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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탐
민수기 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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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가나안에 이르는 길은 에둘러 가도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미 1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많은 군중의 이동이기에 진도는 더딜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보다도 행진의 완급을 하나님께서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조절하시니 이스라엘이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중에 이스라엘은 바란광야(가데스 바네아)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은 가나안에 이르는 첩경이자 관문입니다. 여기에서 모세는 각 지파에서 한 명씩 12명으로 정탐꾼을 꾸려 가나안 땅을 탐지하게 하였습니다. 모세는 정탐의 목적을 정확하게 일렀습니다. “너희는 네겝 길로 행하여 산지로 올라가서 그 땅이 어떠한지 정탐하라 곧 그 땅 거민이 강한지 약한지 많은지 적은지와 그들이 사는 땅이 좋은지 나쁜지와 사는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와 토지가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를 탐지하라 담대하라 또 그 땅의 실과를 가져오라”(13:17~20). 도로 사정과 지형의 특징, 그리고 가나안에 주둔하는 군사력과 땅의 비옥한 정도와 도시의 형태를 알아 오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가나안의 생산성을 확인할 실과를 가져오도록 명령하였습니다. 모세의 명령은 전형적인 침략군의 사전 탐지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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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아합니다. 모세를 호렙산에서 부르실 때 하나님께서는 부름의 목적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애굽의 고난 중에서 인도하여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땅으로 올라가게 하리라”(출 3:17). 출애굽의 목적은 가나안 진입이라는 의미입니다. 출애굽은 히브리인들이 싸우거나 투쟁하여 얻은 성과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가나안 땅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의아합니다. 그냥 행진하여 밀고 들어가면 될 일인데 굳이 정탐꾼을 12명이나 보내서 40일을 탐지하게 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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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출애굽을 인간 구원과 연관 지어 생각합니다. 구원은 율법이나 행위에 의하지 않습니다. 이를 은총이라고 말하며 선물이라고 표현합니다. 구원에는 인과율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구원에 이를 영적선을 행할 능력을 상실한 인간으로서 구원은 하나님에 의하여 ‘되어질 뿐’이지 스스로 ‘할’ 수는 없습니다. 개혁 신학에서는 이를 ‘전적 타락’, ‘무조건적 선택’, ‘제한 속죄’, ‘불가항력적 은혜’라고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성도의 견인’ 항목이 있습니다. 구원은 선물이지만 구원의 객체인 인간은 인형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방해하는 온갖 요소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견뎌야 합니다. 물론 그조차도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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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 과정은 하나님 나라 실현과도 연관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은총으로 주어지지만 그 나라는 미래의 어느 날 완성되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날을 지금 여기서 앞당겨 사는 신앙입니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 신학입니다. 이미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정탐꾼을 보내는 의도가 주는 교훈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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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영적 생명을 자각하며 영혼과 내세뿐 아니라 육체와 현재에도 구원 은총을 적용하며 살겠습니다. 구원의 은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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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347 허락하신 새 땅에 https://www.youtube.com/watch?v=ewxSbX1ot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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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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