을 이루면, 그 지식이 진실한 것이 된다.
75
心不可不虛.虛則義理來居.(심불가불허.허즉의이내거).
心不可不實.實則物欲不入.(심불가불실.실칙물욕불입).
마음은 비어 있지 않으면 안 되나니, 마음이 비어 있으면 정의와 진리가 와서 산다.
마음은 차 있지 않으면 안 되나니, 마음이 차 있으면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76
地之穢者,多生物.水之淸者,常無魚.(지지예자,다생물.수지청자,상무어)
故君子當存含垢納汚之量,不可持好潔獨行之操.
(고군자당존함구납오지양,불가지호결독행지조)
땅이 더러우면 생기는 물건도 많지만, 물이 맑으면 항상 고기가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때묻고 더러움도 용납할 도량을 가져야 한다.
깨끗한 것만 좋아하고, 혼자서만 행하는 절조는 지니지 말라.
77
泛駕之馬,可就驅馳.躍冶之金,終歸型範.(범가지마,가취구치.약야지금,종귀형범)
只一優游不振,便終身無個進步.(지일우유부진,변종신무개진보)
白沙 云,{爲人多病未足羞,一生無病是吾憂},眞確論也.
(백사 운,{위인다병미족수,일생무병시오우},진확논야)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부릴 수 있고, 다루기 힘든 쇠도 잘 다루면 마침내 기물이 된다.
단지 일없이 놀기만 하고 분발함이 없으면 몸을 마칠 때까지 조그만 진보도 없을 것이다.
백사가 이르길「사람이 되어서 병 많음은 결코 부끄러울 것 없으나 일생토록 마음의 병 없음이 근심이다」했으니,
참 옳은 말이다.
78
人只一念貪私,(인지일염탐사)
便銷剛爲柔,塞智爲昏,變恩爲慘,染潔爲汚,(변소강위유,색지위혼,변은위참,염결위오)
壞了一生人品.故古人以不貪爲寶,所以度越一世.(괴요일생인품.고고인이불탐위보,소이도월일세)
사람이 다만 탐사만을 생각한다면
굳센 기질도 녹아 유약하게 되고, 슬기도 막혀 혼암하게 되고, 은혜의 마음도 변하여 참독한 것이 되고, 결백한 뜻도 물들어 더럽게 됨으로써 일생의 인품을 파괴하고 만다.
그러므로 옛 사람은 탐하지 않음을 보배로 삼았으니, 이것이 한세상에서 우뚝 속아난 까닭이다.
79
耳目見聞爲外賊,情欲意識爲內賊.(이목견문위외적,정욕의식위내적)
只是主人翁,惺惺不昧,獨坐中堂,賊便化爲家人矣.(지시주인옹,성성불매,독좌중당,적변화위가인의).
이목으로 보고 들음은 바깥의 도적이 되고, 정욕의 의식은 안의 도적이 된다.
다만 주인 되는 본심이 맑게 깨어서 뚜렷이 중당에 앉아 있으면 도적이 곧 화하여 한집안 식구가 된다.
80
圖未就之功,不如保已成之業.(도미취지공,불여보이성지업)
悔已往之失,不如防將來之非.(회이왕지실,불여방장내지비)
아직 이루지 못한 공을 도모하는 것은 이미 이루어 놓은 업을 보전함만 같지 못하고,
지나간 허물을 뉘우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잘못을 막음만 같지 못하니라.
81
氣象要高曠,而不可疎狂.心思要縝密,而不可蔘屑.(기상요고광,이불가소광.심사요진밀,이불가삼설)
趣味要庶淡,而不可偏枯.操守要嚴明,而不可激烈.(취미요서담,이불가편고.조수요엄명,이불가격열)
기상은 높고도 넓어야 하나, 소홀하고 광패해서는 안 되며, 심사는 치밀하여야 하지만 자질구레해서는 안 되면,
취미는 담박하되 고적에 치우쳐서는 안 되며, 지조를 지킴은 엄정해야 하지만 격렬해서는 안 된다.
82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
(풍내소죽,풍과이죽불유성.안도한담,안거이담불유영)
故君,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고군자,사내이심시현,사거이심수공)
바람이 성긴 대숲에 바람이 스치면 대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못을 건너가면 못이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생겨야 마음이 비로소 나타나고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빈다.
83
淸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청능유용,인능선단,명불상찰,직불과교)
是謂{蜜餞不甛,海味不 },裳是懿德.(시위{밀전불첨,해미불 },상시의덕.
사념이 없는 용모를 가지면 능히 할 수 있고 인자한
84
貧家淨拂地,貧女淨梳頭,景色雖不艶麗,氣度自是風雅.
(빈가정불지,빈여정소두,경색수불염여,기도자시풍아)
士君子一當窮愁寥落,奈何輒自廢弛裁?
(사군자일당궁수요낙,내하첩자폐이재)?
가난한 집도 깨끗이 쓸고, 가난한 집 여자도 단정하게 머리를 빗으면
경색은 비록 미려하지 못할지라도 기품은 저절로 풍아하리라.
선비가 잠시 곤궁하고 영락했다고 하여 어찌 스스로를 버리며 게을리 하랴.
85
閑中不放過,忙處有受用.(한중불방과,망처유수용)
靜中不落空,動處有受用.(정중불낙공,동처유수용)
暗中不欺恩,明處有受用.(암중불기은,명처유수용)
한가할 때에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바쁠 때에 (유용하게) 받아씀이 있고,
고요할 때에 공간을 두지 않으면 밖은 곳에서 받아씀이 있을 것이다.
어두운 속에서 속이고 숨기지 않으면 밝은 곳에서 받아씀이 있을 것이다.
86
念頭起處,裳覺向欲路上去,便挽從理路上來.
(염두기처,상각향욕노상거,변만종이노상내)
一起便覺,一覺便轉.(일기변각,일각변전)
此是轉禍爲福 起死回生的關頭,切莫輕易放過.
(차시전화위복 기사회생적관두,절막경이방과)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사욕의 길로 향해 감을 깨닫게 되거든,곧 이끌어 도리의 길로 좇아오게 하라.
생각이 일어나자 곧 깨닫고 깨닫게 되자마자 전환하게 됨은,
재앙을 돌려서 복으로 만들고 죽음에서 불러일으켜 삶으로 돌리는 관두이니, 결코 가볍게 놓쳐버리지 말라.
87
靜中念慮澄徹,見心之眞體.(정중염여징철,견심지진체)
閑中氣象從容,識心之眞機.(한중기상종용,식심지진기)
淡中意趣庶夷,得心之眞味.觀心證道,無如此三者.
(담중의취서이,득심지진미.관심증도,무여차삼자)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으면 마음의 본체를 볼 수 있으며,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 기틀을 알게 될 것이다.
담박한 가운데 의취가 화평하면 마음의 참맛을 얻게 되니,
마음을 관찰하고 도를 증험하는 길에 이 세 가지보다 나은 것이 없다.
88
靜中靜非眞靜.動處靜得來,裳是性天之眞境.
(정중정비진정.동처정득내,상시성천지진경)
樂處樂非眞樂.苦中樂得來,裳見以體之眞機.
(낙처낙비진낙.고중낙득내,상견이체지진기)
고요한 속에서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니,
소란한 곳에서 고요를 얻을 수 있어야만 비로소 본성의 참 경지에 이른 것이다.
즐거운 속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니,
괴로운 속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마음의 참 기틀을 볼 수 있다.
89
舍己,毋處其疑.處其疑,卽所舍之志多愧矣.
(사기,무처기의.처기의,즉소사지지다괴의)
施人,毋責其報.責其報,倂所施之心俱非矣.
(시인,무책기보.책기보,병소시지심구비의)
내 몸을 버려서 (일하기로 했거든) 그 일에 의심을 품지 말라.
의심을 품는다면 내 몸을 버렸던 뜻에 부끄러움이 많을 것이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었거든 그 보답을 구하지 말라.
그 보답을 구한다면 은혜를 베푼 마음과 아울러 모두 그릇된 것이다.
90
天薄我以福,吾厚吾德,以 之.(천박아이복,오후오덕,이 지)
天勞我以形,吾逸吾心,以補之.(천노아이형,오일오심,이보지)
天 我以遇,吾亨吾道,以通之.天且我奈何哉? (천 아이우,오형오도,이통지.천차아내하재)
하늘이 내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덕을 두터이 하여서 이를 맞을 것이요,
하늘이 내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히 하여서 이를 도울 것이며,
하늘이 내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형통하여서 이를 통하게 하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하랴.
91
貞士無心 福,天卽就無心處爽其衷.(정사무심복,천즉취무심처상기충)
人著意避禍,天卽就著意中奪其魄. (인저의피화,천즉취저의중탈기백)
可見天之機權最神.人之智巧何益? (가견천지기권최신.인지지교하익)?
곧은 선비에게는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는지라 하늘이 그 마음 없는 곳에 나아가서 그 마음을 열어 주며,
음험한 사람은 재앙을 피하는 데만 뜻을 두는지라 하늘이 그 뜻있는 곳에 나아가서 그 넋을 빼앗으니,
하늘의 권능이 극히 신묘함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지혜나 기교가 무슨 이익 됨이 있으랴.
92
聲妓,晩景從良,一世之 花無碍.(성기,만경종양,일세지 화무애).
貞婦,白頭失守,半生之情苦俱非.(정부,백두실수,반생지정고구비)
語云,{看人只看後半截},眞名言也.(어운,{간인지간후반절},진명언야)
성기라도 만년에 한 남편을 좇으면 한세상에서 분냄새 풍기던 생활도 거리낌이 없을 것이요,
정부라도 머리털 세어서 정조를 잃으면 반생의 깨끗한 고절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속담에 「사람을 보려면 다만 후반생을 보라」고 했으니, 참으로 명언이다.
93
平民肯種德施惠,便是無位的公相.(평민긍종덕시혜,변시무위적공상)
士夫徒貪權市寵,竟成有爵的乞人.(사부도탐권시총,경성유작적걸인)
평민이라도 덕을 심고 은혜 베풀기를 즐겨 한다면 이는 곧 지위없는 왕공, 재상이고,
사부라도 한낱 권세를 탐하고 은총을 판다면 마침내 작위있는 거지가 된다.
94
問祖宗之德澤! 吾身所享者是,當念其積累之難.(문조종지덕택! 오신소향자시,당염기적누지난)
問子孫之福祉! 吾身所貽者是,要思其傾覆之易 (문자손지복지! 오신소이자시,요사기경복지이)
조상의 덕택을 묻는다면 내 몸이 누리는 바가 그것이니 마땅히 그 쌓기 어려움을 생각할 것이요,
자손의 복지를 묻는다면 내 몸이 끼친 바가 그것이니, 그 기울어 엎어지기 쉬움을 생각할 것이니라.
95
君子而詐善,無異小人之肆惡.(군자이사선,무이소인지사악)
君子而改,不及小人之自新.(군자이개절,불급소인지자신)
군자로서 선을 속이는 것은 소인이 악을 마음대로 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군자로서 절개를 바꾸는 것은 소인이 스스로 새로워지는 데도 미치지 못한다.
96
家人有過,不宜暴怒,不宜輕棄.(가인유과,불의폭노,불의경기)
此事難言,借他事隱諷之.(차사난언,차타사은풍지)
今日不悟,俟來日再警之.(금일불오,사내일재경지)
如春風解凍,如和氣消氷,裳是家庭的型範.(여춘풍해동,여화기소빙,상시가정적형범)
집안 사람에게 허물이 있으면 몹시 성을 내서도 안되고, 가볍게 버려도 안 된다.
그 일을 말하기 곤란하면 다른 일을 빌어 은근히 풍자하되,
오늘 깨닫지 못하면 내일을 기다려 다시 깨우쳐서 마치 봄바람이 언 것을 녹이듯이,
다사로운 기운이 얼음을 녹이듯이 하여야만 비로소 가정의 본이 되느니라.
97
此心常看得圓滿,天下自無缺陷之世界.(차심상간득원만,천하자무결함지세계)
此心常放得寬平,天下自無險側之人情.(차심상방득관평,천하자무험측지인정)
내 마음을 살펴서 늘 원만함을 얻으면 천하도 절로 결함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요,
내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서 늘 관평함을 얻으면 천하도 절로 험악한 인정이 사라질 것이다.
98
澹泊之士必爲濃艶者所疑.檢飭之人多爲放肆者所忌.(담박지사필위농염자소의.검칙지인다위방사자소기)
君子處此,固不可少變其操履,亦不可太露其鋒芒.(군자처차,고불가소변기조이,역불가태노기봉망)
담박한 선비는 반드시 농염한 자의 의심하는 바 되며, 엄격한 사람은 흔히 방자한 자의 꺼리는 바 된다.
군자는 이에 처하여 조금이라도 그 지조를 바꾸지 말아야 하며, 또 서슬을 아무 드러내지도 말아야 한다.
99
居逆境中,周身皆鍼 藥石,砥節礪行而不覺.
(거역경중,주신개침 약석,지절여행이부각)
處順境內,眼前盡兵刃戈矛,銷膏磨骨而不知.
(처순경내,안전진병인과모,소고마골이부지)
역경에 처해 있으면 몸의 주위가 모두 침이고 약인지라,
자신도 모르게 절조를 닦고 행실을 바르게 하는 데 힘쓰게 되거니와,
순경에 처하면 눈앞이 모두 칼과 창인지라 기름을 녹이고 뼈를 깎아도 알지 못한다.
100
生長富貴叢中的,嗜欲如猛火,權勢似烈焰.
(생장부귀총중적,기욕여맹화,권세사열염)
若不帶些淸冷氣味,其火焰不至焚人,必將自 矣.
(약불대사청냉기미,기화염부지분인,필장자 의)
부귀 속에서 생장한 자는 욕심이 성난 불길 같고 권세가 사나운 불꽃과 같으니,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서늘한 기미를 띠지 않는다면
그 불꽃이 다른 사람을 태우기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자신을 태우게 될 것이다.
101
人心一眞,便霜可飛 城可隕 金石可貫.(인심일진,변상가비 성가운 금석가관)
若僞妄之人,形骸徒具,眞宰已亡,(약위망지인,형해도구,진재이망)
對人則面目可憎,獨居則形影自.(대인칙면목가증,독거칙형영자)
사람의 마음이 참되면 서리를 내리게 하고 성을 무너뜨리며 쇠와 돌도 뚫는다.
위망한 사람은 한낱 형체를 갖추었을 뿐 참 임자는 이미 없어졌으니,
사람을 대하면 얼굴도 밉살스럽고, 혼자 있으면 형상과 그림자도 스스로 부끄럽다.
102
文章做到極處,無有他奇,只是恰好.(문장주도극처,무유타기,지시흡호)
人品做到極處,無有他異,只是本然.(인품주도극처,무유타이,지시본연)
문장을 공부하여 궁국에 이르면 다른 기이함이 없고 다만 알맞을 뿐이며,
인격을 도야하여 궁극에 이르면 다른 기이함이 없고 다만 본연일 뿐이다.
103
以幻迹言,無論功名富貴,卽肢體亦屬委形.(이환적언,무논공명부귀,즉지체역속위형)
以眞境言 ,無論父母兄弟,卽萬物皆吾一體.(이진경언,무논부모형제,즉만물개오일체)
人能看得破 認得眞,(인능간득파 인득진)
裳可任天下之負擔,亦可脫世間之 鎖.(상가임천하지부담,역가탈세간지 쇄).
이 세상 모든 것을 환상으로 본다면 공명과 부귀는 말할 것도 없고 내 몸까지도 빌려 가진 형체이며,
이 세상 모든 것을 참된 경지로 본다면 부모 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가 된다.
사람이 능히 일체가 환상임을 간파하고 만물이 나와 일체가 됨을 인식한다면
비로소 천하를 이끌어 나가는 짐을 맡을 수 있고, 또한 세간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4
爽口之味,皆爛腸腐骨之藥.五分便無殃.(상구지미,개난장부골지약.오분변무앙)
快心之事,悉敗身喪德之媒.五分便無悔.(쾌심지사,실패신상덕지매.오분변무회)
입에 맛있는 음식은 창자를 녹이고 뼈를 썩게 하는 약이니 5분쯤에 멈추면 재앙이 없고,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은 모두 몸을 마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체이니 5분쯤에 멈추면 뉘우침이 없으리라.
105
不責人小過.不發人陰私.不念人舊惡.(불책인소과.불발인음사.불염인구악)
三者可以養德,亦可以遠害.(삼자가이양덕,역가이원해)
남의 작은 허물을 책하지 말며,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며, 남의 지난날 잘못을 생각하지 말라.
이 세가지는 덕을 기를 수 있으며, 또한 해를 멀리 할 수 있다.
106
士君子持身不可輕.輕則物能撓我,而無悠閑鎭定之趣.(사군자지신불가경.경즉물능요아,이무유한진정지취).
用意不可重.重則我爲物泥,而無蕭灑活潑之機.(용의불가중.중칙아위물이,이무소쇄활발지기)
선비는 몸가짐을 가벼이 하지 말아야 한다. 가벼이 하며 사물이 내 마음을 흔들어서 유한하고 진정된 멋이 없다.
또한 마음씀을 무겁게 하지 말아야 한다. 무거우면 내게 사물에 얽매여서 시원스럽고 활발한 작용이 없게 된다.
107
士君子持身不可輕.輕則物能撓我,而無悠閑鎭定之趣.
(사군자지신불가경.경칙물능요아,이무유한진정지취)
用意不可重.重則我爲物泥,而無蕭灑活潑之機.
(용의불가중.중칙아위물이,이무소쇄활발지기)
천지는 만고에 있으되 이 몸은 두 번 얻지 못하며,
인생은 단지 백 년인데 이 날이 가장 지나가기 쉽다.
다행히도 그 사이에 태어난 몸이니 삶을 누리는 즐거움을 몰라서는 안 되며,
또한 헛되이 사는 근심을 품지 않아서도 안 되느니라.
108
怨因德彰.故使人德我,不若德怨之兩忘.
(원인덕창.고사인덕아,불약덕원지양망)
仇因恩立.故使人知恩,不若恩仇之俱泯.
(구인은입.고사인지은,불약은구지구민)
원한은 덕으로 인해 나타나나니,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덕으로 여기게 하는 것은 덕과 원한 두 가지를 모두 잊게 하느니만 못하며,
원수는 은혜로 인해 생기나니, 보람으로 하여금
은혜를 알게 하는 것은 은혜와 원수를 모두 없게 하느니만 못하다.
109
老來疾病,都是壯時招的.衰後罪 ,都是盛時作的.(노내질병,도시장시초적.쇠후죄,도시성시작적)
故持盈履滿,君子尤兢兢焉.(고지영이만,군자우긍긍언)
늙어서 생기는 병은 모두 젊었을 때에 부른 것이고, 집안이 쇠한 뒤의 재앙은 모두 번성할 때에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한창 득의했을 때에 군자는 더욱 두려워한다.
110
市私恩,不如扶公議.結新知,不如敦舊好.
(시사은,불여부공의.결신지,불여돈구호)
立榮名,不如種隱德.尙奇節,不如謹庸行.
(입영명,불여종은덕.상기절,불여근용행)
사은을 파는 것이 공의를 붙드는 것만 같지 못하고,
새로운 지교를 맺는 것이 옛 친구와의 정의를 두텁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며,
영화로운 이름을 세우는 것이 숨은 공덕을 심는 것만 같지 못하며,
기절을 숭상하는 것이 일상의 행실을 삼가는 것만 같지 못하다.
111
公平正論,不可犯手.一犯則貽羞萬世.(공평정논,불가범수.일범즉이수만세)
權門私竇,不可著脚.一著則點汚終身.(권문사두,불가저각.일저즉점오종신).
공평한 정론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한번 범하면 부끄러움을 만세에 남긴다.
권문의 사두에는 발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한 번 발을 붙이면 이름을 더럽혀서 몸을 망치게 된다.
112
曲意而使人喜,不若直躬而使人忌.(곡의이사인희,불약직궁이사인기)
無善而致人譽,不若無惡而致人毁.(무선이치인예,불약무악이치인훼)
뜻을 굽혀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좋아하게 하는 것은,
몸을 바르게 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미워하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선이 없으면서 남의 칭찬을 받는 것은,
악이 없으면서 남의 비방을 받는 것만 못하다.
113
處父兄骨肉之變,宜從容不宜激烈.(처부형골육지변,의종용불의격열)
遇朋友交遊之失,宜凱切不宜優游.(우붕우교유지실,의개절불의우유)
부모골육의 변에 처하면 마땅히 종용하고 격렬하지 말며,
붕우교유의 허물을 보게 되면 마땅히 간곡하게 충고하기를 결코 주저하지 말라.
114
小處不渗漏.暗中不欺隱.末路不怠荒.裳是個眞正英雄.
(소처불삼누.암중불기은.말노불태황.상시개진정영웅)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으며,
실패한 경우에도 게을리 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115
千金難結一時之歡,一飯竟致終身感.(천금난결일시지환,일반경치종신감)
蓋愛重反爲仇,薄極蒜成喜也.(개애중반위구,박극산성희야)
천금으로도 한때의 환심을 사기 어렵고, 한 그릇 밥이 마침내 몸을 마칠 때까지 감격하게 만든다.
대체로 사랑이 지나치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박대가 지극함이 도리어 기쁨을 이룬다.
116
藏巧於拙.用晦而明.寓濟于濁.以屈爲伸.(장교어졸.용회이명.우제우탁.이굴위신)
眞涉世之壺,藏身之三窟也 .(진섭세지일호,장신지삼굴야)
교묘함을 졸렬함 속에 감추며, 어두움을 써서 밝게 하며, 청백을 오탁에 붙이며, 굽히는 것으로 펴는 것을 삼는다면
참으로 세상을 건너는 일호가 되고, 몸을 감추는 삼굴이 되느니라.
117
衰颯的景象,就在盛滿中.發生的機緘,卽在零落內.(쇠삽적경상,취재성만중.발생적기함,즉재영낙내)
故君子居安宜操一心以慮憂,處變當堅百忍以圖成.(고군자거안의조일심이여우,처변당견백인이도성)
쓸쓸한 경상은 성만 속에 있고, 자라나는 움직임은 영락 속에 있으니,
고로 군자는 편안한 상태에서 본 마음을 보존하여 우환을 생각하고, 변에 처하면 백번 참는 마음을 굳게 하여 일을 이루어야 한다.
118
驚奇喜異者,無遠大之識.(경기희이자,무원대지식)
苦節獨行者,非恒久之操.(고절독행자,비항구지조)
신기한 것을 경탄하고 이상한 것을 좋아하는 자는 원대한 식견이 없고,
괴롭게 절개를 지키고 남달리 홀로 행하는 것은 항구한 지조가 아니다.
119
當怒火慾水正騰沸處,明明知得,又明明犯著.(당노화욕수정등비처,명명지득,우명명범저)
知的是誰? 犯的又是誰? (지적시수? 범적우시수)?
此處能猛然轉念,邪魔便爲眞君矣 (차처능맹연전염,사마변위진군의)
노여움의 불길과 욕심의 물결이 비등하는 때를 당하여 그것을 명확하게 알며
또 명확하게 억제하는 수가 있으니, 이것을 아는 자는 누구이며, 억제하는 자는 누구인가?
여기에서 맹연히 생각을 돌린다면 사마가 문득 변하여 참마음이 될 것이다.
120
毋偏信而爲奸所欺.毋自任而爲氣所使.(무편신이위간소기.무자임이위기소사)
毋以己之長而形人之短.毋因己之拙而忌人之能.(무이기지장이형인지단.무인기지졸이기인지능)
편파적으로 믿어 간사한 자에게 속지 말며, 내 힘을 믿어서 객기를 부리지 말며,
내 장점을 가지고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며, 내 졸렬함으로 인해 남의 유능함을 시기하지 말라.
121
念頭昏散處,要知提醒.念頭喫緊時,要知放下
(염두혼산처,요지제성.염두끽긴시,요지방하)
不然,恐去昏昏之病,又來憧憧之擾矣.
(불연,공거혼혼지병,우내동동지요의)
남의 단점은 애써 미봉해야 하나니,
만일 이를 드러내서 세상에 알린다면 이는 단점으로써 단점을 공격하는 셈이다.
남에게 완고함이 있으면 잘 타일러 감화시켜야 하고,
만일 성내고 미워한다면 이는 완고함을 가지고 완고함을 제도하는 것이다.
122
遇沈沈不語之士,且莫輸心.(우침침불어지사,차막수심)
見 自好之人,應須防口.(견 자호지인,응수방구)
음침하여 말없는 선비를 만나거든 잠시 마음을 터놓지 말 것이며,
발끈 성내기를 잘하고 잘난 체하는 사람을 보거든 모름지기 입을 막을 것이다.
123
念頭昏散處,要知提醒.念頭喫緊時,要知放下 (염두혼산처,요지제성.염두끽긴시,요지방하)
不然,恐去昏昏之病,又來憧憧之擾矣.(불연,공거혼혼지병,우내동동지요의)
마음이 어둡고 산란할 때는 정신을 차릴 줄 알아야 하며, 마음이 긴장되어 굳어졌을 때는 풀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어두운 병을 고치더라도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괴로움이 올까 두렵다.
124
霽日靑天, 變爲迅雷震電.疾風怒雨, 變爲朗月晴空.
(제일청천, 변위신뇌진전.질풍노우, 변위낭월청공)
氣機何常? 一毫凝滯.太虛何常? 一毫障塞.
(기기하상? 일호응체.태허하상? 일호장색)
人心之體,亦當如是.(인심지체,역당여시)
맑게 갠 날씨나 푸른 하늘이 별안간 천둥번개로 변하고,
세찬 바람과 쏟아지는 비도 어느새 밝은 달이나 맑은 하늘도 변하나니,
천지의 움직임이 어찌 일정한 것이랴. 일호의 응체로 이런 변화가 생기며,
태허가 어찌 일정한 것이랴, 털끝만한 막힘으로 이같은 변전이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의 본체도 또한 이와 같다.
125
勝私制欲之功,(승사제욕지공)
有曰識不早,力不易者.有曰識得破,忍不過者 (유왈식부조,역불이자.유왈식득파,인불과자)
蓋識是一顆照魔的明珠,力是一把斬魔的慧劍. (개식시일과조마적명주,역시일파참마적혜검)
兩不可少也.(양불가소야)
욕심과 공을 개인적으로 제어하고 이기는데 있어
어떤 이는「그것을 일찍 알지못하면 억제하기 쉽지 않다.」 하고,
어떤 이는「이를 간파한다하더라도 참을성이 모자란다」한다.
대개 인식은 사마를 비추는 한낱 명주이고 의지의 힘은 한 자루 사마를 베는 예리한 검이니,
두 가지 모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26
覺人之詐,不形於言.受人之侮,不動於色.(각인지사,불형어언.수인지모,부동어색)
此中有無窮意味,亦有無窮受用.(차중유무궁의미,역유무궁수용)
남이 자기를 속인다는 것을 깨달아도 말로 나타내지 않고,
남이 자기를 업신여긴다고 해도 낯빛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 가운데 무궁한 뜻이 있고, 또 무궁한 수용이 있다.
127
橫逆困窮,是 煉豪傑的一副 錘.(횡역곤궁,시 연호걸적일부 추)
能受其 煉,則心身交益.不受其 煉,則心身交損.(능수기 연,즉심신교익.불수기 연,즉심신교손) .
역경에 놓여 곤궁함은 호걸을 단련하는 한 벌의 화로와 망치이니
능히 그 단련을 받으면 몸과 마음에 함께 이익이 되고, 그 단련을 받지 않으면 몸과 마음에 모두 손해가 된다.
128
吾身,一小天地也.(오신,일소천지야)
使喜怒不愆,好惡有則,便是燮理的功夫.(사희노불건,호악유칙,변시섭이적공부)
天地,一大父母也.(천지,일대부모야)
使民無怨咨,物無 疹,亦是敦睦的氣象 (사민무원자,물무 진,역시돈목적기상)
내 몸은 하나의 작은 천지이다.
기쁨과 성냄이 허물없고, 좋아하고 미워함을 법도 있게 한다면, 이는 곧 천지의 이치에 순응하는 공부이다.
천지는 하나의 거룩한 부모이다.
백성이 원망함이 없고 사물이 병듦이 없게 한다면, 이 또한 돈목하는 기상이니라.
129
害人之心,不可有.防人之心,不可無.此戒疎於慮也.
(해인지심,불가유.방인지심,불가무.차계소어여야).
寧受人之詐,毋逆人之詐.此警傷於察也.
(영수인지사,무역인지사.차경상어찰야)
二語 存,精明而渾厚矣.(이어 존,정명이혼후의)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은 갖지 말고, 해를 막으려는 마음이 없으면 안된다.」 하였으니,
이는 생각이 소홀함을 경계한 것이다.
「차라리 남에게 속임을 당할지언정 그 속임수를 앞질러 염려치 말라」하였으니,
이는 살피는 정도가 지나침을 경계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말을 마음에 간직한다면 생각이 밝아지고 덕행이 두터워질 것이다.
130
毋因群疑而阻獨見.毋任己意而廢人言.(무인군의이조독견.무임기의이폐인언)
毋私小惠而傷大體.毋借公論而快私情.(무사소혜이상대체.무차공논이쾌사정)
뭇 사람이 의심한다 하여 자기의 생각을 막지 말며, 내 뜻에 맡겨 남의 말을 버리지 말며,
작은 은혜를 사사로이 여겨 대체를 손상하지 말며, 공론을 빌어 사정을 해결하지 말라
131
善人未能急親,不宜預揚,恐來讒讚之奸.(선인미능급친,불의예양,공내참찬지간)
惡人未能輕去,不宜先發,恐招媒蘖之禍.(악인미능경거,불의선발,공초매얼지화)
선한 사람과 빨리 친해질 수 없거든 미리 칭찬하지 말라. 참소하여 이간하는 간사가 있을까 두렵다.
악한 사람을 가볌게 버릴 수 없거든 먼저 발설하지 말라. 뜻밖의 재앙을 부를까 두렵다.
132
靑天白日的節義,自暗室屋漏中培來.(청천백일적절의,자암실옥누중배내).
旋乾轉坤的經綸,自臨深履薄處操出 .(선건전곤적경윤,자임심이박처조출).
청천백일처럼 빛나는 절의도 어두운 방 한편 구석에서 길러 온 것이고,
건곤을 휘두르는 경륜도 깊은 곳에 임한 듯이, 살얼음을 밟은 듯이 조심스레 함으로써 얻은 것이다.
133
父慈子孝,兄友弟恭,終做到極處,俱是合當如此.
(부자자효,형우제공,종주도극처,구시합당여차).
著不得一毫感激的念頭.(저부득일호감격적염두).
如施者任德 受者懷恩,便是路人,便成市道.
(여시자임덕 수자회은,변시노인,변성시도)
어버이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며,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경하여서 비록 극진한 데에 이르렀다할지라도
그것은 모두 마땅히 그러했다 할 것인, 털끝만큼도 감격하는 생각을 두어서는 안된다.
만일 베푸는 자가 덕으로 자처하고 받는 자가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는 길가는 행인과 같아,
곧 장사꾼의 도를 이루는 것이다.
134
有姸,必有醜爲之對.我不誇姸,誰能醜我? (유연,필유추위지대.아부과연,수능추아)?
有潔,必有汚爲之仇.我不好潔,誰能汚我? (유결,필유오위지구.아불호결,수능오아)?
고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있어 대가 되나니, 내가 고움을 자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추하다 하랴,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있어서 대가 되나니, 내가 깨끗함을 좋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더럽다 하랴.
135
炎凉之態,富貴更甚於貧賤.妬忌之心,骨肉尤 於外人.
(염양지태,부귀갱심어빈천.투기지심,골육우 어외인)
此處,若不當以冷腸 御以平氣,鮮不日坐煩惱障中矣.
(차처,약부당이냉장 어이평기,선불일좌번뇌장중의)
염량의 태도는 부귀한 자가 빈천한 자보다 심하고,
질투하고 시기함은 육친이 남보다 심하다.
이에 대처함에 있어, 만약 냉철한 마음으로 당하고 평정한 기운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번뇌의 장애 속에 앉지 않는 날이 드물다.
136
功過,不容少混.混則人懷惰墮之心.(공과,불용소혼.혼즉인회타타지심)
恩仇,不可大明.明則人起携貳之志.(은구,불가대명.명즉인기휴이지지)
공로와 허물은 조금도 혼동하지 말 것인즉, 혼동하면 사람들이 게을리 하는 마음을 품는다.
은혜와 원한은 크게 밝히지 말아야 하나니, 밝히면 사람들이 이반의 뜻을 일으키다.
137
爵位,不宜太盛.太盛則危.(작위,불의태성.태성즉위).
能事,不宜盡畢.盡畢則衰.(능사,불의진필.진필즉쇠).
行誼,不宜過高.過高則謗興而毁來.(행의,불의과고.과고즉방흥이훼내).
작위는 너무 성대하지 말아야 하나니, 너무 성대하면 위태롭다.
능한 일은 있는 힘을 다 쓰지 말아야 하나니, 다 쓰면 쇠한다.
행실은 너무 고상하지 말아야 하나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고 허물이 온다.
138
惡忌陰.善忌陽.(악기음.선기양)
故惡之顯者禍淺,而隱者禍深.(고악지현자화천,이은자화심)
善之顯者功小,而隱者功大.(선지현자공소,이은자공대)
악은 숨어 있기를 싫어하고 선은 나타나기를 싫어한다.
그러므로 악이 나타난 것은 재앙이 얕고 숨은 것은 재앙이 깊으며,
선이 나타난 것은 공이 적고 숨은 것은 공이 크다.
139
德者,才之主.才者,德之奴.(덕자,재지주.재자,덕지노)
有才無德,如家無主而奴用事矣,幾何不 而猖狂? (유재무덕,여가무주이노용사의,기하불 이창광)?
덕은 재주의 주인이고, 재주는 덕의 종이니, 재주는 있어도 덕이 없으면
집에 주인이 없어 종이 일을 주장함과 같으니, 그래서야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으랴.
140
鋤奸杜倖,要放他一條去路.(서간두행,요방타일조거노)
若使之一無所容,譬如塞鼠穴者,一切去路,(약사지일무소용,비여색서혈자,일절거노)
都塞盡,則一切好物,俱咬破矣 .(도색진,즉일절호물,구교파의)
간악한 자를 제거하고 아첨하는 무리를 막으려면 그들이 물러갈 수 있는 한 가닥 길을 터 주어야 하나니,
비유컨대 쥐구멍을 막는 자가 달아날 길을 모두 막아 버리면,
쥐가 좋은 기물을 모조리 물어뜯어서 파괴하는 것과 같으니라.
141
當與人同過,不當與人同功.同功則相忌.(당여인동과,부당여인동공.동공즉상기)
可與人共患難,不可與人共安樂.安樂則相仇.(가여인공환난,불가여인공안낙.안낙즉상구)
다른 사함과 험루은 같이할지언정 공은 같이하지 말아야 하나니, 공을 같이하면 서로 시기하게 된다.
남과 환난을 함께 할지언정 안락은 함께 하지 말아야 하나니, 안락하면 서로 원수가 된다.
142
士君子,貧不能濟物者,(사군자,빈불능제물자)
遇人痴迷處,出一言提醒之,遇人急難處,出一言解救之,
(우인치미처,출일언제성지,우인급난처,출일언해구지)
亦是無量功德.(역시무양공덕)
선비로서 가난하여 사람을 구제하지 못하는 자라 해도
다른 사람이 어디서 방황하는 것을 보게 되면 한마디 말로 이끌어 일깨워 주고,
다른 사람의 위급함과 어려움을 보게 되면
한마디 말로써 구해 주는 것도 또한 무량의 공덕이니라.
143
饑則附,飽則 , 則趨,寒則棄,人情通患也.
(기즉부,포즉,즉추,한즉기,인정통환야)
굶주리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달라 가고 차면 버리는 것은 인정의 공통된 병폐이다.
144
君子宜淨拭冷眼,愼勿輕動剛腸.(군자의정식냉안,신물경동강장)
君子宜淨拭冷眼,愼勿輕動剛腸.(군자의정식냉안,신물경동강장)
군자는 냉철한 눈을 깨끗이 닦을 것이요,
삼가 굳센 마음을 가볍게 움직이지 말지니라.
145
德隨量進,量由識長.(덕수양진,양유식장)
故欲厚其德,不可不弘其量.欲弘其量,不可不大其識.
(고욕후기덕,불가불홍기양.욕홍기양,불가불대기식)
덕은 도량에 따라 나아가도, 도량은 식견으로 말미암아 커진다.
그러므로 덕을 두터이 하고자 하면 그 도량을 넓히지 않을 수 없고,
도량을 넓히고자 하면 그 식견을 크게 하지 않을 수 없다.
146
一燈螢然,萬雷無聲.此吾人初入宴寂時也.(일등형연,만뢰무성.차오인초입연적시야)
曉夢初醒,群動未起.此吾人初出混沌處也.(효몽초성,군동미기.차오인초출혼돈처야)
乘此而一念廻光,炯然返照,(승차이일염회광,형연반조)
始知耳目口鼻皆桎梏,而情欲嗜好悉機械矣.(시지이목구비개질곡,이정욕기호실기계의)
등잔불이 반딧불처럼 깜박거리고 만뢰가 고요함 밤은 우리가 비로소 편히 잠들 때이다.
새벽 꿈에서 막 깨어나고 뭇 움직임이 아직 일어나지 않음은 우리가 비로소 혼돈에서 벗어날 때이다.
이때를 틈타서 일념의 빛을 돌려 환하게 자신을 비춰 보면
비로소 이·목·구·비가 모두 질곡이고 정욕·기호가 다 마음을 해치는 기계임을 알게 되리라.
147
反己者,觸事皆成藥石.尤人者,動念卽是戈矛.
(반기자,촉사개성약석.우인자,동염즉시과모)
一以闢衆善之路,一以濬諸惡之源,相去天壤矣.
(일이벽중선지노,일이준제악지원,상거천양의)
내 몸을 반성하는 자는 부딪치는 일마다 모두 약석이 되고,
남을 탓하는 자는 생각하는 것마다 모두 스스로를 해치는 병인이 된다.
하나는 이것으로 모든 선의 길을 열고,
하나는 이것으로 모든 악의 근원을 이루나니, 이 두 가지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니라.
148
事業文章,隨身銷毁,而精神萬古如新.(사업문장,수신소훼,이정신만고여신)
功名富貴,逐世轉移,而氣絶千載一日.(공명부귀,축세전이,이기절천재일일)
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군자신부당이피역차야).
사업과 문장은 몸을 따라 사라지지만 정신은 만고에 새로우며,
공명과 부귀는 세상을 따라 옮겨가지만 기절은 천재가 하루 같나니,
군자는 진실로 저것으로 이것을 바꾸지 말지니라.
149
魚網之設,鴻則罹其中.螳螂之貪,雀又乘其後.(어망지설,홍칙이기중.당낭지탐,작우승기후)
機裡藏機,變外生變.智巧,何足恃哉? (기이장기,변외생변.지교,하족시재)?
고기 그물을 쳐 놓으니 기러기가 그 속에 걸리고, 미얀마제비가 먹이를 탐하는 곳에 참새가 또 그 뒤를 노려서,
기틀 속에 기틀이 있고 이변 밖에 또 이변이 생기나니, 사람의 지혜와 재주를 어찌 족히 믿으랴.
150
作人,無點眞懇念頭,便成個花子,事事皆虛.(작인,무점진간염두,변성개화자,사사개허)
涉世,無段圓活機趣,便是個木人,處處有碍.(섭세,무단원활기취,변시개목인,처처유애)
사람이 되어 한 점의 참된 생각이 없으면 곧 거지와 같아 일마다 허망할 것이며,
세상을 건넘에 있어 일단의 원활한 맛이 없으면 이는 곧 장승이니, 가는 곳마다 장애가 되리라.
151
水不波則自定,鑑不峠則自明.(수불파칙자정,감불상칙자명)
故心無可 (고심무가)
淸,去其混之者而淸自現.(청,거기혼지자이청자현)
樂不必尋,去其苦之者而樂自存.(낙불필심,거기고지자이낙자존)
물은 물결 아니면 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리지 않으면 절로 맑다.
그러므로 마음은 애써 맑게 할 필요없이
그 흐리게 하는 것을 없애 버리면 맑음이 절로 나타나며,
즐거움도 반드시 찾을 것이 아니라. 그 괴롭게 하는 것을 버리면 즐거움이 절로 있으리라.
152
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염이범귀신지금),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
一事而釀子孫之禍,最宜切戒.(일사이양자손지화,최의절계).
한 생각으로 귀신의 금계를 범하며,
한 말로 천지의 화기를 상하며,
한 일로 자손의 재앙을 빚나니, 가장 절실히 경계할 것이니라.
153
事有急之不白者,寬之或自明,躁急以速其忿.
(사유급지불백자,관지혹자명,조급이속기분)
人有操之不從者,縱之或自化,操切以益其頑.
(인유조지부종자,종지혹자화,조절이익기완 )
급하게 서둘러서 밝혀지지 않던 일도 너그럽게 하면 혹 절로 밝혀지는 수가 있으니,
조급히 서둘러 그 분을 부르지 말 것이며,
부려도 쫓지 않던 사람이 놓아두면 혹 따르는 수가 있으니,
심하게 부려서 그 완고함을 더하지 말라.
154
節義傲靑雲,文章高白雲,(절의오청운,문장고백운)
若不以德性陶鎔之,終爲血氣之私 技能之末.(약불이덕성도용지,종위혈기지사 기능지말)
절의가 청운도 내려다보고, 문장이 백설보다 높을지라도,
만약 덕성으로 도야된 것이 아니라면 마침내 혈기의 사행이 되고, 기능의 말단이 될 뿐이니라.
155
謝事,當謝於正盛之時.(사사,당사어정성지시)
居身,宜居於獨後之也 (거신,의거어독후지야)
일을 사양하고 물러서는 것은 마땅히 전성의 때를 가려서 할 것이요,
몸을 두는 것은 마땅히 홀로 뒤떨어진 곳을 가려서 살지니라.
156
謹德,須謹於至微之事.(근덕,수근어지미지사)
施恩,務施於不報之人.(시은,무시어불보지인).
덕을 삼가는 것은 모름지기 지극히 미세한 것을 삼갈 것이요,
은혜를 베푸는 것은 갚지 못할 사람에게 베풀기를 힘쓸지어다.
157
交市人,不如友山翁.(교시인,불여우산옹)
謁朱門,不如親白屋.(알주문,불여친백옥)
聽街談巷語,不如聞樵歌牧詠.(청가담항어,불여문초가목영)
談今人失德過擧,不如述古人嘉言懿行.(담금인실덕과거,불여술고인가언의행)
시정사람은 사귐은 산촌의 늙은이를 벗함만 같지 못하며,
권문에 뵈임은 띠집을 친함만 같지 못하며,
거리와 동네의 뜬소문을 들음은 초부와 목동의 노래를 들음만 같니 못하며,
지금 사람의 실덕과 허물있는 행동을 말함은 옛 사람의 아름다운 말과 맑은 행실을 논함만 같지 못하다.
158
德者,事業之基.未有基不固而棟宇堅久者.
(덕자,사업지기.미유기불고이동우견구자)
덕은 사업의 기초이니라.
기초가 굳지 않고서 집이 오래가는 법은 없느니라.
159
心者,後裔之根.未有根不植而枝葉榮茂者.
(심자,후예지근.미유근불식이지엽영무자)
마음은 후예의 뿌리이나니,
뿌리가 심어지지 않고서 가지와 잎이 무성할 수는 없느니라.
160
前人云,{抛却自家無盡藏,沿門持鉢效貧兒}.
(전인운,{포각자가무진장,연문지발효빈아}.
又云,{暴富貧兒休說夢,誰家 裡火無烟}.
(우운,{폭부빈아휴설몽,수가 이화무연}.
一箴自味所有.一箴自誇所有.可爲學問切戒.
(일잠자미소유.일잠자과소유.가위학문절계)
옛 사람이 말하기를 「제 집의 무진장을 버리고서 남의 집 문전을 따라 바릿대를 들고 거지를 본 뜬다.」하였고,
또 「갑자기 부자가 된 거지야! 꿈같은 이야길랑 그만두어라, 자기 부엌인들 불 때면 연기 없으랴」했다.
이는 스스로 가진 것에 대한 몽매함을 경계하고,
하나는 스스로 소유에 대해 자랑을 경계한 것이니, 학문의 절실한 경계가 되리라.
161
道是一種公衆物事,當隨人而接引.(도시일종공중물사,당수인이접인)
學是一個尋常家飯,當隨事而警.(학시일개심상가반,당수사이경)
도는 공중의 것이니 마땅히 사람에 따라 이끌어 인도할 것이요,
학문은 날마다 먹는 끼니이니 마땅히 일에 따라 경계하며 깨우쳐야 한다.
162
信人者,人未必盡誠.己則獨誠矣.(신인자,인미필진성.기칙독성의)
疑人者,人未必皆詐.己則先詐矣.(의인자,인미필개사.기칙선사의)
사람을 믿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성실한 것은 아닌데도 자기만은 홀로 성실하기 때문이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속이는 것은 아닌데도 자기가 먼저 속이기 때문이다.
163
念頭寬厚的,如春風煦育,萬物遭之而生.(염두관후적,여춘풍후육,만물조지이생)
念頭忌刻的,如朔雪陰凝,萬物遭之而死.(염두기각적,여삭설음응,만물조지이사)
생각이 너그럽고도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포근하게 안아 기르는 것과도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살고,
생각이 편협하고 각박한 사람은 북녘 땅의 눈이 차게 얼어붙게 하는 것과도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죽는다.
164
爲善,不見其益,如草裡東瓜,自應暗長.(위선,불견기익,여초이동과,자응암장).
爲惡,不見其損,如庭前春雪,當必潛消.(위악,불견기손,여정전춘설,당필잠소)
선을 행하고도 그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은 풀속의 동과 와도 같아서 모르는 중에 절로 자라나고,
악을 행하고도 그 손해를 보지 않음은 뜰 앞의 봄눈과도 같아서 반드시 남모르게 스러진다.
165
遇故舊之交,意氣要愈新.(우고구지교,의기요유신)
處隱微之事,心迹宜愈顯.(처은미지사,심적의유현)
待衰朽之人,恩禮當愈隆.(대쇠후지인,은예당유융)
옛 친구를 만나면 의기를 더욱 새롭게 하고,
은밀한 일에 처하면 마음을 더욱 분명히 하며
물운한 사람을 대우함에 있어서는 더욱 은례를 융숭하게 하여야 한다.
166
勤者,敏於德義,而世人借勤而濟其貧.(근자,민어덕의,이세인차근이제기빈)
儉者,淡於貨利,而世人假儉以飾其吝.(검자,담어화이,이세인가검이식기인).
君子持身之符,反爲小人營私之具矣,惜哉 (군자지신지부,반위소인영사지구의,석재)
부지런함은 덕의에 민첩함이어늘 세상 사람은 부지런함을 빌어서 그 가난을 건지고,
검박은 재물의 이로움에 담박함이어늘 세상 사람은 검박을 빌어서 그 인색함을 꾸민다.
군자의 몸을 지키는 신부가 도리어 소인의 사리를 영위하는 도구가 되니, 애석하도다.
167
憑意興作爲者,隨作則隨止,豈是不退之輪? (빙의흥작위자,수작즉수지,기시불퇴지윤)?
從情識解悟者,有悟則有迷,終非常明之燈.(종정식해오자,유오즉유미,종비상명지등).
한때 뜻이 일어남을 빌어 시작한 일은 시작하자마자 곧 멈추나니, 이 어찌 물러서지 않는 수레바퀴가 되랴.
한때 감정의 의식에 좇아 얻은 깨달음은 깨닫자마자 곧 흐려지게 되나니, 결국 늘 밝아 있는 등불은 되지 못한다.
168
人之過誤,宜恕,而在己則不可恕.(인지과오,의서,이재기즉불가서)
己之困辱,當忍,而在人則不可忍.(기지곤욕,당인,이재인즉불가인)
남의 허물은 마땅히 용서해야겠지만 나의 허물은 용서해서는 안 되며,
내 곤욕은 마땅히 참아야겠지만 남에게 있는 것은 참아서는 안 된다.
169
能脫俗,便是奇.作意尙奇者,不爲奇而爲異
(능탈속,변시기.작의상기자,불위기이위이)
不合汚,便是淸.絶俗求淸者,不爲淸而爲激.
(불합오,변시청.절속구청자,불위청이위격)
능히 세속을 벗어나면 이것이 바로 기인이다. 짐짓 뜻을 지어 신기함을 숭상하는 자는,
기인이 되지 못하고 괴이한 사람이 된다.
세속의 더러움에 섞이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청백이다. 세속을 끊어서 청백을 구하는 것은,
청백이 되지 못하고 과격이 된다.
170
恩宜自淡而濃.先濃後淡者,人忘其惠.(은의자담이농.선농후담자,인망기혜)
威宜自嚴而寬.先寬後嚴者,人怨其酷.(위의자엄이관.선관후엄자,인원기혹)
은혜는 마땅히 옅음에서 짙음으로 나아가야 하나니, 먼저 짙고 뒤에 옅으면 사람은 그 은헤를 잊는다.
위엄은 마땅히 엄격함에서 너그러움으로 나아가야 하나니, 먼저 너그럽고 뒤에 엄하면 사람이 그 혹독함을 원망한다.
171
心虛則性現.不息心而求見性,如撥波覓月.(심허즉성현.불식심이구견성,여발파멱월)
意淨則心淸.不了意而求明心,如索鏡增塵.(의정즉심청.불요의이구명심,여색경증진)
마음이 비면 본성이 나타나나니, 마음을 뒤지 않고 본성 보기를 구함은, 물결을 헤치면서 달을 찾음과 같다.
뜻이 고요하면 마음이 밝아지나니, 뜻을 밝게 하지 않고 마음 밝기를 구함은, 거울을 찾아서 먼지를 더함과 같으니라.
172
我貴而人奉之,奉此峨冠大帶也.(아귀이인봉지,봉차아관대대야)
我賤而人侮之,侮此布衣草履也.(아천이인모지,모차포의초이야)
然則原非奉我,我胡爲喜? 原非侮我,我胡爲怒? (연즉원비봉아,아호위희? 원비모아,아호위노)?
내 몸이 귀하게 되어 남이 나를 받듦은 이 높은 관과 큰 때를 받드는 것이며,
내 몸이 천하게 되어 남이 나를 업신여김은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디 나를 업신여김이 아니니, 내 어찌 노여워하리요.
173
爲鼠常留飯,憐蛾不點燈.(위서상유반,연아불점등).
古人此等念頭,是吾人一點生生之機.(고인차등염두,시오인일점생생지기)
無此,便所謂{土木形骸}而已.(무차,변소위{토목형해}이이).
「쥐를 위하여 항상 밥을 남기고, 불나방을 불쌍히 여겨 등잔에 불을 켜지 않는다」고 했으니,
옛 사람의 이런 생각이야말로 우리 인간의 한 점 생생발전의 기틀인 것이다.
이것이없으면 이른바 토목의 형해일 뿐이다.
174
心體,便是天體.(심체,변시천체)
一念之喜,景星慶雲.一念之怒,震雷暴雨.
(일염지희,경성경운.일염지노,진뇌폭우)
一念之慈,和風甘露.一念之嚴,烈日秋霜.
(일염지자,화풍감노.일염지엄,열일추상)
何者少得? 只要隨起隨滅,廓然無碍,便與太虛同體.
(하자소득? 지요수기수멸,곽연무애,변여태허동체).
심체는 곧 천체와 같은지라,
일념의 기쁨은 반짝이는 별이며 상서로운 구름이고,
일념의 노여움은 진동하는 우레이며 쏟아지는 폭우이고,
일념의 자비는 화창한 바람이며 단 이슬이고, 일념의 엄숙함은 뜨거운 햇볕이며 가을 서리이니,
어느 것인들 없어서야 되겠는가.
다만 때에 맞추어 일어나고 사라져서 조금도 거리낌이 없어야만,
태허와 더불어 본체를 함께 하리라.
175
無事時,心易昏冥,宜寂寂而照以惺惺.(무사시,심이혼명,의적적이조이성성).
有事時,心易奔逸,宜惺惺而主以寂寂.(유사시,심이분일,의성성이주이적적).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우니, 마땅히 고요히 하여서 밝은 지혜로 비출 것이며,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흩어지기 쉬우니, 마땅히 밝은 지혜로 일깨우되 고요함을 주로 해야 하느니라.
176
議事者,身在事外,宜悉利害之情.(의사자,신재사외,의실이해지정).
任事者,身居事中,當忘利害之慮.(임사자,신거사중,당망이해지여).
일을 의논하는 이는 몸을 일밖에 두어서 이해의 실정을 알아야 하고,
일을 맡은 이는 몸을 일 안에 두어서 이해의 생각을 잊어야 한다.
177
士君子處權門要路,操履要嚴明,心氣要和易.(사군자처권문요노,조이요엄명,심기요화이)
毋少隨而近腥 之黨,亦毋過激而犯蜂 之毒.(무소수이근성 지당,역무과격이범봉 지독)
선비가 권문요로에 있으면 몸가짐을 엄정·명백하게 해야 하고, 심기를 화평하게 하여야 하나니,
조금이라도 비린내나는 무리를 따라 가까이하지 말 것이며, 너무 격렬하여서 소인의 독을 범한 자도 말지니라.
178
標節義者,必以節義受謗.榜道學者,常因道學招尤.(표절의자,필이절의수방.방도학자,상인도학초우).
故君子不近惡事,亦不立善名.(고군자불근악사,역불입선명)
只渾然和氣,裳是居身之珍.(지혼연화기,상시거신지진).
절의를 표방하는 자는 반드시 절의로 인해 비난을 받고,
도학을 표방하는 자는 항상 도학으로 인하여 허물을 부른다.
그러므로 군자는 나쁜 일을 가까이하지 않고 또한 좋은 이름도 세우지 않나니,
다만 혼연한 화기만이 몸을 보전하는 보배가 되느니라.
179
遇欺詐的人,以誠心感動之,(우기사적인,이성심감동지)
遇暴戾的人,以和氣薰蒸之,(우폭여적인,이화기훈증지)
遇傾邪私曲的人,以名義氣節激勵之,(우경사사곡적인,이명의기절격여지)
天下無不入我陶冶中矣.(천하무불입아도야중의).
속이기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성심으로 감동시키고,
포악한 사람을 만나면 화기로 훈화하며,
사악에 기울어져 사리만을 꾀하는 자를 만나면 대의명분과 기개 절조로 격려한다면
천하에 내 도야안에 들어오지 않을 자 없으리라.
180
一念慈祥,可以 釀兩間和氣.(일염자상,가이 양양간화기)
寸心潔白,可以昭垂百代淸芬.(촌심결백,가이소수백대청분)
한 생각 자상은 천지간의 화기를 빚을 것이요,
한 치 마음의 결백은 향기로운 이름을 백대에 밝게 드리우리라.
181
陰謀怪習 異行奇能,俱是涉世的禍胎.(음모괴습 이행기능,구시섭세적화태)
只一個庸德庸行,便可以完混沌而召平和.(지일개용덕용행,변가이완혼돈이소평화)
비밀스런 모략, 괴상한 버릇, 이상한 행동, 기이한 재주는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재앙의 씨가 된다.
단지 평범한 덕행만이 본성을 온전히 하여 화평을 부르리라.
182
語云,{登山耐側路,踏雪耐危橋},一耐字極有意味.
(어운,{등산내측노,답설내위교},일내자극유의미).
如傾險之人情 坎 之世道,(여경험지인정 감 지세도)
若不得一耐字撑持過去,幾何不墮入榛莽坑塹哉?
(약부득일내자탱지과거,기하부타입진망갱참재)?
옛말에 「산을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을 때는 위태한 다리를 견뎌라」고 하였나니,
내 한 글자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음험한 인정과 험난한 세상길을
만약「견딜 내」] 한 글자로 지탱하여 지나가지 않는다면 어찌 가시덤불이나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지 않으랴.
183
誇逞功業,炫耀文章,皆是 外物做人.(과영공업,현요문장,개시 외물주인).
不知心體瑩然,本來不失,(부지심체형연,본내불실)
卽無寸功隻字,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즉무촌공척자,역자유당당정정주인처).
공과 업을 뽐내고 문장을 자랑함은, 그들이 외물에 기대어 이루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본체가 밝아서 그 본래의 면목을 잃지 않으면,
비록 한치의 공업이나 한낱 문장이 없다 해도 스스로 정정당당한 사람이 됨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184
忙裡,要偸閒,須先向閒時討個杷柄.(망이,요투한,수선향한시토개파병)
鬧中,要取靜,須先從靜處立個主宰.(요중,요취정,수선종정처입개주재).
不然,未有不因境而遷 隨事而靡者.(불연,미유불인경이천 수사이미자).
바쁜 중에 한가로움을 얻으려거든 모름지기 먼저 한가로운 때를 향하여 그 자루를 잡아 두라.
시끄러운 속에서 고요함을 취하였거든 모름지기 먼저 고요한 곳으로 쫓아 주재를 세우라.
그렇지 않으면 환경으로 인해 움직이고, 사물에 따라 흔들리지 않은 수 없으리라.
185
不昧己心.不盡人情.不竭物力.(부매기심.부진인정.불갈물역)
三者可以爲天地立心,爲生民立命,爲子孫造福.(삼자가이위천지입심,위생민입명,위자손조복)
내 마음을 어둡게 하지 말며, 남의 괴로운 뜻을 다하지 말며, 물건의 힘을 다 쓰지 말지니,
이 세 가지는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세우며, 백성을 위하여 목숨을 세우며, 자손을 위하여 복을 만든다.
186
居官,有二語 ,曰惟公則生明,惟廉則生威.(거관,유이어,왈유공즉생명,유염즉생위)
居家,有二語 ,曰惟恕則情平,惟儉則用足. (거가,유이어,왈유서즉정평,유검즉용족)
벼슬살이에는 두 마디 말이 있으니, 「오직 공평하면 밝은 지혜가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함이요,
가정살이에는 두 마디 말이 있으니「오직 너그러우면 불평이 없고, 오직 검소하면 쓰는데 있어서 족하다.」함이니라.
187
處富貴之地,要知貧賤的痛.(처부귀지지,요지빈천적통).
當少壯之時,須念衰老的辛酸.(당소장지시,수염쇠노적신산)
부귀한 자리에 있어서 빈천함의 고통을 알아야 하고,
소장의 때에 당해서는 모름지기 노쇠의 신산함을 생각해야 한다.
188
持身,不可太皎潔.一切汚辱坵穢,要茹納得.(지신,불가태교결.일체오욕구예,요여납득)
與人,不可太分明.一切善惡賢愚,要包容得.(여인,불가태분명.일체선악현우,요포용득)
몸가짐을 지나치게 결백하게 하지 말라. 때묻고 더러움을 모두 용납해야 하느니라.
다른 사람과 사귐에는 너무 분명하게 하지 말라. 모든 선악과 현우를 포용해야 하느니라.
189
休與小人仇讐,小人自有對頭.(휴여소인구수,소인자유대두)
休向君子諂媚,君子原無私惠.(휴향군자첨미,군자원무사혜)
소인과 더불어 원수를 맺지 말라. 소인은 스스로 상대가 있느니라.
군자를 향하여 아첨하지 말라. 군자에게는 본디 사사로운 은혜가 없느니라.
190
縱欲之病可醫,而執理之病難醫.(종욕지병가의,이집이지병난의)
事物之障可除,而我理之障難除.(사물지장가제,이아이지장난제).
욕정대로 방종하는 병은 고칠 수 있어도 이론에 집착하는 병은 고치기 어려우며,
사물의 장애는 없앨 수 있어도 의리의 장애는 없앨 수 없다.
191
磨礪者,當如百煉之金.急就者,非邃養.(마여자,당여백연지금.급취자,비수양)
施爲者,宜似千鈞之弩.輕發者,無宏功.(시위자,의사천균지노.경발자,무굉공).
몸을 갈고 닦음은 마땅히 백 번 단련한 쇠와 같아야 한다. 급하게 나아가는 것은 깊은 수양이 아니다.
일을 시행하는 자는 의당히 천근의 쇠뇌와 같이 하여야한다. 가볍게 발하는 것은 큰공이 없다.
192
寧爲小人所忌毁,毋爲小人所媚悅.(영위소인소기훼,무위소인소미열)
寧爲君子所責修,毋爲君子所包容.(영위군자소책수,무위군자소포용).
차라리 소인의 꺼리고 비방하는 바가 될지언정 소인의 아첨하고 좋아하는 바는 되지 말며,
차라리 군자의 꾸짖어 바로 잡는 바는 될지언정 군자의 포용하는 바는 되지 말라.
193
好利者,逸出於道義之外,其害顯而淺.(호이자,일출어도의지외,기해현이천)
好名者,竄入於道義之中,其害隱而深.(호명자,찬입어도의지중,기해은이심)
이욕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의 밖에 벗어나서 그 해가 나타나지만 얕고,
이름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의 속으로 숨어들어서 그 해가 보이지 않지만 깊다.
194
受人之恩,雖深不報,怨則淺亦報之.(수인지은,수심불보,원즉천역보지)
聞人之惡,雖隱不疑,善則顯亦疑之.(문인지악,수은불의,선즉현역의지)
此刻之極 薄之尤也.宜切戒之.(차각지극 박지우야.의절계지).
남의 은혜를 받는 것이 비록 깊다할지라도 보답하지 아니하고 원한은 그것이 얕아도 보답하며,
남의 악을 들으면 비록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 해도 의심하지 않고, 선은 나타난 것이라도 의심하나니,
이는 각박함이 극히 심한 것이다. 절실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195
受人之恩,雖深不報,怨則淺亦報之.(수인지은,수심불보,원칙천역보지)
聞人之惡,雖隱不疑,善則顯亦疑之.(문인지악,수은불의,선칙현역의지)
此刻之極 薄之尤也.宜切戒之.(차각지극 박지우야.의절계지)
남을 참소하고 비방하는 사람은 마치 조각구름이 햇빛을 가리움과도 같아서 멀지않아 절로 밝아지고, '
'아양떨고 아첨하는 사람은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살결에 스며듦과도 같아서 그 해로움을 깨닫지 못한다.
196
山之高峻處無木,而谿谷廻環,則草木叢生.(산지고준처무목,이계곡회환,즉초목총생)
水之湍急處無魚,而淵潭停蓄,則魚鼈聚集.(수지단급처무어,이연담정축,즉어별취집)
此高絶之行 急之衷,君子重有戒焉.(차고절지행 급지충,군자중유계언)
산이 높고 험한 곳에는 나무가 없으나 계곡이 감도는 곳엔 초목이 총생하며,
물살이 급한 곳에는 고기가 없으나 못물이 괴면 어별이 모여드나니,
이것이 군자가 너무 고상한 행실과 성급한 마음을 경계하는 까닭이다.
197
建功立業者,多虛圓之士.(건공입업자,다허원지사)
事失機者,必執拗之人.(사실기자,필집요지인)
공을 세우고 사업을 이루는 사람은 대개 허심탄회한 사람이며,
일을 그르치고 기회를 잃는 사람은 반드시 집요한 사람이다.
198
處世,不宜與俗同,亦不宜與俗異.(처세,불의여속동,역불의여속이)
作事,不宜令人厭,亦不宜令人喜.(작사,불의영인염,역불의영인희).
세상에 처함에 있어서는 세속과 같이 하여도 안 되고, 또한 세속과 달리 하여도 안 되며,
일을 함에 있어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싫어하도록 하여도 안 되고, 또한 기뻐하도록 하여도 안 된다.
199
日旣暮而猶烟霞絢爛,歲將晩而更橙橘芳馨.
(일기모이유연하현난,세장만이갱등귤방형)
故末路晩年,君子更宜精神百倍.
(고말노만연,군자갱의정신백배)
하루 해가 이미 저물었어도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고,
한 해가 장차 저물려 하는데도 다시 등자와 귤이 꽃다음 향기를 풍기나니
이런 까닭에 일생의 말로 인 만년을, 군자는 다시 마땅히 정신을 백 배나 더해야 할 것이다.
200
鷹立如睡,虎行似病,正是他攫人三人手段處.
(응입여수,호행사병,정시타확인삼인수단처)
故君子要聰明不露 才華不逞,裳有肩鴻任鉅的力量.
(고군자요총명불노 재화불영,상유견홍임거적역양).
매가 서 있는 모습은 조는 것 같고, 범이 가는 모습은 병든 것 같으니,
이것이 바로 그것들이 사람을 움켜잡고 무는 수단인 것이다.
고로 군자는 총명과 빛나는 재능을 숨겨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큰 임무를 어깨에 짊어질 역량을 갖추게 된다.
201
儉美德也.過則爲?吝,爲鄙嗇,反傷雅道.
(검미덕야.과칙위?인,위비색,반상아도)
讓懿行也.過則爲足恭,爲曲謹,多出機心.
(양의행야.과칙위족공,위곡근,다출기심)
겸양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이 되고
비루함이 되어서, 도리어 맑은 도리를 손상시킨다.
겸양은 아름다운 행실이지만 지나치면 과공이 되고 곡근이 되나니,
이런 것은 흔히 불순한 동기가 들어 있는 마음에서 나온다.
202
毋憂拂意.毋喜快心.毋恃久安.毋憚初難.
(무우불의.무희쾌심.무시구안.무탄초난)
일이 뜻에 어긋난다. 하여 근심하지 말며, 마음에 흡족하다 하여 기뻐하지 말며,
오래 편안하다 하여 믿지 말며, 처음 맞는 어려움을 꺼리지 말라.
203
飮宴之樂多,不是個好人家.(음연지낙다,불시개호인가).
聲華之習勝,不是個好士子.(성화지습승,부시개호사자).
名位之念重,不是個好臣士.(명위지염중,부시개호신사).
술마시며 잔치하는 즐거움이 많으면 좋은 사람이 아니고,
빛나는 명성을 좋아하는 버릇이 강하면 훌륭한 선비가 아니며,
높은 지위를 생각함이 간절하면 어진 신하가 아니다.
204
世人以心肯處爲樂,却被樂心引在苦處.(세인이심긍처위낙,각피낙심인재고처)
達士以心拂處爲樂,終爲苦心換得樂來.(달사이심불처위낙,종위고심환득낙내)
세상 사람은 마음에 맞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다가 도리어 즐거움 마음에 이끌리어 괴로운 곳에 있게 되고,
통달한 선비는 마음에 어긋나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다가 마침내 괴로운 마음이 즐거움으로 바뀌어 오느니라.
205
世人以心肯處爲樂,却被樂心引在苦處.(세인이심긍처위낙,각피낙심인재고처)
達士以心拂處爲樂,終爲苦心換得樂來.(달사이심불처위낙,종위고심환득낙내)
가득 찬 데 있는 자는 마치 물이 넘치려 하면서 아직 넘치지 않음과 같으니, 한 방울 물도 다시 더함을 극히 꺼리며,
위급한 데 처한 자는 마치 나무가 꺾이려 하면서도 아직 꺾이지 않음과 같으니, 조금이라도 더 건드리는 것을 극히 꺼린다.
206
冷眼觀人.冷耳聽語.冷情當感.冷心思理.
(냉안관인.냉이청어.냉정당감.냉심사이)
냉철한 눈으로 사람을 보며,
냉철한 귀로 말을 들으며 냉철한 정으로 느낌에 당하며,
냉철한 마음으로 도리를 생각하라.
207
仁人,心地寬舒.便福厚而慶長,事事成個寬舒氣象.
(인인,심지관서.변복후이경장,사사성개관서기상)
鄙夫,念頭迫促.便祿薄而澤短,事事得個薄促規模.
(비부,염두박촉.변녹박이택단,사사득개박촉규모).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너그러우니 복이 두텁고 경사가 오래 계속되며 일마다 너그러운 기상을 이루지만,
비루한 사람은 생각이 좁으니 복을 받음이 박하고 자손에게 미치는 은택도 짧으며 일마다 옹색한 규모를 이룬다.
208
聞惡,不可就惡.恐爲讒夫洩恕.(문악,불가취악.공위참부설서)
聞善,不可急親.恐引奸人進身.(문선,불가급친.공인간인진신)
남의 악을 들을지라도 곧 미워하지 말라. 참소하는 자의 분풀이가 아닐까 두렵다.
선한 말을 들을지라도 급하게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의 진출을 이끌어 줌이 아닐까 두렵다.
209
性燥心粗者,一事無成.(성조심조자,일사무성)
心和氣平者,百福自集.(심화기평자,백복자집)
성질이 조급하고 마음이 거친 자는 한 가지 일도 이룸이 없고,
마음이 유화하고 기운이 평순한 자는 백 가지 복이 절로 모인다.
210
用人,不宜刻.刻則思效者去.(용인,불의각.각즉사효자거)
交友,不宜濫.濫則貢諛者來.(교우,불의남.남즉공유자내)
사람을 씀은 각박하게 하지 말아야 하나니, 각박하면 힘을 다하여 일하려던 자가 떠나간다.
벗을 사귐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하나니, 함부로 하면 아첨하는 자가 온다.
211
風斜雨急處,要立得脚定.(풍사우급처,요입득각정)
花濃柳艶處,要着得眼高.(화농유염처,요착득안고)
路危徑險處,要回得頭早.(노위경험처,요회득두조)
바람이 비껴 불고 빗발이 급한 곳에서는 다리를 꿋꿋이 세워야 하고,
꽃이 만발하고 버들 빛 아름다운 곳에서는 눈을 높이 들어 보아야 하고
길이 위험하고 경사진 도로에서는 머리를 빨리 돌려야 한다.
212
節義之人,濟以和衷,裳不啓忿爭之路.(절의지인,제이화충,상불계분쟁지노)
功名之士,承以謙德,方不開嫉妬之門.(공명지사,승이겸덕,방불개질투지문)
절의를 숭상하는 사람은 온화한 마음으로 구제하여야만 비로소 성내어 다투는 길을 열지 않고,
공명이 있는 사람은 겸양의 덕으로 보충하여야만 바야흐로 질투의 문을 열지 않는다.
213
士大夫居官,不可竿牘無節.要使人難見,以杜倖端.
(사대부거관,불가간독무절.요사인난견,이두행단)
居鄕,不可崖岸太高.要使人易見,以敦舊好.
(거향,불가애안태고.요사인이견,이돈구호)
사대부가 벼슬살이할때 편지를 절도없게 해서는 안되니,
사람으로 하여금 만나기 어렵게 해서 요행을 얻는 실마리를 막아야 하며,
시골에 살고 있을 때는 자세를 너무 높이 해서는 안되나니,
사람으로 하여금 만나기 쉽게 하여 옛 정의를 두텁게 하여야 한다.
214
大人不可不畏.畏大人則無放逸之心.(대인불가불외.외대인칙무방일지심)
小民亦不可不畏.畏小民則無豪橫之名 .(소민역불가불외.외소민칙무호횡지명).
대인은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되나니, 대인을 두려워하면 방종한 마음이 없고,
백성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되나니, 백성을 두려워하면 횡포하다는 이름이 없다.
215
事稍拂逆,便思不如我的人,則怨尤自消.(사초불역,변사불여아적인,칙원우자소)
心稍怠荒,便思勝似我的人,則精神自奮.(심초태황,변사승사아적인,칙정신자분)
일이 조금 뜻에 어긋날 때는 나만 못한 사람을 생각하면 원망하고 탓하는 마음이 절로 사라진다.
마음이 조금 게을러질 때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면 정신이 절로 분발한다.
216
不可乘喜而輕諾.不可因醉而生嗔.(불가승희이경낙.불가인취이생진).
不可乘快而多事.不可因倦而鮮終.(불가승쾌이다사.불가인권이선종)
기쁘다 하여 가벼이 일을 승낙하지 말며, 취기로 인해 성내지 말며,
유퇴하다 하여 일을 많이 하지 말며, 피곤하다 하여 끝맺음을 소홀히 하지 말라.
217
善讀書者,要讀到手舞足蹈處,方不落筌蹄.
(선독서자,요독도수무족도처,방불낙전제)
善觀物者,要觀到心融神洽時,方不泥迹象.
(선관물자,요관도심융신흡시,방불이적상)
글을 잘 읽는 자는 글을 읽어서 손이 춤추고 발이 뛰는 지경에 이르러야
바야흐로 통발과 올무에 떨어지지 않으며,
사물을 잘 관찰한 자는 사물을 관찰하여 마음과 정신이 융합하는 때에 이르러
바야흐로 바깥으로 나타난 형상에 얽매이지 않는다.
218
天賢一人,以誨衆人之愚,而世反逞所長,以形人之短.
(천현일인,이회중인지우,이세반영소장,이형인지단)
天富一人,以濟衆人之困,而世反挾所有,以凌人之貧.
(천부일인,이제중인지곤,이세반협소유,이능인지빈)
眞天之戮民哉! (진천지육민재)!
하늘이 한 사람을 현명하게 하여서 뭇 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건만,
세상에서는 내 잘함을 뽐내어서 남의 모자람을 드러낸다.
하늘은 한 사람을 부유하게 하여서 뭇사람의 가난함을 건지게 하건만,
세상에는 내 가진 것을 믿고서 남의 가난함을 업신여기니,
진실로 하늘의 무찌름을 받을 사람들이로다.
219
至人,何思? 何慮? (지인,하사? 하여)?
愚人,不識不知,可與論學.亦可與建功.(우인,불식부지,가여논학.역가여건공)
唯中才的人,多一番思慮知識,(유중재적인,다일번사여지식),
便多一番億度猜疑,事事難與下手.(변다일번억탁시의,사사난여하수).
지인이야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근심하랴.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므로 함께 학문을 논할 수도 있고, 또 함께 공업을 세울 수도 있다.
다만 재주가 그 중간인 사람은 사려와 지식이 많으므로
억측과 시의도 많아서 일마다 함께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220
口乃心之門.守口不密,洩盡眞機.(구내심지문.수구불밀,설진진기).
意乃心之足. 防意不嚴,走盡邪蹊.(의내심지족. 방의불嚴,주진사혜).
입은 곧 마음의 문이니, 입을 지킴이 엄밀하지 못하면 마음의 참 기틀이 모두 누설된다.
뜻은 곧 마음의 발이니, 뜻을 막음이 엄격하지 못하면 마음이 옳지 못한 길로 달린다.
221
責人者,原無過於有過之中,則情平.(책인자,원무과어유과지중,칙정평).
責己者,求有過於無過之內,則德進.(책기자,구유과어무과지내,칙덕진).
남을 꾸짖는 자는 허물있는 속에서 허물없음을 살피면 뜻이 평온할 것이요,
나를 꾸짖는 자는 허물없는 속에서 허물있음을 구하면 덕이 나아가리라.
222
子弟者,大人之胚胎.秀才者,士夫之胚胎.(자제자,대인지배태.수재자,사부지배태).
此時,若火力不到 陶鑄不純,(차시,약화역부도 도주불순),
他日,涉世立朝,終難成個令器.(타일,섭세입조,종난성개영기).
자제는 어른의 싹이요 수재는 사부의 싹이다.
이때에 만약 불의 힘이 이르지 못하여 단련이 충분치 못하면,
후일에 세상에 나아가 조정에서 마침내 훌륭한 그릇을 이루기 어려우니라.
223
君子處患難而不憂.當宴遊而 慮.(군자처환난이불우.당연유이 여)
遇權豪而不懼.對 獨而警心.(우권호이불구.대 독이경심).
군자는 환난에 처하여서는 근심하지 않고 연유에 당하여서는 근심하며,
권세있는 자를 만나서는 두려워하지 않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을 만나면 안타까워한다.
224
桃李雖艶,何如松蒼栢翠之堅貞? (도이수염,하여송창백취지견정)?
梨杏雖甘,何如橙黃橘綠之馨冽? (이행수감,하여등황귤녹지형열)?
信乎! 濃夭不及淡久.早秀不如晩成也.(신호! 농요불급담구.조수불여만성야).
복사꽃과 오얏 꽃이 비록 고우나 어찌 저 푸른 송백의 굳고 곧음만 같으며,
배와 살구가 비록 달다 하나 어찌 노란 등자나 푸른 귤의 락은 향기만 하랴.
진실할진저! 너무 고와서 빨리 지는 것은 담박하여서 오래 가느니만 못하고, 조숙이 만성만 못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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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恬浪靜中,見人生之眞境.(풍염낭정중,견인생지진경).
味淡聲希處,識心體之本然. (미담성희처,식심체지본연)
바람 자고 물결 고요한 가운데서 인생의 참 경지를 보고,
맛이 담박하고 소리 드문 곳에서 심체의 본연을 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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