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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안
민수기 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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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안족은 아브라함이 사라가 죽은 후 후처로 얻은 구두라를 통해 낳은 아들 미디안의 자손입니다. 아브라함은 미디안을 요단 동쪽으로 보내므로 그 지방 원주민과 하나가 되어 미디안족을 형성하였습니다. 모세는 이집트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미디안 땅으로 망명하여 40년 동안 양을 치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미디안의 제사장이었습니다. 출애굽 때에 모세는 이드로에게 약속의 땅에 함께 가자고 권하였지만, 이드로는 자신의 가족과 부족에 대한 의무를 설명하여 부드럽게 거절하였습니다(민 10: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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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자손의 원수를 미디안에게 갚으라”(31:2).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준 마지막 명령입니다. 모세는 이 말씀을 받아 백성에게 전합니다. “당신들 가운데서 전쟁에 나갈 사람들을 무장시키시오. 미디안을 쳐서, 미디안에 대한 주님의 원수를 갚아야 하오”(31:3 새번역). 모세는 ‘이스라엘의 원수 미디안’을 ‘하나님의 원수’로 인식합니다. 출애굽 과정에서 미디안은 이스라엘과 나쁜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는 출애굽 사건을 하나님의 큰 은혜에 의한 구원으로 인식하여 기뻐하였습니다(출 18:9). 모세는 이드로를 통하여 통치 방법을 배워습니다(출 18:17~23). 이드로는 사려 깊고 현명하며 성실한 존재였고, 사위의 지위를 이용하여 이스라엘 위에 군림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드로와 미디안족을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더라도 이스라엘의 원수로 불리는 모습이 의아합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원수가 ‘하나님의 원수’로 지칭되는 장면이 다소 낯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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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은 바알브올 사건(민 25장) 때문입니다. 이는 선지자 발람의 꾀에 빠져 이스라엘이 집단으로 음란에 빠진 일입니다. 미디안의 모압 왕 발락은 바알 종교 의식에 이스라엘 자손을 초대하였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자손이 경험한 바알 축제는 한 마디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바알 종교의 절정은 광란의 신전 성행위였습니다. 모세는 이를 수습하기 위하여 바알브올에 가담한 지도자를 죽였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 전염병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미디안 부족장의 딸 고스비가 시므온 지파 지도자의 아들 시므리를 유혹하였습니다. 이를 본 제사장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창으로 그들을 죽였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전염병이 그쳤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24,000명이 죽은 뒤였습니다. 바알브올 사건을 획책한 자에 대하여 민수기 25장은 침묵하지만, 발람의 꾀가 분명합니다(31:16, 계 2:14). 그것은 저주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스라엘을 몰락하게 하였고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의 사이를 이간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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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안에는 이드로 처럼 덕망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스비 같은 사악한 이도 있습니다. 모세의 마지막 사명은 사악한 이의 간교함을 심판하는 일이었습니다. 내 안에도 미디안의 두 얼굴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원수가 되는 일은 두렵고 떨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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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백성을 괴롭히는 일은 곧 하나님을 대적하는 행위입니다. 하나님의 의로운 일꾼을 폄훼하고 비난하는 일 역시 그렇습니다. 사려 깊게 생각하고 말을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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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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