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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과 사이비에 대하여(1)
이단과 사이비는 구별해야 한다. 오늘은 사이비에 대하여...
“似而非(사이비)”라는 말은 ‘비슷한데 아닌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이비라는 말은 맹자에 처음 나온다. 공자가 말한 “鄕原(향원)을 맹자는 사이비라 했다. 맹자 말하기를
“鄕原은 덕을 해치는 도둑이다. 비난하려 해도 특별히 비난할 것이 없고, 공격하려 해도 구실이 없으나 단지 세속에 아첨하고 더러운 세상에 합류한다. 집 안에서는 충심과 신의가 있는 척하고, 밖에 나가 행동할 땐 청렴결백한 척한다. 그래서 스스로도 옳다고 생각하고 사람들도 다 좋아하지만 그들과 함께 올바른 도에 들어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이비(似而非)한 것을 미워 한다. 말 잘하는 것을 미워함은 그가 정의를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향원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덕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다.” -진심편-
향원은 대체로 학문을 했으나 道에는 관심이 없고 학문을 수단으로 현세적 명예와 이익의 추구에 급급한 소인이다. 그러나 결코 단순한 소인이 아니다. 율곡은 『聖學輯要』에서 향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탐관오리나 아첨꾼은 소인의 전형으로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겠으나 유독 사이비(似而非)한 인물만은 그 실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낮 빛은 근엄하고 입은 옳은 소리만 하는지라, 자태와 언행이 참된 군자의 그것과 닮아 있고(似), 근후(謹厚)하여 꼬집어 비난할 데가 없는지라, 온전하고 허물이 없는 군자의 행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현은 그러한 인물을 더욱 깊이 경계했던 것인 바, 음험하게 세상에 아부하면서도 항상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며(自以爲是), 속된 무리와 한 패가 되어 무사안일과 저열한 적당주의에 안주함으로써 결국은 이상적 개혁을 실현하려는 선비의 앞길을 저지․방해 하고 나아가 참된 학문의 진로를 두절시켜, 이단의 혹세무민보다 (국가 사회에) 더욱 심대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 다름 아닌 향원이다.”
예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미워한 것은 공자께서 향원을 미워하고 맹자께서 사이비를 미워한 것과 거의 같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사이비군자가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소위 군자입네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이비군자다. 그래서 유가에서는 사이비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그렇게 비난하는 순간 자신도 그 말에 해당 되지 않는다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이비라고 비판하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들이 아마도 기독교인일 것이다. 그것이 안타깝다. 자기성찰을 진지하게 한다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말이 “사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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