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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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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목회할 때 이야기입니다.
교회가 꽤 오래된 주택가에 위치한데다, 동네가 대체로 가난한 지역이어서 그런지 겨울에 눈이 오는 날이면 누구도 눈을 치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은 심지어 자기 집 앞 눈도 치우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눈이 온 이후 기온이 떨어져 길이 얼면 보행에 상당한 불편이 따랐습니다.
보다 못해, 어느 해부터 제가 눈이 오면 교회 직원들과 함께 동네 골목의 눈을 모조리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그렇지 사방 100미터 반경의 눈을 쓸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원봉사하는 교우들까지 포함해서 열 몇 명이 거의 반나절은 노가다를 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선행에 감명(?)을 받은 주민들이 눈 청소 작업에 동참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눈 청소는 교회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로 한 번도 불평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던 것입니다.
2. 굳이 이런 글을 쓸까 말까, 두 달 쯤 고민한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예배당이 제법 큰 교회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브랜드의 아파트가 마주한, 삼거리 길목에 교회가 들어서 있으니 '사업장' 목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저는 이 교회가 눈이 올 때 자기 예배당 앞의 눈을 치운 것을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작년 겨울에도 그랬고, 올 겨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 아파트 단지와 주변 상가 앞은 모두 눈이 치워져 있는데 반해 유독 교회 주변만 눈이 그대로 입니다.
교회가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우리 동네 주민 대부분은 교회 앞을 지나야만 오갈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멀쩡히 잘 걷다가 유독 교회 근방을 지날 때만 안 넘어지려고 신경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교회가 어쩌면 저렇게 무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가 꼭 '눈'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늘 그 교회 앞을 지나오는데 예배당 건물에 큰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더군요.
그 현수막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교회"
그 현수막을 보는데 피식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동네 길목의 눈은 고사하고, 자기 예배당 앞에 쌓인 눈도 안 치우는 교회가 지역 주민과 뭘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이 교회의 목사님이 진짜로 지역 주민과 함께 하고 싶으면, 예배당 안에 위치한 시선으로 동네를 바라보지 말고, 주민의 입장에서 교회를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답'을 교회가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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