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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엄마와 아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출근길에 토스트 가게에 들립니다.
토스트 몇 개를 사서 회사 직원들에게 주고 한 개는 제가 먹습니다.
구수한 토스트를 직접 내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 맛이 꽤 괜찮습니다.
그 맛을 즐기려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꼭 출근길에 토스트 가게에 들립니다.
오늘 아침에 토스트 가게에 들려 토스트를 주문하고서 기다리고 있는데, 두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한 사랑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고, 다른 사람은 얼추 60초반 정도 되어 보여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행동이 좀 이상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허리가 완전히 굽어서 거동이 불편했습니다.
60초반의 사람은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행동이 굼떴습니다.
그는 가게 주인에게 다짜고짜 '브이아이피 토스트 하나 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 말에 주인은 저으기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토스트 가게에 브이아이피 토스트란 제품은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요즘은 모든 주문이 전자 기계로 진행되는 까닭에, 주인에게 직접 뭘 달라고 하고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하지만 60초반의 남자는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고 밝히면서, 어떤 토스트를 파는지 모르니까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아침 출근길에 여러 개의 토스트를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주인이나, 가게 안에 있는 다른 손님들은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다들 자기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할 일도 없고, 시간이 널널한 제가 일어나서 그 남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의자를 하나 갖다 놓고 '여기 앉으'라고 권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함께 있는 백발의 노인이 '앉으'라고 권하니 그제서야 고맙다며 앉았습니다.
저는 기왕지사 인심을 쓰는 김에, 그를 위해서 적당한 토스트를 주문해서 갖다 주고, 그리고 문을 열고 배웅까지 해줬습니다.
문 밖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저는 왜 늙은 엄마와 아들이 함께 토스트 집에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허리가 굽은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으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앞이 안 보이는 아들 역시 혼자 힘으로 바깥 나들이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의 눈 역할을 해주고, 아들은 어머니가 의지할 수 있는 인간 지팡이 역할을 해서, 두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토스트 가게를 찾은 것입니다.
허리가 반쯤 굽은 백발의 어머니는 한손에 토스트 두 개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아들의 손을 꼬옥 잡고 한 발 한 발 힘겹게 떼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앞이 안 보이는 아들은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엄마의 손을 꽉 잡아 부축하면서 총총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풍경을 보면서 저는 마음 속으로 짧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 모자가 기왕이면 함께 오래오래 살면서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게 해주세요. 한 사람은 너무 빨리 가고 한 사람은 너무 오래 남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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