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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사랑뿐
사랑은 달콤하고 재미있다. 사랑은 힘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도리어 큰 고통과 긴 인내가 필요로 할 때가 더 많다. 영화 <오직 사랑뿐>(2016, 엠마 아산테 감독)은 1947년, 영국에 유학 중인 베추아날란드 왕자 세레체와 평범한 영국 여성 루스의 사랑 이야기이다. 베추아날란드는 남아프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로 영국의 보호령에 속해 있었다. 세레체는 삼촌을 섭정으로 세우고 유학 중이다. 돌아가면 왕의 자리에 앉을 사람이다.
영화는 아프리카 왕과 영국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사랑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당시 영국에서 백인과 흑인의 결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여 아프리카로 돌아왔다. 인종차별정책이 법이던 시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베추아날란드는 자기 나라의 권력 유지를 위하여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종차별과 열강의 탐욕이 이들의 행복을 방해하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가 확립되던 시기였고, 영국은 냉전을 빌미로 영연방을 공고히 하며 탐욕을 노골화하던 시절이었다. 베추아날란드는 낯선 백인 여성을 국모로 받을 준비가 안 되었다. 영국은 세레체를 고향에서 추방하여 이들 부부를 갈라놓았다. 세레체는 과연 조국과 사랑을 모두 지킬 수 있을까?
결국 세레체는 왕위를 포기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와 사랑을 택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였다. 세레체는 고향에 돌아와 민주당을 설립하고 백성의 지지를 얻어 베추아날란드 초대 수상이 되었고,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고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이 나라가 바로 보츠와나이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나라다.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사랑은 힘이다. 이를 믿는 시민을 가져야 건강한 나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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