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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외식과 교만
마태복음 6:1~18
나는 어릴 때 영리하지도 못했고 이악스럽지도 않은 촌뜨기였습니다. 한번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그려준 약도를 들고 석바위에 있는 서울약국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혼자 버스 타본 적도 없는 촌놈이 독점에서 20분가량 버스를 타고 석바위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약도대로 정류장 근처에 있는 서울약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 그 옆에 수도약국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갑자기 혼돈이 왔습니다. 약도에는 그냥 ‘약국’이라고만 적혀 있고 아버지에게 들은 약국 이름이 ‘서울’ 같기도 하고, ‘수도’ 같기도 해서 한참 동안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거반 60년이 되어가는 옛날이야기입니다.
유명한 맛집 거리에는 ‘원조집’ 옆에 ‘진짜 원조집’ 간판이 있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그만큼 진짜 경쟁이 치열하고 세상살이가 각박합니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라치면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가짜가 진짜 노릇을 하고, 도둑이 주인 역할을 합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자가 모범생을 훈계합니다. 죄인이 의인을 자처하여 무고한 이들을 정죄하는 일이 예삿일이 되었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때에 악인은 제 세상 만난 듯이 나팔을 불어 소란을 떱니다. 세상은 갈지자걸음을 하고 가치는 비틀려지고 의인은 자기 몸을 숨깁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라도 자신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 과시욕이 있습니다. 자신이 좀 더 근사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특히 종교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는 높은 영성을 갖춘 자를 존경하기 마련입니다. 주님 당시 유대인들은 구제와 기도와 금식을 으뜸가는 종교적 선행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종교 행위의 과격한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대인들이 즐겨 금식하는 날은 예루살렘 장이 서는 날이라고 합니다. 외식하는 자들은 자신의 경건을 과시하기 위하여 머리를 풀고 얼굴을 일부로 창백하게 보이기 위하여 분칠까지 하여 자기의 과장된 경건을 사람에게 드러냅니다. 자선도 그렇습니다. 자선이 아름다우려면 받는 자가 누구에게 받았는지 몰라야 하며, 준 자 역시 누구에게 주었는지 알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선행은 동기가 옳아야 합니다. 과격한 기도와 금식, 그리고 드러내기 위한 선행의 가장 큰 잘못은 하나님을 향하지 않고 사람을 향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행위야말로 영적 교만입니다. 교만은 신앙의 가장 큰 적입니다.
“너희는 남에게 보이려고 의로운 일을 사람들 앞에서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마 6:1 새번역).
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영적 교만에 이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겠습니다. 겸손이 무력하고 무능한 자의 변명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찬송 532 주께로 한 걸음씩 https://www.youtube.com/watch?v=wxHEAwBX1AE
2023. 1. 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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