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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항 비폭력
마태복음 5:33~48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 샤일록은 상인 안토니오에게 3천 두가트(순금 10.5kg, 보통 가정의 한 해 생활비가 15두가트 정도)를 빌려주면서 장난삼아 ‘빚을 못 갚으면 심장 부위의 살을 1파운드 자른다’고 명기하였습니다. 안토니오의 상선이 성공적으로 돌아오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꼬이는 법, 안토니오의 배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결국 살을 잘라야 했습니다. 샤일록은 원금의 세배를 갚겠다는 제의도 거절하였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오랜 앙금이자 모진 하대를 받으며 살아온 유대인의 막을 수 없는 복수극입니다.
유대인은 70년 로마에 의하여 예루살렘이 무너진 이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이 되었습니다. 기독교가 세계의 종교가 된 후에는 ‘예수 죽인 민족’으로 지목받아 증오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습니다. 자기 땅에서 쫓겨난 그들이 수 천 년 역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기적입니다. 공직에 들어갈 수도 없고 토지를 가질 수도 없고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들로서는 당시 교회가 금기시하는 환전상이 적격이었습니다. 샤일록은 법대로 하여 오랜 앙금을 조금이라도 풀자는 심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법은 포셔의 기지로 안토니오에게 유리하게 번복되고 말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법은 약자에게 유리한 게 아닌 모양입니다.
구약의 법 정신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는 데 있습니다. 이는 과도하게 격앙된 복수심을 제한하는 조치이지 무자비하고 무제한의 보복을 인정함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의 시행은 절대로 개인이 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재판관의 형벌 평등 원리에 의하여 진행함이 마땅합니다. 복수법은 개인적인 보복을 막고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고자 함입니다.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마 5:38~39). 예수님은 복수법 그 이상을 주문합니다. 복수의 문제는 법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가 공정해 보여도 가해자에게는 정죄감을 주고, 피해자에게는 만족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 이상의 법,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5:39 b), 곧 무저항의 법을 제시합니다.
“북 공격에 백배 천배 때릴 응징․보복 능력 구축해야 한다.” 이 나라 대통령이 외교․국방부 연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발언입니다. 과거 이명박 씨도 대통령으로 있을 때 “북 도발하면 백배 천배 보복”을 천명했습니다. 틀리지 않는 말 같지만 맞지 않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증오와 복수의 감정이 다분히 개입된 소아병적인 발언입니다. 그대로 하면 이 나라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입니다. 대통령의 능력은 전쟁을 막는 데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유발하는 언행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해는 할 수 있어도 실천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지성의 납득을 넘어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믿음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 찬송 420 너 성결키 위해 https://www.youtube.com/watch?v=WVxw-1c8ZY8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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