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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하는 사람
민수기 6:13~27
사람들은 세상에서 서로 부딪히고 경쟁하며 삽니다. 삶이 하도 묘하여서 생각처럼 자기가 만나고 싶은 좋은 사람만 만나며 살지 못합니다. 도리어 피하고 싶은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악연을 질기게 이어가는 삶은 여간한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개는 체념하는 삶에 익숙해집니다. 누구를 애타는 마음으로 사랑하려고도 하지 않고, 누구를 극단적으로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삶의 기쁨을 외면하고 삽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축복하며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사장이 그런 사람입니다. 제사장의 입에는 원리상 저주가 있을 수 없습니다. 제사장이 하는 일이란 자신의 죄를 안고 와서 하나님께 죄를 고하고 속죄하는 죄인의 편에 서서 제사를 집행하는 자들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큰 죄인이더라도 제사장은 비난과 책망과 저주의 말을 입에 올릴 수 없습니다. 이해와 동정과 긍휼이 있을 뿐입니다. 그것이 죄인을 바라보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사장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과 목회자로 부름받은 목사의 마음도 의당 그러해야 합니다. 누구를 대하든 따스하고 정답게, 부드럽고 온유한 마음으로 대함이 옳습니다. 그래야 세상에 희망이 싹틉니다. “주님께서 당신들에게 복을 주시고, 당신들을 지켜주시며, 주님께서 당신들을 밝은 얼굴로 대하시고, 당신들에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님께서 당신들을 고이 보시어서, 당신들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빕니다”(민 6:24~26 새번역). 그리스도인은 은총을 받은 사람으로서 남을 축복하는 사람입니다. 이미 복을 받은 자로서 진정한 복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며 저들의 연약함을 안타까워하고 반듯한 인품과 신앙 인격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물론 세상은 제사장의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선지자의 마음으로 사는 이들도 있습니다. 연약한 자를 능욕하고, 불의를 마음껏 저지르며 진리를 조롱하는 이들에 대하여서는 분노하는 선지자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잘못을 깨닫고 돌아오는 죄인을 향해서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두 팔 벌려 안아야 합니다만 하는 모든 일이 악하고 간교한 자들을 향하여서는 노도와 같은 분을 발하여야 합니다. “그가 철장을 가지고 그들을 다스려 질그릇 깨뜨리는 것과 같이 하리라”(계 2:27).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오늘의 세상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제가 사랑에 서툰 탓이고, 세상을 향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축복이 미숙한 때문입니다. 사랑과 축복의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기를 빕니다.
● 찬송 28 복의 근원 강림하사 https://www.youtube.com/watch?v=X3zdOXJO0BQ
2023. 1. 11 수
사진은 독일 퀼른의 안토나이트교회의 청동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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