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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마태복음 23:29~39
현대 교회의 사회의식은 시민사회의 평균보다 이하인 듯합니다. 교회가 본래부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교회가 처음 이 땅에 들어왔을 때는 민족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았습니다. 그때 교회는 남녀와 반상 차별을 철폐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자 물산장려운동을 통해 국산품애용을 촉구하였고, 미신을 타파하며 노름을 중지하고, 금주 ․ 단연 운동도 벌였습니다. 농촌 계몽에 앞장서고 민족 독립과 항일 운동의 선두에 섰습니다. 가나안농군학교와 예수원을 통하여 거룩한 노동을 실천하였고, 기윤실은 정직한 그리스도인 운동을 제창하였습니다.
본래 기독교의 유전자에는 대항 정신이 있습니다. 주님도 헤롯과 권력화한 종교에 순응하지 않았고, 종교개혁 전통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후예들은 노예 제도와 노예무역 등 왜곡된 사회현상을 묵인하지 않고 치댔습니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역사는 조금씩이나마 자유를 향하여 진보하였고, 사회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교회의 사회의식은 매우 둔감합니다. 아니 매우 보수화되어 있어 성경의 가치를 역행하면서도 이를 감지조차 못합니다. 맘몬화된 세상에 적응하느라 성경이 말하는 경제 원칙과 평화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세상이 되고, 평화가 정착하기보다 자신과 가정이 편안하고 교회가 부흥하는 일을 우선합니다. 그래야 감사를 연발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이란 그런 것이라고 왜곡하면서 삽니다. 그래서 노점상 하는 팔십 난 어머니가 새벽기도에 무릎 꿇고 드리는 <감사한 죄> 조차 인식하지 못합니다. “(전략) 거리에서 리어카 노점상을 하다 잡혀온/내 처지를 아는 단속반들이 나를 많이 봐주고/공사판 십장들이 몸 약한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파출부 일자리도 나는 끊이지 않았느니라(중략) 다른 사람들이 단속반에 끌려가 벌금을 물고/일거리를 못 얻어 힘없이 돌아설 때도, (중략)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하략)”
율법학자와 바리새인을 향한 주님의 분노는 최고조로 달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너희는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의인들의 기념비를 꾸민다”(23:29 새번역).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심판을 피하겠느냐?”(23:33). 주님께서 이렇게 격앙되어 거친 욕설이 나올 줄은 누구도 몰랐습니다.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가로막고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저항하는 이들을 향한 단호한 심판의 말씀이십니다. 문제는 추상같은 말씀이 ‘오늘 이 시대에는 없는가’입니다. 복음을 성공의 수단으로 삼고, 교회를 치부의 도구로 삼은 이들에 대한 주님의 지엄한 심판이 없을까요? 정의와 공평의 하나님 나라를 부정하며 교회를 사탄의 놀이터로 삼은 이들에 대한 주님의 진노가 과연 없을까요?
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하나님 나라는 죽은 후에 가는 나라이기 이전에 오늘 여기서 살아야 할 나라입니다. 믿음과 능력을 주십시오. 말과 행동으로 하나님 나라에 대항하였던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찬송 : 534 주님 찾아 오셨네 https://www.youtube.com/watch?v=454zq3DiqQE
그림 : 중세에 그려진 <심판>
2023. 3. 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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