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226 |
---|
[바이블노믹스54] 뇌물 = 시바
김민홍 가자 주간<기독교>2021.10.15
므비보셋 재산 빼돌려 망명길 다윗에 바쳐
정성 담긴 선물은 인간관계 성숙시키는 미덕
지금은 그리 잘 쓰이지 않는 말이 있다. 금일봉, 거마비, 와이로(蛙利鷺), 수고비 등이다. 압축성장 시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널리 통용됐다. 또 추석이나 연말 등 특별한 날에 사교적 행위로 주고받았던 금품도 있다. 지극히 작은 정성이라는 뜻에서 촌지(寸志)라 불렀다. 때로는 떡값이라고도 했다. 받는 사람한테 어떤 대가를 전혀 바라지도 않는 마음을 전달하는 소박한 행위이다.
그런데 촌지가 세월의 무게를 타면서 변질했다. 점차 대가를 바라는 이기적인 돈이 됐다. 돈을 찌른 시기와 내용이 대가가 따르면 그것은 뇌물이 된다. 뇌물은 권력과 사익이 춤을 추면서 성행했다. 꿀꺽한 돈 때문에 거의 매일이다시피 유명 인사들이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이 바람에 한국사회는 한 때 뇌물 공화국 소리를 들었다. 뇌물 전달 방법도 교묘해졌다. 금괴나 보석은 물론 그림, 양도성 유가증권 등 환금성이 높은 품목도 동원됐다. 차떼기, 비타500, 사과박스 등은 뇌물과 깊은 관련이 있는 단어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비트코인까지 뇌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간 환치기나 스위스은행 계좌이용 등은 뇌물을 둘러싼 전설처럼 나도는 이야기이다.
대한민국 형법은 뇌물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집행한다.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 그렇다. 국가경제 발전을 왜곡해서이다. 형법에서 뇌물은 주는 자는 당연히 구속된다. 돈을 받으면 수뢰죄로 처벌받는다. 또 다른 사람이 뇌물을 대신 받아도 제3자 뇌물로 걸린다. 다른 사람 일을 부탁하면서 건넨 돈도 뇌물 범죄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어떤 일에 조금이라도 연관된 나쁜 돈이면 뇌물로 보고 무조건 처벌된다. 김영란법도 따지면 이 뇌물사회가 빚어낸 법이다. 공직자는 일반인과 식사 한 끼도 맘 놓고 할 수 없다. 공직자들은 민원인과 박카스 한 병도 마시지 않는다. 친구끼리라도 밥 한 끼 먹자면 제 돈 내고 먹는 게 마음 편하게 여긴다. 뒷일이 두려워서다.
다윗왕은 세월의 무게와 함께 왕권도 안정됐다. 다윗은 요나단이 생각났다. 그는 비록 죽었지만 혹시 그 자손들이 살아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므비보셋은 요나단의 아들이다. 그는 사울집안이 완전히 망했을 때도 유모 덕분에 살아남았다. 불행하게도 그는 난리 통에 절름발이가 됐다. 다윗왕은 이 므비보셋을 찾아내 가깝게 두었다. 심지어 자신의 상에서 함께 밥을 먹을 정도로 후대했다. 거기다가 사울이 소유했던 모든 재산도 찾아내 므비보셋에게 주었다. 시바는 사울 생존 때 시종으로 일했다. 덕분에 사울이 몰락했어도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었다. 다윗은 시바에게 므비보셋 재산을 관리하도록 맡겼다.
문제는 시바한테서 발생했다. 시바는 교활하고 이기적이며 머리가 잘 돌았다. 거기다가 사울의 재산 목록을 잘 알고 있었고, 주인이 장애인이라 욕심을 가질 만 했다. 다윗 왕이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망명길에 나섰을 때 기회를 잡았다. 다윗은 왕궁을 황급히 떠나는 바람에 거의 맨몸에다 식솔만 잔뜩 거느렸다. 시바는 망명길의 다윗을 찾아왔다. 다윗왕은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을 때 시바를 만났다. 시바는 각종 군수물자를 잔뜩 싣고 왔다. 바로 뇌물이다. 성경의 기록은 이렇다. ‘안장 얹은 나귀 두 마리에 빵 이백 개, 건포도 백송이, 여름 과일 백 개, 그리고 포도주 한 말을 싣고 왔다.’ 시바가 갖고 온 물품의 소유자는 므비보셋이다. 시바는 주인의 재산을 빼돌려 뇌물로 가져왔다.
시바는 ‘나귀들은 다윗 가족이 타실 것’이라고 했다. 또 여름 과일과 빵은 신하들이 먹고 포도주는 광야에서 지쳤을 때 누구나 마시라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윗은 시바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러나 반란의 와중에 다윗은 므비보셋이 더 궁금해 물었다. 시바는 므비보셋을 모함했다. 반란을 통해 므비보셋은 사울이 왕권을 되찾을 것을 기대하고 예루살렘에 남았다고 말했다. 시바는 주인 재산 빼돌려 뇌물로 악용하고 주인을 모함하기까지 했다. 성경에 이런 배신자는 없다. 다윗은 궁지에 몰렸다가 시바의 뇌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판단이 흐려졌다. 모든 인간들은 그런 약점을 지니고 있다. 뇌물을 받으면 눈도 멀어지고 귀마저 멍해져 정당하고 옳은 말이 들리지 않는다.
다윗은 시바의 뇌물과 음해에 넘어간다. 균형감각을 잃고 이성마저 마비된다. 다윗은 그 자리에서 므비보셋이 가진 재산을 시바에게 몽땅 넘겨주라는 명령을 내린다. 시바는 뇌물과 음해의 효과를 톡톡히 거둔 셈이다. 성경은 시바가 다윗왕을 칭송했다고 기록한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리더가 극히 조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것은 돈이다. 돈에 마음을 빼앗기면 자신을 망친다. 뿐만 아니라 가정은 물론 공동체도 망가진다. 뇌물은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되고 정의사회를 뒷걸음치게 만든다. 뇌물의 본질을 잘 드러낸 옛말이 있다.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다’이다. 뇌물은 인간 욕망의 급소를 찌르는 마약이다. 뇌물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만든 불사조이다. 뇌물은 인간 본성이 부딪치는 곳엔 늘 역사와 함께 기생해 왔다. 뿌리마저 깊다. 뇌물은 인간관계를 왜곡하거나 마비시키는 요물이다. 그렇다고 뇌물이 무서워 인간관계를 멀리할 수 없다. 해결책은 뇌물의 거절이 처음이자 끝이다. 때문에 뇌물은 받는 사람의 도덕과 윤리성에 달렸다. 주는 사람에게 무작정 도덕성을 강조할 수 없다.
뇌물은 선물이 둔갑한 변종이다. 선물은 인간관계를 유지 성숙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를 등한시할 수 없다. 인간사회는 관계가 중요하다. 소통도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관계 단절은 암흑이고 문명과 문화 발전을 뒷걸음질시킨다. 뇌물은 퇴치해야 하지만 선물은 그렇지 않다. 정성이 담긴 선물은 미덕이다.
김민홍/본지 이사장 cnews1970@naver.com
|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