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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신앙
민수기 2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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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삶이 얼마나 남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원하는 가나안 땅의 진입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기운을 잃거나 풀이 죽어 시무룩해질 수 있는 시점입니다. 그 역시 여느 백성처럼 광야에서 죽을 것입니다. 지도자라고 해서 그의 죽음이 특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 남은 백성과 후손들을 위하여 무엇인가 큰일을 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에게 일상의 신앙에 대하여 백성을 가르치게 하십니다. 위대함은 특별한 데 있지 않고 소소한 일상에 있습니다. 성공한 인생이란 특정한 시간에 어느 정점에 올라가는 행위에 있지 않고 하루하루 연속된 성실함에 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의 40년 광야 생활은 마무리됩니다. 이제는 방랑이 아니라 정착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이제는 노마드의 삶이 아니라 정착 농부의 삶입니다. 엄청난 삶의 변화입니다. 이제는 훈련이 아니라 생활입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광야에서 절실하였던 일이 농경지에서는 쓸모없어질 수도 있고, 광야에서는 의미 없어 보였던 것들이 새 터전에서는 매우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익숙한 습관은 새 삶에서는 어울리지 않아 개선과 개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일상의 신앙 행위에 대하여 백성에게 가르치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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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일러주신 가르침은 매일의 신앙(28:1~8)과 안식일의 신앙(28:9~10)과 매월 초하루의 의식(28:11~15)에 관해서입니다. 40년 떠돌이의 삶에서 정착민이 되는 시점에서 하루하루의 신앙과 안식일 준수, 그리고 매월 첫날의 의식은 광야 훈련의 연속성일 뿐 아니라 장구한 이스라엘 역사의 영속성을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새 터전에 들어온 백성을 안정되게 이끄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영원이란 일상 가운데 존재하는 하나님의 시간입니다. 시간의 종말이 있고 난 후 영원이 시작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 영원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없는 내일이 없고, 일상이 없는 특별이란 없습니다.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살지 못한 이가 내일에 이루어질 천국의 영화를 기대하는 일은 오뉴월의 개꿈입니다.
배를 탔을 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심하면 토하는 증상을 뱃멀미라고 합니다. 육지에 익숙한 삶을 산 자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 증상인 땅 멀미도 있습니다. 배를 오래 탄 사람이 배에서 내린 후 땅이 흔들리는 것 같고 두통이 지속되는 증상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땅 멀미를 대비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그 증상을 완화하여 성숙에 이르게 하는 것이 반복되는 일상의 신앙입니다. 일상의 신앙이야말로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끄는 촉매입니다. 일상을 무시하는 자에게 천국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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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없는 내일이 없듯 일상 없는 영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영원에 잇대어 사는 지혜와 믿음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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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217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Xtt3ZfPp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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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14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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