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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공멸보단 상생을 택해야
존 밀턴의 ‘실낙원’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탁월한 고전 중 하나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저지른 범죄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재미난 장면 하나는,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아담에게 건네는 모습입니다. 밀턴은 뱀이 하와에게 “내가 먹어봤는데 너무 좋고, 또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라고 유혹했더니 하와가 냉큼 받아먹었다고 상상합니다. 그런데 하와는 왜 선악과를 아담에게 권했을까요. 밀턴은 두 가지 가능성을 상상합니다. 뱀의 말대로 하나님처럼 변해 지혜와 행복을 누리는 경우와 하나님의 말씀대로 죽게 되는 경우입니다.
밀턴은 하와의 마음을 후자가 지배했기에 아담에게도 선악과를 권했다고 상상합니다. 만약 하나님처럼 변한다는 확신을 했다면 하와는 절대로 그 기쁨을 아담과 공유할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나아가 만일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죽는 경우라면, 하와는 절대 혼자는 죽을 수 없다는 마음에 아담에게도 선악과를 권해 죽음의 길로 초대한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상생보다는 공멸, 즉 함께 죽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17세기 작품이라고 하지만 무섭습니다. 현대인의 이기심을 고스란히 보는 듯합니다. 상생만이 살길입니다.
김종구 목사(세신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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