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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변화된 삶-에티 힐레숨 (패트릭 우드하우스)
패트릭 우드하우스 지음, 이창엽 옮김, 에티 힐레숨: 근본적으로 변화된 삶,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년 6월 18일, 145mm ? 215mm, 240쪽, 정가 14,000원.
원서 제목 Etty Hillesum: A Life Transformed (Bloomsbury, 2009).
ISBN 978-89-97339-71-6 03230
<독서일기>
이 책의 이름은 <에티 힐레숨>이라는 사람의 이름이다. 그런데 책 이름을<근본적으로 변화된 삶>이라고 했으면 좋았을것 같다. '에티 힐레숨'이라는 사람의 삶 보다는 그녀가 예수를 만나고 그의 마음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풍요롭고 소비지향적이며 기독교인들이 '맘몬이즘'에 포로가 된 이 시대는 어쩌면 히틀러의 홀로스코트 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힘든 시대이다. 이 세상의 풍요로움은 기독교인들, 특히 지도자들을 영적으로 너무나도 게으르고 무능하게 만들고 있다. 변화에 대한 고민도 없고 관심도 없고 오로지 '물질'과 '명예'에만 관심이 있는 저주받은 패역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오늘도 세상의 눈치볼 것 없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서로 싸우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 그들이 이런 책을 볼리도 없지만 정말 이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들이다. 물론 그 안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
에티는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첫째, 신앙에 대한 회의론을 중단하고 다시 믿음을 가지라!
둘째, 종교 자체에 대한 협소한 전제를 중단하고 기도하라!
셋째, 쉽게 적을 증오하는 것을 중단하고 상대를 사랑으로 보라!
넷째, 미래에 대한 절망을 중단하고 용기를 가지라! -최용우 씀
1. 책 소개
에티 힐레숨(1914-1943)은 네덜란드 유대인으로서 안네 프랑크보다 열다섯 살이 많았지만 안네보다 1년 반 먼저 아우슈비츠에서 스물아홉 살에 죽었다. 에티의 일기와 편지들은 홀로코스트 시대의 가장 놀라운 신앙고백 문서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에티가 스물일곱 살 때인 1941년 3월, 네덜란드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본격화되던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와 편지들은 그녀가 끔찍한 고통과 슬픔 속에서 참된 자기와 신을 찾고 절망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살아낸 신앙의 투쟁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야만의 시대 한복판에서, 모든 유대인들이 불안과 공포, 증오와 절망에 압도당하던 ‘신 없는 세상’ 한복판에서, 에티는 기도를 통해 내면의 ‘신’을 발견하고 자기 비움과 자기희생의 근본적으로 변화된 삶을 통해 고결한 인간성과 구원의 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모세와 엘리야의 기적을 일으키던 전능하신 하나님은 히틀러 앞에서 철저하게 무능하고, 사람들의 기도에 응답하시던 자비의 하나님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에티가 자기 안에서 발견한 신은 누구/무엇이며, 그 신 앞에 그토록 열심히 무릎 꿇고 무엇을 기도했으며, 그 신에 대한 충성이 그녀의 삶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를 증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수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에티의 일기와 편지들을 탁월하게 정리한 이 책은 영혼과 이웃에 대해 무관심해진 채 불안과 혐오로 무너지는 세상과 교회를 위한 증언이다. 고통 속에서 신앙에 대한 회의, 종교에 대한 협소한 전제, 적에 대한 증오, 미래에 대한 절망을 중단하고 새롭게 믿음과 용기를 가지라고 권고하는 증언이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종교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매우 혼란스럽고 자유분방했던 에티는 러시아 문학을 사랑함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찾았지만, 결국 융 전문가에게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이성의 한계를 깨닫고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만난 후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빛이 되었기 때문이다. 격렬한 내면의 투쟁과 기도, 그리고 특히 릴케의 시를 통해 내면의 안식처를 찾은 에티는 “우리는 영혼으로 숨 쉬며 살아야 한다”고 고백하며, 불안과 공포, 증오심과 적대감이 압도하던 시대에 “우리의 선함과 아름다움은 죽음과 증오보다 더 위대하고 더 깊고 더 지속적이다”라고 확신한다. “신은 우리를 도울 수 없다”는 분명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피신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학살자들에 대한 “증오를 거부함”으로써 극심한 고통과 슬픔 속에서 구원에 이르는 “절망의 용기”를 증언한다.
유대인으로서 신약성서와 아우구스티누스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성장시킨 에티의 이야기는 서구에서 흔히 개신교의 세 원리(오직 믿음, 오직 성서, 오직 은총)를 비판하는 관점에서 많이 인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삶의 조건이 더욱 악화될수록 혐오와 폭력이 더욱 증가하며 또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기독교가 왜, 어떻게 인간의 경험과 신 이해, 그리고 구원론에서 훨씬 더 개방적이며 성육신적이며 수행중심적이며 철저하게 비폭력적일 필요가 있는지를 성찰하도록 도와준다.
2. 저자
패트릭 우드하우스는 영국 성공회 사제이며 저술가이다. 그는 13년 동안 웰즈 대성당의 참사회원이었다. 또한 그는 교구 사제와 사회적 책임 고문으로도 일했다. 그는 Beyond Words라는 관상기도 안내서, With You is the Well of Life, 그리고 Life in the Psalms: Contemporary Meaning in Ancient Texts를 저술했다.
3. 서평
“누구든 이 책의 도움을 받아 그녀에 대해 공부하면 에티가 20세기의 ‘사형수 감방의 철학’을 나타내는 탁월한 전형적 인물로서 시몬 베유, 디트리히 본회퍼, 마리아 스코브소바에 비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악몽 같은 전체주의가 자행한 비인간적 행위의 구렁 속에도 있었던 진정하고, 완전히, 강력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신에 대한 충실함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에티 힐레숨의 글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깊이 읽어야 할 가치가 있으며, 이 책은 그녀가 말하는 것을 깊이, 지속적으로 음미하라는 분명하고 감동적인 초대입니다.” ― Rowan Williams, 캔터베리 대주교
“이 책은 고요한 지성소 안에서, 그리고 소란스러운 감옥 안에서도 적절하다. 어느 곳에서든 어느 때든 적절하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을 맡겨보라. 에티의 이 전기에서 패트릭 우드하우스는 그녀의 이야기를 단지 요약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녀의 삶 속에 깊이 또한 열정적으로 침잠하여 에티가 그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 Paul Oestreicher, Church Times
4. 목차
에티 힐레숨은 누구인가? __ 17
1장. 떠오르는 자아 __ 23
2장. 신을 발견하다 __ 57
3장. 증오를 거부하다 __ 95
4장. 생명을 잃다 __ 127
5장. 다르게 보다 __ 165
6장. 우리 시대를 위한 여성 __ 209
주요 사건들 __ 239
5. 책 속으로
(p. 17) 에티 힐레숨은 1914년 1월 15일 네덜란드 미델부르크라는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아버지 루이스 힐레숨Louis Hillesum 박사는 고전 언어를 가르쳤다. 그녀의 가족은 힐베르숨, 티엘, 빈쇼텐을 거쳐 1924년에 데벤테르로 이사했다. 네덜란드 동부의 중소 도시인 그곳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지역 김나지움의 부교감이었다가 1928년에 교장이 되었으며, 에티는 거기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네덜란드 유대인이었고, 어머니 리바Riva(레베카 번스타인Rebecca Bernstein)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대학살을 피해 네덜란드로 왔다. 두 남동생 중 야콥Jacob(얍Jaap)은 1916년에 태어났고 미카엘Michael(미샤Mischa)는 1920년에 태어났다. 두 동생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뛰어나서 얍은 의학을 공부했고 미사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지만, 모두 심한 정신병을 앓아서 얼마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pp. 45-46) 일기의 앞부분에는 이 젊은 여성의 개인적인 격동이 매우 분명히 보인다. 놀라운 점은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에도 불구하고 에티가 단 2년 만에 삶의 매우 깊은 차원까지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심오하고 풍요로운 내면의 삶을 탐구하고 개발했으며, 그 결과 지옥 같은 임시수용소 생활을 감당할 수 있었고, 그 뿐만 아니라 거기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과 그녀가 보살펴 준 사람들에게 어둠 속의 빛과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어둠과 악의 한가운데서 활기차고 생명을 주는 존재였다. 그것은 인간 정신의 승리였다. 그 토대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속 깊이 묻혀 있었고, 율리우스 슈피어와의 관계를 통해 외부로 드러나는 데 시간이 걸렸다.
(p. 145) 에티를 숨게 하려는 모든 노력이 소용없었다. 에티는 숨는다는 생각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녀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거의 확실히 알면서도 어째서 그렇게 확고히 숨기를 거절했는가?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텐데, 그것은 에티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혹은 그녀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p. 211) 그녀가 숨지고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에 대해 성찰할 때, 그녀가 우리의 삶을 준엄하게 중단시키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고, 보다 진실하고 깊은 길로 우리를 부를 때 신중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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