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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지도자
전도서 4:7~16
내가 어렸을 적 이맘때면 위문편지를 썼습니다. ‘파월 장병과 일선에 계신 국군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인데 더러 퇴짜 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열심히 썼는데 선생님은 “이거 네가 쓴 것 맞아? 엄마가 쓰셨지?”하며 다시 써오라는 겁니다. 억울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칭찬처럼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던 아릿한 추억 속 이런 이야기를 더러 경험한 분이 계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학교를 다녔다고 반드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대체로 문제지를 잘 풀고 선생님이 밑줄 쳐 준 것을 잘 외우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좋은 암기력이 일류 학교와 가깝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류 학교 문턱에 가보지 못한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좀 낯 뜨겁기는 합니다.
나는 근래에 사회통신망서비스에서 우리나라 축구팀의 16강 진출을 축하하는 대통령의 축전을 보고 좀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한 나라 대통령의 문장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하기야 대통령이 문장가이거나 국어 선생님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글을 다듬어 아름답고 빛나게 만들므로 축전을 받는 이들이 감동을 자아내고, 시민들이 감격하도록 할 책임 있는 참모가 있을텐데 왜 그런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대통령의 글에 누가 감히 손댄다는 말인가?’하여 그런 참모조차 없다면 대통령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절대주의 시대도 아니고, 지도자가 모든 것에 통달한 이도 아닐진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참모로 두어 그 의견 듣는 일을 하지 못하는 속내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신하의 직언을 듣지 않는 왕은 어리석다”(전 4:13 새번역). 지도자의 문장 실력이 모자라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지도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애를 많이 써도 그 명성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자자하던 지혜로운 왕의 명성과 인기도 쇠락하였습니다. 충고를 싫어하는 지도자는 기억조차 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시민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자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지도자다운 철학을 갖추지 않고, 겸손하고 않고, 정직하지 않으면서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 금방 몰락합니다. 불보듯 뻔합니다. “그의 치리를 받는 모든 백성들이 무수하였을지라도 후에 오는 자들은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니 이것도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이로다”(전 4:16).
잘 사는 것이 화가 될 수 있는 세상, 심은 대로 거두지 못하는 세상살이에서도 낙심하지 않는 자세로 스스로 성찰하여 지혜에 이르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께서 동행하시기를 빕니다.
하나님, 각계각층의 지도자가 제 몫의 일에 충실하고 맡겨진 소임에 책임껏 감당하여 그 이름이 오래 기억되는 좋은 지도자이기를 빕니다.
찬송 : 221 주 믿는 형제들 https://www.youtube.com/watch?v=nWljH_es7GQ
2022. 12. 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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