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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우려가 현실이 되나 보다. 노인일자리에 나가는 우리 노모, 대선 전에 함께 일하던 노인들 사이에서 '윤석열이 되면 노인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엄마는 자주 걱정을 내비쳤다.
이제 막 팔십 줄에 접어든 우리 노모는 일주일에 3번, 3시간씩 마을을 청소하거나 풀을 매거나 또는 꽃을 심는다. 그렇게 조촐하게 노동의 시간이 끝나면 십수 명의 노인들과 나무 그늘에 앉아 수다 삼매경을 즐긴다. 농촌 노인일자리의 전형적 풍경.
그렇게 노인일자리에 '출근'하면 한 달에 28만원쯤 돈을 받는다. 그런데 엄마는 돈보다 비슷한 또래를 만나는 게 가장 좋다고 하신다. 노인일자리에 나간 후부터 세상사에 대한 엄마의 질문이 날카로워져 깜짝 놀라곤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함께 떠들기 때문이다. 일자리에 나오는 대부분의 노인들도 마찬가지. 그 일자리마저 없다면 그들의 유일한 선택지라곤 '외로움'이다. 조용한 시골집에 혼자 틀어박혀야 하는 것.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졌을 때 노인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은 "심심해 죽겠다"였다.
작년인가 칼럼을 쓰느라 자료들을 들춰보니, 일자리에 나가는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덜 병원에 간다. 더 건강하다. 우울증과 외로움도 덜 느낀다는 조사들도 수두룩하다. 낙엽을 쓸고, 꽃을 심고, 도로변 잡초를 제거하고, 깔깔 수다를 떨면서 자존감도 챙기고 친목관계를 형성하는 탓이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할수록 빈곤율과 자살율도 줄어든다.
나도 엄마가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일주일에 세 번 그렇게 마실 나가는 게 좋았다. 조끼를 입고 언덕을 내려가 또래 할머니들과 함께 꽃을 심고, 수다를 떠는 그 시간, 아주 소박하지만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이었으니까.
고용부가 엊그제 노인일자리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직접일자리의 경우 1/3 가량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 시골 노모의 우려가 현실이 되려는 모양이다.
나쁜 놈들. '생산성'을 이유로 가난한 노인들의 활력을 뿌리 뽑는 게 그렇게 좋냐. 이윤과 노동생산성으로 측정되지 않지만 더 소중한 노동들이 존재한다. 공동체를 가꾸고 돌보는 노동, 무시되고 지워진 존재들이 자존감을 갖게 하는 노동,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삶의 활력. 외려 노인일자리는 '돌봄 시스템'이 안착되는 방향으로 노동의 종류와 퀄리티가 강화되는 게 맞다. 이렇게 말끔 도려내는 게 아니라.
가난한 노인들의 기쁨마저 뺏어가는 양아치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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