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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노래
시편 8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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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지도 없습니다. 누군가 성전과 성지를 강조한다면 그는 분명 종교 장사꾼일 것입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성전이고 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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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강이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평화를 꿈꾸며 실천하는 주님의 백성에게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이 시는 고라 자손이 지은 시입니다. 고라는 레위 지파에 속한 자로 같은 레위 자손인 모세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고 250명의 회중 대표들과 함께 반기를 들었습니다(민 16:1~3). 결국 고라와 함께 반기를 들었던 이들은 땅이 갈라져 산채로 자신들의 소유물과 함께 삼켜지고 말았습니다. 고라의 반역은 모세에 대한 업신여김이 아니라 하나님을 멸시한 것이었습니다(민 16:30). 때로 정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대의를 위하여 무엇인가 행하는 일들이 하나님을 멸시하는 일은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고라를 따라 반역을 꾀하였던 이들은 다 죽었지만 그의 자손들은 죽지 않았습니다(민 26:11). 성경은 고라의 자손들이 조상 때부터 하여 온 성막 문지기(대상 9:19)의 일을 하였고, 성막 요리사(대상 9:31)의 일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쫓겨 블레셋의 시글락에서 고단한 망명 생활을 할 때 고라 자손들이 찾아와 다윗을 편들었습니다(대상 12:6).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의 왕정 시대를 연 선지자였던 사무엘도 고라의 후손이었고(대상 6:34). 사무엘의 손자인 헤만은 솔로몬의 성전이 완성되기 전까지 성막 앞에서 찬송하는 일을 하였습니다(대상 6:33). 특히 시편에는 고라의 자손이 쓴 시가 11편(42. 44~49, 84~85, 87~88편)이나 됩니다.
조상은 반역 행위에 가담하다 멸망하였지만 그 후손들은 하나님께 헌신하며 복되게 산 고라 후손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에 부역한 이들의 자손들, 또는 우리 근대사에 역사와 민족 앞에 큰 죄를 지은 이들의 후손이 생각납니다. 가정사의 슬픔이 깊고 원한이 사무칠 수도 있지만 그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민족자존과 평화의 행진에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아들 노재현 씨가 보여준 성찰의 태도가 좋습니다.
오늘 시편은 성전 순례자의 노래입니다. 시온을 노래하는 시편들 가운데(46, 48, 76, 87, 122편) 단연 으뜸입니다. “주님의 집 뜰 안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곳에서 지내는 천 날보다 낫기에, 악인의 장막에서 살기보다는, 하나님의 집 문지기로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84:10 새번역) 성전을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오늘 성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지도 없습니다. 누군가 성전과 성지를 강조한다면 그는 분명 종교 장사꾼일 것입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성전이고 성지입니다. 고라의 자손이 지은 오늘의 시편은 일상에서 불러야 할 노래입니다.
하나님, 오늘 제가 서 있는 곳이 성지입니다. 일상이 거룩이 되어야 합니다. 거룩을 살 믿음과 힘을 주십시오.
찬송: 490 주여 지난밤 내 꿈에
2022. 6. 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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