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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신학공부를 한다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배고픔을 느꼈다. 기숙사에서도 나름대로 성실하게 영양 있는 식단을 마련하고자 했겠지만 20대 젊은이들의 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나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가정에서 성장하여서 배고픈 경험이 없었는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배고픔을 느꼈다.
동료들과 주일 예배를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공원을 지난다. 비둘기들이 뭐 좀 얻어먹을 것이 없을까 하고 앞으로 몰려온다. 순간 힘껏 발로 차면 한 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잡아서 구워먹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에게 놀랬다. 그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했더니 모두들 비슷한 충동을 느꼈는가 보다. 한 친구가 농담을 한다. “우리나라 기숙사의 음식을 먹고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영양을 조사해보니 ‘즉사’로 나왔다고 한다” 한바탕 웃고 돌아온 그날 저녁 우리들은 기숙사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우리나라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것이 1970년 쯤, 그동안 참으로 배가 고팠다. 그 원인은 많이 빼앗겨서 그랬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생산량의 태반을 공출로 빼앗겼다. 전쟁과 흉년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막대한 미국의 잉여농산물도 부족분을 채우지 못했다.
오늘날에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은 계속 소외되고 농업은 축소되었다. 그리고 식량자급률은 급감하게 되었다. 1965년 에는 식량자급률이 93.9%이던 것이 1985년 50%, 2008년 26%로 떨어졌다.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농사를 전혀 짓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다른 산업 생산물을 수출하고 농산물을 수입한다면 오히려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식량이라는 것은 이렇게 경제적 효율성으로만 계산될 수는 없다. 식량은 국가 안보 그 이상의 문제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OECD 주요국 식량자급률(2010년)은 호주 176%, 프랑스 164%, 미국 150%, 캐나다 143%, 체코 133%, 폴란드 99%, 15위 92%, 이탈리라 74%, 스페인 69%, 벨기에 48%, 일본 40%, 우리나라는 26%이다. - 농림수산부자료-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식량자급률이 월등하게 높다.
매장에서 아주 실한 참깨가 담긴 페트병을 보았다. 가격도 저렴했다. 생산지를 살펴보니 아프리카 수단이다. 수단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매우 가난하여 국민들이 굶어 죽는 나라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은 굶주리면서 나름대로 최고급 농산물을 생산하여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아마도 그 수출대금으로 그 나라의 부자들은 우리나라의 전자제품이나 다른 고가품들을 수입해 갈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소수 부자들의 문화생활을 위해서 쌀, 콩 등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그 대금으로 시계, 옷감, 화장품 등의 사치품들을 수입했다. 그만큼 국내의 농산물은 부족하게 되고 가난한 백성들은 굶주려야 했다. 가난한 나라로부터 들어오는 값싼 농산물을 홀대하지 마라. 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최고급농산물을 맛도 보지 못하고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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