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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사람이 먼저입니다
마태복음 1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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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이 또 문제였습니다. 앞 사건에서는 제자들의 행위를 문제 삼아 시비를 걸었던 바리새인들은 이번에는 직접 예수님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이에나 떼처럼 예수님의 약점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손 마른 사람을 고쳐주셨고, 그날이 안식일이라는 사실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니라”(마 12:12). 주님은 도리어 도발적으로 안식일 제도의 오남용을 비판하셨습니다. 바리새인들로서는 예수님의 언행을 율법의 파괴로 단정지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여 예수를 죽일까 의논”(마 12:14)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안식일 율례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바리새인들로서는 그럴만한 일입니다. 예수가 이단이 아니라면 그런 언행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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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을 존중하는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전쟁이 일어나도 방어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고스란히 죽음을 맞았습니다. 셀레우코스의 안티오커스 4세 군대가 유대에 쳐들어와 헬라화와 이방종교 의식을 강요할 때 마카비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혁명군들은 박해의 원인을 율법 불순종과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로 규정하고 율법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그 중심에 제사장 가문인 하스몬가의 맛다디아와 다섯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광야로 나가 혁명군을 조직하였습니다. 그때 정의와 율법을 따라 살려는 많은 유대인들도 광야로 숨었습니다. 안티오커스 4세의 군대가 그들을 추격하였는데 하필 안식일을 골라 공격하며 항복을 종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왕명에 굴복해서 안식일을 더럽힐 수는 없다. 우리는 나가지 않는다”며(마카비1 2:34) 대항하여 싸우지도 않았고, 방벽도 쌓지도 않았습니다. 이 전투로 1천여 명이 죽고 가족과 가축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맛다디아는 “우리를 공격하는 자가 있으면 안식일이라도 맞서서 싸우자. 그래야만 피신처에서 죽어간 우리 형제들처럼 몰살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마카비1 2:41)며 전의를 불살랐고, 경건하게 율법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합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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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에는 병을 고칠 수 없었습니다. 병의 악화는 막을 수 있지만 치료는 할 수 없었습니다. 붕대는 감을 수 있어도 약을 바를 수는 없습니다. 회당에서 예수님을 마주한 손 마른 자는 위독하지도 않았고 병이 악화되는 진행형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안식일 율법에 대하여 절대부동의 신념을 가진 바리새인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고쳐주셨습니다. 주님은 이 사건을 통하여 율법의 정신과 목적이 무엇인가를 되묻습니다. 율법은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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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양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그러므로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니라”(마 12:12).
주님은 구덩이에 빠진 양을 예로 들면서 ‘안식일에라도 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십니다. 사람과 양의 가치를 비교하므로 주님은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일이 옳다면 선행을 거절하는 일은 악이라고 단정하십니다. 너무 거룩하여서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도울 수 없는 시간이란 하나님의 시제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이 진실을 가르치지 않는 종교는 가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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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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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정통을 자랑하면서도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종교의 비애를 느낍니다. 안식일 준수를 명분으로 주님을 공격하던 이들은 지금도 여전하여 슬픕니다.
● 찬송 : 134 나 어느 날 꿈 속을 헤매며
2023. 2. 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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