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그 7417번째 쪽지!
□5학년 때
1997년도 부산교도소를 탈옥해 무려 907일간 도피생활을 하면서 ‘괴도 루팡’이라 불렸던 신 아무개는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과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모친,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친부와 계모 아래서 자랐다고 합니다. 신 아무개가 5학년 때 육성회비를 못 냈다고 담임선생이 “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훗날 신 아무개는 그 순간을 언급하며 “그때 내 안에서 악마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2.저도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과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부친, 그리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던 ‘중증장애인’인 모친 아래서 자랐습니다. 제가 5학년 때 매주 월요일이 ‘저금의 날’ 이어서 100원씩 의무적으로 저금을 해야 했고 그것을 그래프를 만들어 게시판에 붙었습니다. 제 그래프 길이는 없거나 너무 짧아서 반 전체의 평균을 사정없이 깎아 먹었습니다. 담임선생이 “이 새끼야, 훔쳐서라도 해. 너 때문에...” 저는 그날 처음으로 엄마가 숨겨놓은 1만원의 돈을 훔쳤습니다.
3.다음날 저의 저금 그래프는 더 이상 올라갈 칸이 없을 만큼 위로 쭉 올라가서 1등을 했지만 대신 들켜서 집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아마 잡혔다면 외삼촌의 몽둥이에 맞아 죽었을 것입니다. 짚더미 속에서 덜덜떨며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두려움에 더욱 덜덜떨며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4.신 아무개와 제가 다른 점은 “그때 제 안에서는 악마가 생기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말없이 도둑놈 자식에게 밥을 차려주셨던 엄마의 뒷모습이 그냥 처량하고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는 기억이 나네요. ⓒ최용우
♥2023.1.7. 흙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