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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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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친구들,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사실,
저는 좀, 좀, 부자랍니다.
빌딩이 다섯 채 있어요.
강남에 두 개, 용산에 한 개, 여의도와 마포에 각각 한 개씩 있어요.
조상들에게 물려 받은 땅도 제법 있어요.
통장에 현금도 좀 있어요.
많지는 않아요.
그냥 한 50억쯤 되려나?
이 정도면 큰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살만큼은 갖고 있는 소박한 부자라고 할 수 있죠.
그동안 제가 부자인걸 말 못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이제라도 털어놓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네요.
사실,
저는 겉으로는 굥을 욕하지만 내심으로는 굥을 지지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경제를 확실히 말아먹고 있잖아요.
친구들,
아이엠에프 때 기억나시죠?
경제가 폭망하면
우리 같은 부자들은 이삭 줍기하듯 돈을 쓸어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랍니다.
일생일대의 기회죠.
그래서 저는 이제나 저제나 한국 경제가 털썩 무너지기만을 고대하고 있어요.
우리 같은 부자들에겐,
굥은 하늘이 보내 준 천사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저는 여러분이 알다시피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뭐,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죠.
이 나이 먹도록 집 한칸 장만을 못했으니, 말 다했죠.
그래서 말입니다.
사실 저는 한국 경제가 확 무너졌으면 좋겠어요.
그럼 단 시간에 사회 전체가 하향 평준화 될 것 아니에요?
한국 경제가 폭망하면,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지독한 양극화 때문에 속 상할 필요도 없고,
자존감이 땅바닥에 떨어질 일도 없잖아요.
그러니 우리 같은 소시민들 입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큰 지진에 빌딩 유리창들이 우수수 깨지듯이 한 번 왕창 거덜나는 것도, 심리적으로 나쁘지 않아요.
근데,
근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꼴랑(?) 집 한 채 있는 분들,
주식 조금 갖고 있는 분들,
실직하면 몇 달 버틸 만큼 통장에 현금 있는 분들,
큰 욕심 안 부리고 그저 자기 가족들이 최소한의 사람 구실 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분들,
솔직히 그런 분들은 한국 경제가 무너지면 안 되잖아요.
만에 하나 한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런 여러분들의 삶은 자칫 회복불능 상태로 내몰릴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쩌죠?
지금 우리 경제가 점점 그런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정치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고서,
두 눈을 부릅뜨고 정치권을 감시, 비판, 견제해야 합니다.
아니, 필요하면 그 이상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말 불과 몇 달 사이에,
저와 여러분의 삶이 나락으로 곤두박질하는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정말 비상 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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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교회 다니시는 분들께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교회에서 정치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죠?
목사님들이 가급적 정치 이야기 안 하려고 조심하는 게 역력히 보이시죠?
여러분이 출석하는 교회 담임 목사님의 에세엔에스에 가보면
맨날 그럴싸한 묵상 글에, 맛있는 음식점 사진에, 적당한 자기 자랑 글만 있고 정치나 사회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하는 글은 없죠?
그리고 그런 식의 신앙이 바람직한 모습 같아 보이죠?
즉 세상은 워낙 죄로 물든 곳이니까, 가급적 신경 쓰면 안 되고, 그리스도인은 오롯이 성경과 기도와 신앙 이야기만 해야 할 것 같죠?
그쵸?
그러나 명심하세요.
여러분이 멀쩡하게 사업하고 직장다니면서 정기적으로 헌금을 할 때는, 교회가 여러분을 신자로 인정하고 대우해주지만,
여러분의 사업이 망하고, 부도가 나고, 직장에서 해고가 되어서 더 이상 헌금을 못하게 되면,
그때는 교회가 더 이상 여러분을 사람 취급 안 해준다는 걸 말입니다.
이 말, 제가 그냥 내지르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한국교회에 몸담으면서 제가 보고 깨달은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가정의 생존의 문제를 좌우할 수 있는 정치 이야기를 일부러 회피하는 신앙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식의 신앙이 마약(뽕)보다 더 치명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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