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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308-11.4】 조고각하
삼거리에 새로 생긴 붕어빵 할아버지는 참으로 고지식하고 고집이 쎄다. 어떤 연유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무슨 장사를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붕어빵포차에 딱 붙어있는 뒤쪽 옹벽 사이에 쑥이 사람 키만큼 자라 우거져 있는데 길가라 먼지가 얼마나 뿌옇게 앉아 있는지 그 아래서 붕어빵을 만들어 팔면 위생상 너무 지저분한 것 같아 “할아버지, 저 뒤에 풀이나 좀 배어버리고 장사를 하셔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거의 보름이 지났는데 그냥 그대로다.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살피라는 뜻이다. 나 자신을 살펴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당장 베어버려야 할 지저분한 풀이 있는데 내 고집으로 아직 베어내지 못하고 있는 풀은 없는지 나 자신을 살펴본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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