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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15:22~41
안식일에 나무하던 사람이 발각되었습니다. 율법을 엄격히 지켜야하는 이스라엘 공동체로서도 난감하였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은 ‘진영 밖’으로 끌어내고 돌로 쳐 죽였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상기할 사실은 ‘진영 밖’입니다. 안식일을 어기는 행위는 하나님 백성 공동체에서 배제된다는 아주 강력한 의미로 읽습니다.
십계명은 하나님의 백성이 지킬 윤리 규범입니다. 그 중요성을 따지자면 아마도 가장 처음에 언급된 제1계명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출 20:3, 신 5:7)가 가장 우선되는 계명일 것입니다. 첫 계명이 이스라엘 공동체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늘에도 적용할 계명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존재입니다. 첫 계명을 포함하여 처음 네 계명은 새로운 질서의 세상을 꿈꾸는 출애굽 공동체인 이스라엘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가져야 할 믿음의 태도입니다. 다음 여섯 계명은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서 유지되어야 할 윤리적 규범입니다. 이것을 주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눅 10:27)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셨습니다. 믿음과 윤리는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입니다.
그런데 십계명의 중요도를 언급된 문장의 길이로 따진다면 십계명 가운데에 제4계명인 안식일 계명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계명들은 그 언급이 매우 단순하고 일방적이며 단문인데 ‘안식일 준수’ 계명은 가장 깁고 복잡한 설명과 설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식일 준수 계명이야말로 하나님과 관련된 다른 계명들을 품는 계명입니다. 즉 제4계명 안에는 1~3계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다른 계명에는 전혀 언급되어있지 않은 “안식일에 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이라”(출 31:15)는 벌칙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게다가 안식일 준수를 명하는 제4계명은 신학적으로 점진적 발전을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처음 십계명이 언급된 출애굽기 20장에서 안식일 준수 계명을 준수할 이유로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출 20:11)고 언급합니다. 이는 하나님을 창조주로 여기는 이라면 반드시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부인하는 자라면 안식일 준수 의무가 없습니다. 그런 자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닙니다. 그런데 출애굽 2세대를 향한 모세의 설교인 신명기 5장에서는 안식일 준수의 이유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하여 안식일을 지키라”(신 5:15)고 설명합니다. 제1세대에게는 ‘창조주 하나님’을 강조한 반면 출애굽 제2세대에게는 ‘구원의 하나님’을 강조합니다. 이와 같은 신학의 발전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합니다. 하나님 백성이란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과 구원의 주 되심을 믿는 무리입니다.
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안식일의 엄한 준수는 주님에게서 무효화되었습니다. 부활의 능력이 창조와 구속을 완성합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 믿음 지키겠습니다.
찬송 : 285 주의 말씀 받은 그날 https://www.youtube.com/watch?v=9lkQI6oOlis
2023. 4. 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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