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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땅에 피는 꽃
민수기 1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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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성공과 성취보다 실패와 좌절을 통하여 인생의 도리를 더 많이 배웁니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는 모양입니다. 출애굽 공동체인 이스라엘도 그랬습니다. 출애굽은 오랫동안 계획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여 실행한 민족운동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종살이하는 히브리인 앞에 모세를 보내 그들의 억압과 절망과 한숨을 들었다며 파라오와 대결하게 하셨고 결국 출애굽을 성공으로 이끄셨습니다. 그렇다 보니 출애굽 공동체의 광야 행진은 지도 없이 낯선 길을 걷는 격이었습니다.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때마다 모세는 하나님께 엎드려 지혜를 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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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하여 직접 개입하십니다. 각 지파를 대표하는 지팡이 열둘을 성막 증거궤 앞에 세워놓게 하였습니다. 이튿날 모세는 레위 지파를 대표하는 아론의 지팡이에 놀라운 변화가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레위 집을 위하여 낸 아론의 지팡이에 움이 돋고 순이 나고 꽃이 피어서 살구 열매가 열렸더라”(17:8). 이로써 반복되는 출애굽 공동체의 리더십 시비는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론의 지팡이는 증거궤 앞으로 도로 가져다가 거기 간직하여 반역한 자에 대한 표징이 되게 하여 그들로 내게 대한 원망을 그치고 죽지 않게 할지니라”(17:10)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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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궤 안에는 십계명을 새긴 두 돌판과 만나를 담은 항아리, 그리고 아론의 싹난 지팡이가 담겼습니다. 이 물건들은 그 자체가 거룩하거나 신비한 능력이 배어있지는 않습니다. 이 물건들은 한결같이 출애굽 공동체의 불순종과 절망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십계명을 새긴 두 돌판은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서 지체하자 기다리다 지친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것을 출애굽의 신이라고 찬양하는 모습을 본 모세가 던져 깨트려 다시 만든 것입니다. 만나를 담은 항아리 역시 이스라엘의 불순종이 담겨있습니다. 은총의 식물을 아무 노력 없이 매일 취하면서도 그들은 고기와 양념과 채소가 그립다고 불평하였습니다. 아론의 싹난 지팡이도 일맥상통합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교란케 하는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개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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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작품 중에 <꽃이 활짝 핀 아몬드나무>(1890)가 있습니다. 동생 테오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인 빈센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아몬드나무는 이른 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려 지중해 연안에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서 생명과 희망과 부활을 상징합니다. 아론의 싹난 지팡이도 아몬드나무입니다. 아몬드는 불행과 절망을 이겨내는 희망의 꽃입니다. 희망과 용기는 절망과 실패의 토양에 피는 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 절망감은 희망을 부르는 초혼가일지도 모릅니다. 실패를 기억하고 늘 반추할 수 있다면 절망을 극복한 출애굽 공동체처럼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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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희망 없는 이 시대의 절망을 물리쳐주십시오. 그릇된 지도자를 책망해주시고 공의와 평화의 꿈을 실현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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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212 겸손히 주를 섬길 때ehttps://www.youtube.com/watch?v=oLfHrRJQ1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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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번 고흐 <활짝 꽃핀 아몬드나무> 부분, 1890, 캔버스에 유채, 73.5×92cm,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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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3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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