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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전도서 7:15~29
믿고 있던 사람이 배신하여 오히려 해를 입으면 으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뿐만 아니라 신뢰할만한 지식이나 사상도 그 추종자를 배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원리는 누구나 공감하는 삶의 원리입니다. 착한 사람을 일컬어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때로 이런 원리가 무너집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반칙이 통하기도 합니다. 평소에 성실하게 공부하며 밤새워 시험 준비한 학생보다 컨닝 페이퍼나 부모 찬스나 Ctrl+V 등의 부정행위를 한 학생이 칭찬 듣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을 자주 경험하면 ‘인생 뭐 있어. 대강대강 사는 거지. 곧게 사는 것이 손해야’는 마음이 절로 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의 시인 푸쉬킨(1799~1837)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중략)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라고 노래한 모양입니다.
전도자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멸망하는 의인이 있고 자기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장수하는 악인”(전 7:15)이 있습니다. 의인이 형통하고 악인은 멸망에 이르는 것이 지당한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원칙과 상식을 배반하는 일이 잦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내야 할 세상이 이렇습니다. 선과 악, 의와 불의, 복과 화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전도자의 깨달음이 우리를 반성적 성찰에 이르게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사람을 평범하고 단순하게 만드셨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전 7:29 새번역). 영국 낭만파 시인 윌리엄 쿠퍼는 “하나님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의 뜻은 인간 능력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반성적 성찰에 대한 지적입니다. 갯벌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도시, 인간의 힘으로 세워진 송도국제신도시 센트럴파크에 위치한 지(G)타워 전망대에는 쿠퍼의 이 말을 새겨놓아 인간의 무지와 무식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도자는 더 나아가 사람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좋은 일만 하고 잘못을 전혀 저지르지 않는 의인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전 7:20 새번역). 지금 부조리에 맞서며 불의 앞에 분노하는 이일지라도 온전한 의인은 아니라는 지적이 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혹여 전도자의 이 말이 선과 의의 지향성을 중단하라는 뜻으로 들릴까 염려스럽습니다. 이는 불의에 저항하지 말라거나 부조리에 적당히 순응하며 사는 것이 지혜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의 본질이 악하다는 점을 늘 인식하라는 말로 해석함이 옳습니다. 악의 편에 선 사람이든, 악에 대항하는 사람이든 사람은 누구나 본질에 있어서 의롭지 못한 존재입니다. 사람의 한계를 인식하라는 뜻입니다.
잘 사는 것이 화가 될 수 있는 세상, 심은 대로 거두지 못하는 세상살이에서도 낙심하지 않는 자세로 스스로 성찰하여 지혜에 이르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께서 동행하시기를 빕니다.
하나님, 삶이 우리를 속여도 낙심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본분을 잘알고 늘 조심하겠습니다.
찬송 : 453 예수 더 알기 https://www.youtube.com/watch?v=Nn_dq7xTetw
2022. 12. 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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