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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의 입맞춤
마태복음 26: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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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는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제자들을 속일 수는 있었지만 주님을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죄인을 다루시는 주님의 모습을 봅니다. 주님은 유다를 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호소라는 무기만을 사용하셨습니다. 사람에게 부여한 자유의지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존귀한 존재로 여기시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주님은 억지로 하지 않으십니다. 죄는 순간적 충동으로도 일어납니다. 그것도 악하지만, 더 악하기는 나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죄가 무섭습니다. 사랑의 호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다는 자기 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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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막을 다 알고 계신 주님은 모른 척 제자들과 겟세마네에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특별히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특정하여 데리고 기도하셨습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26:39). 이 기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가 없었다면 인류가 태생적으로 짊어진 죄와 죽음이라는 난제는 여전히 미궁이었을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미궁의 두터운 문을 여는 열쇠였습니다. 주님은 이 기도를 세 번이나 드렸습니다. 그만큼 절박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님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도 내어놓겠다고 장담하던 베드로와 두 제자(26:35)는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곁에 있기는 했지만, 주님에게는 아무런 위로도 힘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이 오늘 나의 모습 같습니다. 주님을 위해 산다고 하면서도 주님께 무익한 종이 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처량하고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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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를 마칠 무렵 때 마추어 유다가 왔습니다. 그런데 유다의 뒤에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보낸 무장한 무리가 함께 하였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암호가 있었습니다. “내가 입 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으라”(26:48). 유다는 주님께 다가와 문안을 드리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마태가 사용한 입맞춤 ‘καταφιλέω’(카타필레오)은 흔히 사용하는 ‘φιλεῖν(필레인)’, 단순한 입맞춤이 아닙니다. 카타필레오는 스승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긴 표현입니다. 아마 유다는 예수님이 메시아로서 행동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무장한 무리를 단숨에 물리치고 부패한 성전 세력과 오만한 로마 앞잡이들을 척결하고 다윗 왕국의 재건을 소망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유다 자신의 사명은 메시아의 위대한 사역을 촉발하게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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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나 주님은 무력하게 체포당하십니다. 어떤 항의도 없이, 반항도 하지 않고 붙잡힙니다. 이 사건 이후로 유다는 사라져 자살에 이릅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오판을 하였는지를 뼈저리게 후회하며 스스로 선택한 지옥 길에 들어갔습니다. 유다는 다른 제자들이 갈릴리 출신인데 반하여 유다 출신으로 유다 전통에 대한 자의식과 메시아에 대한 기대심이 남달랐습니다. 주님이 측은합니다. 한 제자는 배신자가 되어 죽음의 길을 자청하고, 다른 제자들은 제 살길을 찾아 도망하였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에 주님은 혼자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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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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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주님을 오역하는 무지를 범치 않아야겠습니다. 주님을 옳게 알고 바로 따르기를 힘쓰겠습니다. 지혜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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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457 겟세마네 동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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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제임스 티소의 <유다의 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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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 종려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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