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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온유
민수기 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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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을 출발하여 광야 여정을 시작할 즈음 출애굽 공동체에 균열이 생겼는데 섞여 사는 다른 무리의 탐욕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불평은 전염병처럼 온 이스라엘에 퍼졌고 급기야 모세의 리더십에 대한 시비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문제는 문제를 만들고 사태는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늘 그렇습니다. 평온할 만하면 누군가 벽지풍파를 만들어 소란케 합니다. 마음을 합쳐도 버거운 현실인데 문제를 야기하여 세상을 혼란케 하는 이들은 어디나 있습니다. 그들 덕분에 세상의 평화는 늘 멀기만 합니다. 화평을 이루는 삶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밑절미입니다(마 5:9).
놀랍게도 모세의 지도력을 문제 삼은 사람은 아론과 미리암이었습니다. 균열은 먼 데서도 시작하지만 가까이에서 더 치명적입니다. 아론은 모세의 형이고, 미리암은 누나입니다. 아론은 모세의 대언자로서 말주변이 없는 모세를 대신하여 완악한 파라오를 상대하였고 무지한 백성을 설득하였습니다. 출애굽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인물입니다. 미리암은 모세가 어린 아기였을 때 히브리 남자아이라는 이유로 나일강에 던져지던 악한 시대에 모세를 살뜰하게 돌보던 누이입니다. 아론과 미리암이 없었다면 모세의 지도력은 반감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출애굽 과정에서 보인 아론과 미리암의 역할은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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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세와 맞서는 장면은 동의하기가 난감합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12:2) 모세와 비교하여 자신들이 무엇이 부족하냐는 투의 댓거리는 모세에 대한 시샘이기 이전에 하나님을 향한 불경입니다. 그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더라도 내면에는 시기가 담겨있습니다. 비교는 패망의 지름길입니다. 빨리 달리기를 잘하는 이도 있지만 오래 달리기를 잘하는 이도 있습니다. 빼어난 재주는 없지만 성실이 미덕인 경우도 있습니다. 비교하다 보면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지 못합니다. 비교는 친구를 적으로 만들고, 일상의 평화를 깨트리며 스스로 삶을 불행으로 인도합니다. 만족한 삶을 위해서는 절대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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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는 모세가 제공하였습니다. 모세가 구스 여인을 아내로 맞은 때문입니다. 오늘의 결혼제도로 당시를 설명할 수 없지만, 모세의 행위를 잘하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께서 모세의 불찰보다 미리암과 아론의 행위를 더 악하게 보셨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은 미리암과 아론의 이의를 외면하십니다. 이는 미리암과 아론의 이의에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내 종 모세 비방하기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12:8). 하나님은 미리암에게 나병을 발병하게 하여 순수하지 않은 의도를 심판하십니다. 미리암은 진영 밖으로 격리되었고 이스라엘의 행진은 멈추었습니다. 불순한 의도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다행히 모세는 “하나님, 비옵니다. 제발 미리암을 고쳐 주십시오”(12:13 새번역)라고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12:3)며 모세의 온유함을 인정하셨습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 5:5). 이레 만에 미리암은 회복되었고 이스라엘 행군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불순한 의도는 하나님의 심판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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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 안에도 남과 비교하는 못된 마음이 있습니다. 저 때문에 약속의 땅을 향한 거룩한 행군이 멈추어질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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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595 나 맡은 본분은ehttps://www.youtube.com/watch?v=qFgko899Nq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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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작가미상 <미리암과 아론의 선동>, 책의 삽화, 21×25cm, 1564~1568(또는 1643~1646),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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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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