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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www.c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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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노믹스56] 덤핑 = 에서(팥죽 한 그릇)
김민홍 주간<기족교> 2021.10.28
공급자는 재고 처분 소비자는 싼값 구매
거래 쌍방 ‘윈윈’보다 눈물 거래도 흔해
부르는 게 값이라 했다. 시장에서 물건이 달릴 때 나오는 말이다. 공급자가 강자이면 이런 현상이 빚어진다. 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다. ‘가격이 없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시장은 불안해진다. 지난번 마스크 대란 때도 그랬고 장마철 부동산 폭등 때도 그랬다.
‘부르는 값’은 가격이 꼭 오르는 케이스만이 아니다. 값이 형편없이 낮은 경우도 있다. 공급자가 약세일 때다. 공급자가 파산을 했거나 어떤 물건을 창고에 더 보관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누가 거저라도 가져갔으면 싶을 때도 있다. 이때는 수요자가 부르는 값에 공급자가 따라준다.
‘말뫼의 눈물’이 그랬다. 지극히 비정상 거래다. 현대중공업이 스웨덴에서 골리앗 크레인을 구입할 때 생긴 단어이다. 스웨덴 ‘말뫼조선소’ 상징이던 대형크레인은 골리앗 크레인이라 불렀다. 스웨덴이 조선 최강국일 때 상징적인 크레인이다. 이 조선소가 문을 닫자 현대가 구입했다. 값은 단돈 1달러이다.
이 크레인이 해체 후 운송선에 실려 울산항으로 향할 때 말뫼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이 장면을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e)’이라 표현했다. 현대는 이 크레인을 구입해서 울산에 설치할 때 까지 든 비용은 230억 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하겠다. 이처럼 물건 값은 공급과 수요의 지배를 철저하게 받는다.
에서는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았다. 동생 야곱이 부르는 대로 그렇게 팔아 치웠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셈이다. 훗날 애서는 ‘말뫼의 눈물’처럼 장자권을 두고 펑펑 눈물을 쏟으면서 후회했다.
이삭은 40세에 리브가와 결혼해 60세에 쌍둥이를 얻었다. 에서와 야곱이다. 리브가는 임신 중에 두 아들이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님은 동생인 야곱이 장차 정통성을 이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극은 이때부터 싹이 튼다. 이삭은 장남인 에서를 더 좋아했다. 반면에 아내 리브가는 야곱을 좋아했다. 두 아들을 두고 부부간에 의견이 달랐다. 편애는 부모들 잘못이다.
에서는 체격도 크고 활달해 들판서 사냥을 즐겼다. 야곱보다는 훨씬 남자다웠다. 유목민족의 리더 감으로 적격이었다. 이삭은 에서에게 사랑을 듬뿍 쏟았다. 반면에 야곱은 내성적이며 체격도 왜소했다. 들판보다 집 안에 머물기를 좋아했고, 어머니 리브가만 따라다녔다. 질투심도 많고 겁쟁이로서 도전을 싫어했지만, 상황판단이 뛰어나고 일을 꾸미는 데는 우수했다.
또 야곱은 영적이며 정신적인 가치를 터득했다. 그러나 에서는 가치를 중히 여기는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냥과 포도주를 즐기며 육체적인 쾌락에 치중한 현실주의자였다. 야곱은 그렇지 않았다. 장자권의 파워나 귀중함은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야곱은 에서의 장자권이 탐났다. 자신이 갖고 싶었다. 그런데 장자권은 주고받는 물건이 아니다. 빌릴거나 빌려줄 수도 없다. 야곱은 꾀를 냈다. 에서는 사냥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먹거리를 찾았다. 버릇이다. 야곱은 이를 노리기로 했다.
어느 날 형이 집에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가 맛있는 팥죽을 끓여서 맞이했다. 배가 고팠던 에서는 야곱한테 팥죽을 좀 달라고 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었던 야곱은 흥정했다. 장자권을 팔면 팥죽을 주겠다고 했다. 야곱은 목표를 세우면 꼭 달성하는 강한 의지력을 가졌다. 장자권은 값으로 따질 수 없다. 그래도 팥죽 한 그릇에 내 던졌다는 사실은 거래가 아니다. 정당하지 않아서다. 어떤 거래이든지 정당한 값을 치러야 한다. 또 거래는 서로에게 윈윈이 돼야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이 손해 보는 거래는 비정상적이다. 에서의 장자권도 팥죽 한 그릇에 땡처리 했다. 비정상적이지만 거래는 성립된 것이다.
값은 엄격하다. 반드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정해진다. 시장에서 물건이 많으면 값은 내려가고, 반대로 살 사람이 많으면 값은 올라간다. 때문에 시장은 늘 긴장한다. 공급과 수요가 팽팽하게 맞선다. 서로 값을 올리고 내리는 조정 기능을 한다. 열쇠는 누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가에 달려 있다. 공급자나 수요자든 어느 한쪽 힘이 세지면 값은 왜곡된다. 폭등하거나 폭락한다. 가격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횡포를 막는 착한 기능을 한다. 소비자들이 손해 본다는 생각을 들지 않도록 물건값의 안정을 유지한다. 그런데 더러 이 균형이 깨진다. 가격이 그 기능을 제대로 작동 못 한다.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내리거나 올려버린다. 올리는 쪽 보다 내리는 일이 더 흔하다. 공급자들은 제조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값으로 팔아 버린다.
땡처리 폭탄세일 점포떨이 창고떨이 등은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린다. 또 끼워팔기도 한다. 1+1이나 기타 인기상품을 얹어 주는 판매도 있다. 바겐세일은 따지면 윈윈 거래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재고상품을 정리하고 자금의 숨통을 트게 한다. 특히 창고비나 물류비 절감 등 관리측면에서도 이익이 된다. 소비자도 그렇다. 평소 구매를 원했던 상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손에 넣을 수 있어서 이익을 볼 수 있다.
코로나사태, 에너지쇼크, 금융위기 등 외부영향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시장은 꼬인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 때도 상품값은 요동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제주행은 1만 원짜리 항공권이 나돌았다. 일부 제조업체는 견디다 못해 아예 공장을 팔기로 하고 싼값에 내 놓았다. 시장에는 항상 착한 거래만 있지 않다. 눈물의 거래도 있다. 팥죽 한 그릇은 훗날 눈물을 펑펑 쏟는다.
김민홍/본지 이사장 cnews1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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