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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사실주의 화가 미콜라 피모넨코1862~1912의 <광신의 희생자>1899,에는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여인이 마을에서 일어난 어떤 일로 큰 곤경에 처해 있다. 여인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망의 상황까지 몰렸다. 도대체 이 여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을 사람들이 농기구와 몽둥이를 들 정도로 화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건의 결말은 무엇일까?
캔버스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을 넷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왼편의 남자들이다. 그들은 여인의 비리를 조목조목 정리하고 사건의 처리를 논의하고 있다.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여인을 향해 분노를 맹렬히 폭발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여인의 부모인 듯 노부부가 안타깝게 이 사태를 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막아야 하지만 역부족임을 느낀다. 딸을 위해 변호를 하여야 하지만 진실이 통할 것 같지 않아 더 절망스럽다. 안타깝게도 언제나 진실은 광신을 이기지 못한다. 멀리서 현장을 향해 달려오는 무리와 멀찍이 구경하는 이들도 보인다. 이들이 어느 편에 가담하느냐에 따라 사태는 달라질 수 있을까?
사실은 이렇다. 이 마을은 유대인 공동체다. 테필린을 머리에 착용하고 탈릿을 입은 남성이 화면 한 가운데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가장 크게 분노하고 있다. 종교가 문제를 잠재우기보다 조장하고 격동시킨다. 여인의 셔츠는 찟겨지고 목에는 십자가 목걸이가 보인다. 아, 그러니까 이 여인은 이웃 마을의 기독교 청년과 사귀다가 들킨 것이다.
이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없는 일일까? 있을 수 있는 일에 분노하는 것은 광기이고 광신이다. 세상은 진실이 주도하기보다 광신과 맹신이 주도할 때가 많다. 지금, 삶이 버거운 이유이다. 구원은 과연 어디에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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