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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쿠나리아
마태복음 15: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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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고향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였으나 이방 지역에서는 존경과 신의를 얻으셨습니다(11:21). 주님은 두로와 시돈 지방에 들어가셨고, 귀신 들려 고통당하는 딸을 가진 한 여인이 주님께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마태는 이 여인을 팔레스타인의 옛지명인 ‘가나안 여인’이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이 표현은 유대인과 이방인(특히 가나안인) 사이의 역사적, 종교적인 괴리를 한층 강조하는 말입니다. 당연히 써서는 안 될 말인데 예수님의 제자 마태가 굳이 이 여인의 입장을 이처럼 표현하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 걸까요(참고:마 1:1,21, 2:1 등)?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을 ‘주 다윗의 자손’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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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에 대한 주님의 반응이 의외입니다. 한 말씀도 대꾸하지 않다가 제자들이 채근하니까 할 수 없이 한마디 하십니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마 15:26).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유대주의의 우월감으로 비칠 수 있는 이 말이 주님의 의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을 기록하는 마태가 강조하고 싶었던 의도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태는 조금 전까지 안식일과 정결 문제 등 시시콜콜한 문제로 시비를 걸어 주님을 대적하는 정통파 유대인들과 가나안 여인을 대척점에 세우고 있습니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유대인들은 메시아를 한사코 부정하는 데 비하여 유대인들로부터 개 취급 받는 가나안 여인은 주님을 신뢰하여 메시아로 호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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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예수님으로부터 무안을 당하고 거부되면서도 끈질기게 주님의 긍휼을 구합니다. 주님이 여인을 지목한 ‘개’는 헬라어 ‘쿠나리아(kunaria)’인데 이는 유대인들이 이방인을 경멸하여 사용하는 ‘쿠신(kusin, 들개)’과 달리 반려견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여인은 이 말씀에 담긴 주님의 의도를 읽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마 15:27). 역시 여인은 자신의 말에서 주님이 하신 ‘쿠나리아’로 대꾸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의미는 알겠지만 그것이 나의 간청을 들어주지 못할 이유는 아닙니다.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습니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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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여인에 대하여 감탄하시고 여인의 딸을 고쳐 주셨습니다.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15:28). 주님으로부터 믿음이 크다고 칭찬을 들은 자는 이방의 백부장(마 8:10)을 포함하여 모두 이방인이었습니다. 마태는 이 사실을 기록하므로 이방인이 유대인보다 천국에 먼저 들어간다는(마 8:11~12)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원의 범위와 관련된 신약시대의 보편주의에 대한 급속도의 발전입니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논리이지만 당시에는 이단적 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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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구원을 제한하는 이들일수록 주님과 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구원 역사에 세워진 장애물을 넘는 여인의 믿음을 본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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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545 이 눈에 아무 증거
2023. 3. 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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