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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주님이 주신 목소리 나눠야죠”… 성경 구어체로 쉽게 풀이
“사람들이 성경을 잘 읽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어려워서입니다. 한글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성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5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전 MBC 아나운서국장 최창섭(77) 장로의 말에는 결연함이 묻어 있었다. 성경을 읽지 않아 믿음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심지어 교회 내홍이나 이단에 빠지는 것에 대한 자성이었다.
최 장로는 성경을 쉬운 말(입말, spoken language)로 정리했고 최근 ‘그림이 그려지는 복된 말씀’(구어체 성경)을 펴냈다. 그의 성경 편찬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2004년 정년퇴직하고 5년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방송을 마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청년기 관심사는 빈곤 탈출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 문을 두드렸으나 다 막으시더니, 하나님께서 적성에 맞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주셨다. 취업 과제도 해결하고 가정을 꾸리게 해주셨으니 말 그대로 하나님 은혜가 망극지은(罔極之恩)이다.’
말로만 감사하는 것보다 뭔가 가시적인 것으로 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런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내가 준 목소리로 내 말을 녹음해. 무상으로 받은 목소리니,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어라.”
성경 녹음을 시작했다. 그런데 민수기 5장 12~15절에서 녹음을 중단했다. 틀리지 않게 낭독하려 글자에 집중해 녹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녹음한 것을 재생해 듣는 사람은 당연히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낭랑한 목소리만 들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현대어로 번역된 성경 중 하나를 택해 다시 녹음했다. 그런데 이 성경도 문장의 호응이나 적절치 못한 단어 선택, 구어체 같지 않은 구어체 등 ‘하나님이 과연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
이번엔 한 절 한 절 여러 성경 버전을 비교했다. 말 그대로 어려운 글(글말)이 아니라, 쉬운 구어체(입말)로 고쳐 가며 녹음을 끝냈다. 그리고 CD 4장에 담아 1200세트를 무상 배포했다.
녹음이 끝나는 날 녹음실 관계자는 이런 권유를 했다. “구어체로 녹음했지만 일정에 쫓기면서 하셨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실 텐데요. 은퇴하셨으니 이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정말 명실상부하게 말다운 말로 한번 고쳐보시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손사래를 치며 못한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그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얼마나 성경이 어려우면 ‘쉬운 성경’이 다 나왔을까. 그래 성경은 하나님의 글이 아니라 말씀인데, 39년 직업의식을 살려 말다운 말로 제대로 정리해 봐야지. 그게 여생에 할 일이야.’
그렇게 해서 실행에 옮겼다. 2011년 5월 중순부터 작업을 시작해 2022년 3월 편찬을 마쳤다. 여기엔 우리말 성경 10권(후반에 두 권 추가), 영어 성경 5권, 히브리어와 헬라어 사전, 성경 사전과 지도, 우리말 큰 사전, 성경 주석 등을 참조했다. 법률 조항 자구를 심의하듯 한 절 한 절 대비하며 입말로 다듬었다.
최 장로는 “감히 하나님의 뜻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장담하지 않는다”며 “내 의지로는 불가능했다. 다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역으로 확신하고 10년 10개월간 온 힘을 다해 구어체로 정리했을 뿐이다. 독자들이 이 성경을 읽고 바르게 이해해 더 쉽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MBC 아나운서국장, 동국대 신방과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탈북 크리스천 청년연합회를 인도했다. SBS 스포츠와 CTS기독교TV 극동방송 C채널 GOODTV CBS CGN 등에서 출연 및 진행자로 활동했다. CGN에서는 ‘100초 교회용어 바로잡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영어 성경인 YLT NIV NLT KJV GNB 등을 비교해 영어 구어체 성경을 편찬 중이다. 아내 강은애 권사와는 늘 함께 기도한다. 홀숫날에는 최 장로가, 짝숫날에는 강 권사가 나라와 한국교회, 세계 선교 등을 위해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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