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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모집의 허구와 위험
신문에 나는 회사 대표 혹은 대학교 총장 선출 작게는 지교회 담임목사 청빙 등 공개모집은 회사나 기관 혹은 단체의 공공성을 추구한다는 일반적인 신뢰도 구축의 한 단면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의 대표를 내정해놓고 공개모집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은 들러리 서게 하는 일들이 실질적으로 많기에 진짜 필요한 인재가 지원하는 일은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지원하는 자들은 대부분 경험삼아 지원할 것이고 떨어져도 상관이 없는 경우일 것이다. 이것은 한 지교회 담임을 구하는 청빙제도에도 드러나는 어두운 그림자이다. 이미 누군가를 내정해 놓고서 교인들에게 공개 선발을 통해서 그에 타당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인식을 심고자 하는 것이지 진짜 교회에 필요한 인재를 모시는 일은 하지 않는다. 교회가 모시고 싶어 하는 필요한 인재는 공개모집에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설사 지원해도 선발되기는 천운에 맡겨야 한다.
총신대학교 총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후보로 등록한 5명 중 4분이 학교 교수들이고 외부에서 지원한 한 분이 후보들이다. 그런데 이미 특정인의 내정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지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인지 해당 교회 당회원이나 교인이 팻말을 들고 추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내가 만난 어떤 지인도 스카웃해 가면 가도 스스로 후보 지원서를 내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가끔 모셔가기를 바라며 지원보다 기도만 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는 자들의 대부분 반응은 지가 먼데 모셔오길 바래? 도리어 교만하다고 욕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과거에 모셔오는 것이 당연했던 때와는 달리 같은 단어를 쓰긴 해도 청빙의 아름다운 전통은 교회나 학교에서 버려져 박물관에 옮겨진지 오래이다. 교회가 필요한 인재를 모신다는 명분은 분명한데 공개모집을 통해서 지원자들을 헛바람 켜게 만들거나 되면 좋고 안 돼도 할 말 하나 없는 쓸쓸한 뒷맛을 많이 남긴다. 청빙위원회는 자기들이 후보를 잘 선택했고 잘 뽑았다고 자찬한다. 교회는 경쟁사회가 아닌데도 경쟁구도의 늪에 빠져있고 지 교회 안에서조차도 치열한 경쟁 구도에 밀려 직분자 선출 문제로 고민하는 교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인재 양성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명으로 장학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는 세상의 여러 기관들이 있어서 대한민국이 오늘날 10대 경제대국으로 진입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교회는 언젠가부터 교회 일군 키우기를 포기하였다. 교회 일군 양성을 위한 신학교를 위한 기도와 물질적 지원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그 결과 교회를 이끌만한 참 어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사회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신임도에서 바닥을 치고 있다. 지도자 부재가 심각하다. 참 인재, 똑똑하지만 경건의 능력이 없는 자가 아니라 조금 부족해도 경건의 능력을 겸비한 자, 최고의 학부를 나오지 못했어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사로잡혀 부르심의 상을 위하여 푯대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는 자, 다시 말해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자, 겉으로 내세울만한 것이 뚜렷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의 심장을 소유한 자, 땅에서 부와 명성과 낙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으로 덧입기를 사모하는 자, 오로지 주님만이 높임을 받으시게 함과 주님의 뜻을 구현하는 것을 자기 양식으로 삼는 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공정하고 공의로워야 할 법이 죽은 사회에서 기댈 곳은 그래도 교회뿐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대표선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나 스스로도 그런 인재로 단련하고 구구장창 마땅히 가야할 길로 내닫는 인물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자격이나 되겠는가마는 주님의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외쳐본다. 서로가 모셔가겠다고 하는 인재를 키우는 일이 다음 세대의 교회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대표회장이나 담임목사 모집하기 전에 인재 양성에 눈물 흘리며 씨를 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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