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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자랑
다니엘 8:1~14
비록 세속의 가치와 질서의 세상에 살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그리워하며 하나님의 다스림과 평화의 나라를 사모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동행하심을 기원합니다.
최근의 유럽 역사 교과서에는 힘으로 상징되던 영웅이 사라지고 사랑과 봉사와 화해의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적성국으로 긴장과 갈등이 많은 독일과 프랑스가 2006년 가을학기에 『독-프 공동 역사교과서』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책의 출판 목적은 자기 나라 중심의 협소한 역사의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함입니다. 과거 민족주의에 터한 옹졸한 역사의식보다 두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과 상호작용을 통한 비교사의 관점에서 역사를 개방적으로 이끌기 위함입니다. 이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민족과 국경의 틀 너머 유럽사의 지평에서, 더 나아가 세계사의 관점에서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두 나라 사이에 합의가 어렵고 논쟁이 격화되거나 인물 묘사에 엇갈린 해석도 있지만 이들 나라는 애매하게 절충적인 서술로 마무리하기보다는 양쪽의 시각을 나란히 소개하여 학생들에게 교차 시각을 갖게 합니다. 학생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독일과 폴란드도 1970년에 ‘독일-폴란드 교과서위원회’가 설립되었는데 2011년에 ‘공동 역사교과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마침내 2016년에 『에우로파, 우리의 역사』가 탄생하였습니다. 과거 ‘폴란드 분할’부터 ‘홀로코스트’에 이르는 두 나라 사이의 풀 수 없는 난제는 이렇게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2010년 이스라엘과도 공동위원회를 설치하여 양국의 교과서를 함께 연구 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가해자로서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화해에 임하는 이러한 태도는 오늘의 일본과 비교됩니다.
인류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힘입니다. 강한 힘이 약한 힘을 쫓아내고 약한 힘은 더 약한 것을 정복하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터하여 다른 나라나 민족을 정벌하여 큰 나라를 이루려는 침략주의적 경향을 ‘제국주의’라고 합니다.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 본성이 국가에 반영된 악입니다. 제국주의는 17세기 후반 유럽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초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이때 역사에 없었던 세계적인 전쟁이 두 번이나 전개되었고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하지만 이런 악한 경향성에 대하여 죄나 악이라고 규정하기를 주저합니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침략에는 정의가 없다”고 했고, ‘식민지 근대화론’이 배타적 민족주의에 기름을 끼얹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논리에 복무한 것이 진화론입니다. 다윈(1809~1882)의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등 생물학적 진화론 논리가 사회진화론과 조우하며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영국 철학자 하버드 스펜서(1820~1903)는 ‘환경에 적응하는 종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어 사라진다’며 ‘사회적 적자생존’을 말했고 이에 힘입어 제국주의자들은 마음껏 약소국을 침탈하였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벨사살이 왕위에 오른 지 삼 년 되는 해에 다니엘이 본 환상에 등장하는 짐승의 ‘뿔’은 권력입니다. 바벨론과 메데와 파사와 그리스로 해석됩니다. 뿔 자랑하는 지도자가 있는 한 인류 사회에 평화는 없습니다. 뿔 자랑하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이유입니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에도 공동 역사교과서 움직임이 일어나게 해주시고, 힘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힘이 되는 은혜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찬송 : 585 내 주는 강한 성이요 https://www.youtube.com/watch?v=iv67i60aX-M
2022. 11. 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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