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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은혜
마태복음 5:13~20
나는 필기구 욕심이 많습니다. 30년 전 대학원 졸업할 때 여동생으로부터 검정색 만년필을 선물 받았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우리 교회에 갓 나오기 시작한 한 형제로부터도 만년필 선물을 받았습니다. 필기구에 대한 애정이 많던 나는 그 만년필을 오랫동안 아끼고 소중히 여겼습니다. 손글씨를 쓰지 않게 되면서 믿음직한 학생과 청년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되겠다 싶어 깨끗하게 세척하여 건네어 지금은 수중에 없습니다. 그동안 내 손을 거친 필기구가 많았지만, 기억에 또렷한 선물입니다. 지난주에는 우리 교회 김 집사님으로부터 B5 용지를 스프링으로 두툼하게 묶고 표지에는 우리교회 주보의 2023년 이름인 ‘섶’을 새겨 넣은 필기장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로 거의 모든 문서 작업을 하느라 전처럼 종이에 글씨를 쓰지는 않습니다만 매끄러우면서도 도톨도톨한 종이 질감에 묻혀지는 잉크 향내의 그리움이 어른거립니다. 조만간 싸고 씀직한 만년필 한 자루를 구해야겠습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이처럼 추락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값싼 은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혜는 싸구려가 아닙니다. 너무 귀하고 값지기 때문에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너무 귀하고 값져서 값을 매길 수 없고, 그래서 공짜로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는 자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 십자가 죽음에 이르는 값 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은혜란 아들의 생명을 주고 베푼 선물입니다. 결코 하찮고 싼 선물이 아닙니다.
은혜를 싸구려 취급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복음에 대한 오해이고, 은혜에 대한 착각입니다. 은혜로 구원에 이른 사람은 나태하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구원론의 믿음과 칭의 교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함부로 휘두르며 하나님을 겁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은혜로 부르신 이유는 다시는 율법의 노예가 되어 절망의 삶을 살지 말라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빌려 말하자면 이제 왕자의 신분이 되었으니 다시는 거지의 본성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은혜란 순종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순종을 시작하게 합니다.
은혜를 싸구려 취급하는 이들일수록 지성을 무시합니다. 자기 아집에 사로잡혀 남을 함부로 판단합니다.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지만 사실은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은 이들이 남을 판단하는데 더 용감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아는 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천국의 비밀이라도 아는 양 거들먹거리는 싸구려 장사치들은 다음의 주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
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싸구려 은혜야말로 복음의 적입니다. 은혜를 귀히 아는 믿음에 이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은혜는 순종의 시작입니다.
● 찬송 552 아침 해가 돋을 때 https://www.youtube.com/watch?v=A32uT4Jj074
2023. 1. 27 목
댓글 '1'
김봉진 목사
마태복음 5:13-20절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의 소금과 빛에 비유하며 그들의 정체성과 사명을 일깨우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13절)
주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말씀하시며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리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경고하십니다. 제자가 제자다움을,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린다면 밖에 버려져 밟히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14절)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15절)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16절)
빛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제자들 역시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우리가 비추어야 할 빛은 제자다움에서 나오는 착한 행실입니다. 주위의 어두움에 함몰되지 말고 착한 행실(팔복)을 통해 빛을 발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합시다.
- 율법에 대한 태도(17~20절)
율법에는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 있고, 가장 작은 계명에도 하나님의 뜻이 세밀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17절) 예수님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향하고 의도한 궁극적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율법을 버리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지 말고, 성취된 하나님 나라의 모습에 걸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내 안에서 또 나를 통해 세상 가운데 나타나도록 천국 제자의 맛과 빛을 내며 살아갑시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의 소금과 빛에 비유하며 그들의 정체성과 사명을 일깨우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13절)
주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말씀하시며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리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경고하십니다. 제자가 제자다움을,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린다면 밖에 버려져 밟히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14절)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15절)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16절)
빛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제자들 역시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우리가 비추어야 할 빛은 제자다움에서 나오는 착한 행실입니다. 주위의 어두움에 함몰되지 말고 착한 행실(팔복)을 통해 빛을 발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합시다.
- 율법에 대한 태도(17~20절)
율법에는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 있고, 가장 작은 계명에도 하나님의 뜻이 세밀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17절) 예수님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향하고 의도한 궁극적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율법을 버리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지 말고, 성취된 하나님 나라의 모습에 걸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내 안에서 또 나를 통해 세상 가운데 나타나도록 천국 제자의 맛과 빛을 내며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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