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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실인
민수기 6:1~12
성경에는 있는데 오늘의 교회 직제에는 빠진 직분이 있습니다. ‘사도와 선지자와 전도자와 목사와 교사’(엡 4:11)는 바울 당시 교회의 직제에 있된 직분입니다. 이 가운데에 사도는 주님의 열두 제자와 바울로 한정된 직분이고, 선지자 직분은 교회 제도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목사는 종교개혁 이후 제도화되어 교회의 핵심이 되었고, 교사는 신학교 선생으로, 복음 전하는 자는 선교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사장 직제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완성된 제사로 보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구약에 존재하였던 나실인의 전통도 사라졌습니다.
나실인이란 성별과 관계없이 하나님께 헌신하기로 서원하여 세상과 단절하고 성전을 중심으로 기도와 경건에 힘쓰는 사람입니다. 일정 기간을 정한 나실인이 대부분이지만 삼손이나 사무엘처럼 평생을 나실인으로 살기도 합니다. 나실인에게는 세 가지 금기사항이 있었습니다. 포도나무의 소산물은 무엇이든 먹지 말아야 했고, 시체를 가까이하지 않았으며, 서원 기간에는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았습니다. 나실인은 머리를 자르지 않으므로 티가 났습니다. 그런 이에게는 함부로 포도주를 권하면 안 됩니다. 포도주는 즐거움을 의미합니다.
오늘의 교회에 제도로서 나실인은 없지만 경건하게 살기를 원하는 정신은 변함없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부흥회나 사경회가 있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집중적으로 성경을 연구하고 기도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계절별 성경학교와 수양회도 나실인의 경건 훈련을 연상케 하는 아주 좋은 전통입니다. 가능하다면 불가의 하안거(夏安居)와 동안거(冬安居)처럼 제도화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분주하여 여유 없는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그런 제도의 적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교회력의 사순절과 대림절을 나실인의 서원 기간으로 설정하여 의미있게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교회력을 백안시하는 개혁파 교회들도 이를 경건 훈련의 지렛대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순절에는 음식만 절제할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소비를 자제하고, 말초적 오락과 관능을 자극하는 유흥을 금하며, 생태계 보존과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훈련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구속이 갖는 우주적 구원을 배우면 참 좋겠습니다. 대림절 기간에는 헤롯의 악한 권력을 뚫고 세상에 오신 연약한 아기 예수를 묵상하며 경건의 삶을 산 안나와 시므온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경건하게 산다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성도의 훈련과 양육입니다. 이를 실천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찬송 425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hhttps://www.youtube.com/watch?v=vrNetYnsZJg
2023. 1. 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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