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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회심
전도서 5:9~20
출애굽은 다수의 백성과 노예가 왕과 제사장 등 소수의 특권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불의한 사회 구조에 대한 하나님의 엄정한 심판입니다. 가나안에 세워진 이스라엘은 미증유의 사회에 대한 하나님의 의지입니다. 애굽은 세계 최고의 문명을 자랑하는 나라였고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였습니다. 동류들 사이에는 처절한 경쟁이 불가피하였고, 그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막장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 중에는 애굽의 고기 가마가 그립다며 환애굽을 획책하는 이들이 적잖았고, 가나안 땅에 들어온 후에도 출애굽을 무효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집트 사회를 지탱하던 반(反) 하나님 나라 정신이 오늘 우리 삶의 근저를 이루는 도시 속에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개인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현장이고 치열한 경쟁 구도를 당연시합니다. 생존이 선이고, 승리가 정의입니다. 살기 위하여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승리하기 위하여 남 속이기를 예사롭게 합니다. 이런 구조의 사회는 정직한 자를 낙오자로 만들고, 성실한 자를 실패에 이르게 하고, 의로운 이에게 낙인을 찍습니다. 소수의 특권층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다수가 희생당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전도자는 삶의 보편성에 터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 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왕이다. 왕이 있으므로 백성은 마음놓고 농사를 짓는다”(전 5:9 새번역). 이 말은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나는 ‘그래서 백성이 중요하다’로 해석합니다. 만민이 한 사람 왕을 위해 존재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그것은 버려야 할 적폐입니다. 오늘의 지도자는 왕이 아니라 머슴이며, 독재자가 아니라 민주주의 신봉자여야 합니다. 독재란 모든 일을 독단으로 판단하여 처리합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런 자는 퇴출의 대상이지 지지와 옹립의 대상이 아닙니다. 아직도 이 세상에는 전근대적인 지도자상을 유지하거나 꿈꾸는 한심한 이들이 있습니다.
전도자는 자족하는 삶을 긍정합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와 재산을 주셔서 누리게 하시며, 정해진 몫을 받게 하시며, 수고함으로써 즐거워하게 하신 것이니, 이 모두가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다”(전 5:19 새번역). 물질이 왕노릇 하는 맘몬의 세상 도시가 가장 거북하게 여기는 사람이 자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신자유주의 질서의 세상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 역시 자족하는 사람입니다. 사탄은 온갖 매체를 동원하여 그렇게 살지 말라며 욕망을 자극합니다. 구원에 이르는 회심은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회심으로 이어져야 진정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놓친 채 살고 있습니다.
잘 사는 것이 화가 될 수 있는 세상, 심은 대로 거두지 못하는 세상살이에서도 낙심하지 않는 자세로 스스로 성찰하여 지혜에 이르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께서 동행하시기를 빕니다.
하나님, 어쩔 수 없이 도시 속에 살고는 있지만 도시 정신에는 함몰되지 않겠습니다. 자족하는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찬송 : 429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https://www.youtube.com/watch?v=jwbtQCyf_5s
2022. 12. 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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