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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
“원유가 고갈되고 있다.”
“기독교가 총체적으로 타락했다.”
“세상이 점점 악해져 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
“지구 종말이 가까웠다.”
- 참 미안하게도 – 이러한 말들은 대개가 호들갑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공갈과 협박이다. 신학적으로 말한다면 하나님의 섭리하심과 역사하심을 믿지 못하는 불신앙이다.
원유는 충분하고 충분하다. 아마도 매장량의 1%도 사용하지 못하고 –석탄시대가 지난 것처럼 – 석유시대는 지나갈 것이다.
“기독교가 총체적으로 타락했다.”는 말도 호들갑이다. 어느 시대이든, 어느 종교든 총체적으로 타락했던 적은 없다. 어느 시대든지 지극히 타락한 이도 있고 지극히 경건한 이들도 있었다.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타락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도무지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경건한 이들도 있었다. 오늘날도 그렇다.
“세상이 점점 악해져 간다.”는 말도 호들갑이다. 도처에서 들리는 소리는 온통 살인과 강도, 강간, 전쟁과 기근, 학교 폭력, 아동학대등을 고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치계, 법조계, 교육계, 재계, 종교계 등 어느 부분 하나 온전한 곳 없이 총체적으로 부패했다는 소리들이다. “윤리가 땅에 떨어 졌다”고 한다. 이러한 소리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시대는 악해져만 갈까?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에 비한다면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부족하지만 사실 세상은 점점 선해지고 있다. 수십 년 전 우리사회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본다. 오늘날 인신매매를 걱정하는데 그때는 부모가 직접 자식을 팔았다. 딸아이가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부잣집에 식모로 팔았다. 과년한 딸을 땅 두어 마지기 받고 첩으로 팔아 넘겼다. 남편이 아내를 도박 빚에 팔았다. 그뿐인가? 국가가 직접 우리의 소중한 딸들을 매춘하게 했다.
오늘날 학원 폭력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과거에는 청소년들이 이 마을에서 저 마을을 가지 못했다. 다른 마을을 지나다 보면 그 마을 아이들에게 붙들려서 몇 대 얻어맞아야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개천을 사이에 두고 이 마을과 저 마을의 아이들의 정기적인 패싸움이 있었고 그때마다 다치는 아이들이 속출하였다.
밤거리마다 술에 취하여 고성방가하고 길거리에 쓰러져 온갖 오물을 토해 내는 사람들이 거리마다 있었다. 가정 폭력 또한 흔하고 흔한 것이었다. 홧김에 자녀를 때려죽이면 그냥 산에 묻으면 그만이었다.
실상은 이러한데 왜 우리들은 세상이 점점 더 악해져 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세상이 좀 더 선해져야 하겠다는 기대가 세상에 대한 비판과 한탄으로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거의 소신처럼 굳어져 있는 것이 문제다.
오늘날 가장 큰 호들갑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것이다. 고도로 지능이 발달한 현인류가 경험하는 지구온난화는 이것이 처음이지만 좀 더 큰 시간 단위로 본다면 지구의 기온은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했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면서 해수면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1 만 년 전에는 해수면이 낮아서 우리나라 서해바다가 없었다. 그리고 약 5000- 7000년 전에는 지금보다 기온이 높았었다. 산과 들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대 홍수가 발생했다. 노아의 홍수는 그때의 일이다. BC 1500년 전에는 황하강 유역에 코끼리가 살았을 정도로 날씨가 따듯했다. 오늘날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우려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마치 전대미문의 큰 사건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이러한 호들갑들은 일종의 종말론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봄, 모 대학에 갔다가 김지하 시인의 초청강연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강연내용은 환경파괴, 생명파괴로 인류의 멸망이 임박했다는 종말론이었다. 그리고 청중들을 향해서 아주 심각하게 “자신의 말에 왜 긴장하지 않고 왜 충격 받지 않느냐?”고 질타를 했다. 마치 1970년대 말 기독교의 삼류 부흥사들이 종말이 가까웠다고 성도들에게 협박하는 모습 같았다. 그때 그들은 정말 종말이 가까운 줄 알고 그렇게 말했을 것이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일종의 공갈과 협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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