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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번과 신학교
민수기 4:1~33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을 추어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을 기생이라고 합니다. 시서(詩書)에 능하고 가무(歌舞)가 뛰어나 예인의 이름을 받음이 마땅하지만, 노류장화(路柳墻花)의 불행한 삶을 살았습니다. 기생은 대부분 세습되지만, 역모를 꾀하거나 큰 죄를 지은 집안의 부녀자들을 관기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기생이 자유인 남성과 사이에 자녀를 낳아도 천자수모법(賤者隨母法)에 따라 천민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녀 차별이 극심한 사회에서 여성으로 차별받아 자기 삶을 자기 의지로 열어갈 수 없는 여성들이 스스로 화류계에 몸을 의탁하기도 하였습니다. 밀레토스의 아스파시아(469~406 주전)는 헤타이라(화류계 여성)로서 그리스 정치인 페리클레스(495~429 주전)의 연인이 되었습니다. 최고급 헤타이라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이 필요한데 의복과 화장은 물론 대화술과 전통 학문과 문학 등 탁월한 지성을 소유하여야 했습니다. 아스파시아는 소크라테스가 그녀의 강의에 참석할 정도로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녀 덕분에 아테네의 민주정치가 발전했다는 말이 틀린 말 같지 않습니다. 고대 그리스 여류시인 사포(630~570 주전), 제롬(1824~1904)의 그림 <배심원 앞의 프리네>(1861)로 유명한 프리네, 아나톨 프랑스의 소설 『타이스』의 주인공, 우리나라의 논개, 황진이, 서경덕, 이매창 등은 여성에 대한 폭력적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온몸으로 부당한 사회 제도에 맞선 여인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조선시대 말 기생학교인 권번(券番)에서 조차 시와 노래와 궁중무용과 시조와 민요를 가르쳤고, 부당한 화대의 착취에 대항하여 동맹 파업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친일파 인사가 명월관의 진주 기생인 산홍(山紅)을 소실로 삼으려 하자 “기생에게 줄 돈이 있으면 나라 위해 피 흘리는 청년에게 주라”며 거절하여 의기의 맥을 잇기도 하였습니다.
기생과 목사를 비교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지만, 결론은 유사합니다. “곧 삼십 세 이상으로 오십 세까지 회막의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역사에 참가할 만한 모든 자를 계수하라”(민 4:3). 오늘의 신학교육은 망국기의 권번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학대학원에 입학생이 미달이라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데 신학대학원은 우후죽순처럼 생겼습니다. 게다가 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신학생의 공급과잉은 목회자의 수요공급 원칙에도 맞지 않습니다. 내가 속해있는 교단 신학교에서도 응시생을 탈락시키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망국기 권번의 선생들은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졌고, 기생 학생들은 철저히 순종했습니다. 오늘의 신학교는 돈과 학생수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병에 걸린 신학교는 하나님 나라 일꾼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이 땅의 신학교를 위해 기도합니다. 작더라도 강한 신학교가 되어야 신학교도 살고 교회도 살고 하나님 나라도 일어설 수 있습니다. 돈과 수에 목숨 걸지 않도록 총장과 이사들을 깨우쳐주십시오.
● 찬송 : 212 겸손히 주를 섬길 때 https://www.youtube.com/watch?v=oLfHrRJQ1hM
2023. 1. 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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