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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막신학, 임마누엘
민수기 2:1~34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지배자가 없는 상태를 ‘아나키(anarch)라고 합니다. 아나키즘이란 정부 없는 사회, 즉 어떠한 강권이나 지배에 반대하고 민중의 행동에 의한 사회 혁명을 통해 개인의 절대 자유가 보장되는 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사상입니다. 개인의 절대 자유를 추구하는 아나키즘은 자유를 가로막는 권력과 제도와 국가에 맞섭니다. 아나키즘은 개인의 절대성과 자주성을 강조하며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경우(윌리엄 고드윈, 막스 슈티르너)와 권력의 횡포와 계급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사회 변혁을 강조하여 재산의 공유를 주장하는 경우(피에르 프루동, 미하일 바쿠닌)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1910년 일제강점을 계기로 민족 해방 이념으로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서세동점(西勢東占)의 사회진화론을 극복하는 사상으로 의열단, 농민자치의 아나키스트 사회건설 계몽운동, 그리고 경제적 직접행동론에 입각한 파업과 태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무정부주의’로 부르는데 이는 아나키즘에 대한 몰이해일 뿐 바른 이해가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아나키즘과 상반되는 주장도 있습니다. 흔히 ‘아무리 악한 독재자라도 무정부상태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무엇으로도 통제하지 않는 세상이 가져올 무질서의 극단 상황을 상상하면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질서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나키즘이든 독재 권력이든 질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민수기 2장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진 배치를 보며 잘 짜여진 질서를 생각합니다. 회막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각 세 지파가 한 대를 이루어 진을 칩니다. 본문은 회막이 멈추었을 때의 진영과 이동할 때의 진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각 진영에는 선두에 서는 지파와 각 지휘관과 병사의 수가 언급되었습니다. 그들은 각기 자기 진영의 군기를 들고 조상 가문의 기호가 새긴 깃발을 들었습니다. 변수가 많은 광야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여 일사불란하게 진군할 수 있는 잘 짜인 조직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진을 칠 때에는, 회막을 중심으로 하여 그 둘레에 진을 치되, 각기 자기가 속한 부대기가 있는 곳에다 자기 가문의 깃발을 함께 세우고 진을 쳐야 한다”(민 2:2 새번역).
방점은 ‘회막을 중심으로’입니다. 진의 중심은 회막입니다. 회막은 하나님과 사람이 만나는 이동식 성소입니다. 사각형입니다. 사각형입니다. 그동안 이스라엘 자손이 하나님의 뜻을 물으려면 모세가 시내산에 며칠씩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광야 행진을 하면서 하나님은 높은 산꼭대기에서 내려와 삶의 자리에 내려오셨습니다. 백성 가운데 들어오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십니다. 이것이 회막신학의 골자이고, 임마누엘 신앙입니다.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주님을 모신 자로서 신앙과 삶의 일치에 게을렀음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삶의 자리에서 주님을 모시고 섬기는 기쁨누리기를 간구합니다.
●찬송 : 331 영광을 받으신 만유의 주여
2023. 1. 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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