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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죄의 보편성
로마서 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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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합치는 일보다 나누는 일을 좋아합니다. 남자와 여자, 백인과 유색인, 어른과 아이, 배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 많이 가진 자와 가진 게 없는 자 사이에 차별이 존재합니다. 같은 아파트에도 분양단지와 임대단지 사이에 차별이 있고, 평수에 따라 친분이 갈립니다. 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도 같은 점을 찾지만 되지 못한 사람은 동류에게서 다른 점을 찾아냅니다. 자신보다 못한 자가 자기가 누리는 권리를 누리거나 자신보다 더 나은 권리 향유하는 것을 못 견뎌 합니다. 인간의 죄성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람의 능력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평등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부자는 좋은 식당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난한 사람은 불량식품을 먹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자본주의가 갖는 보편적 사고인데 이것이 바로 죄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햄버거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되는데 50전짜리 팔면서 위생 퀄리티를 5불짜리로 맞춰두면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해괴하고 망측한 사고구조를 가진 이가 지도자 노릇하는 세상입니다. 그가 외치는 ‘자유’란 ‘가난한 자가 부정식품을 먹을 자유’를 말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어쩌다 세상이 이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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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많이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죄입니다. 청년 시절에 청년들과 지체장애인 복지기관을 가끔 찾아가 봉사하였는데 함께 갔던 청년들이 ‘이젠 다시 오지 않고, 장애인을 도울 필요가 없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집도 자기 집보다 크고, 가전제품들도 훌륭하고, 식사도 근사한데 뭐하러 이들을 위하여 봉사해야 하느냐는 푸념이었습니다. 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게 바로 죄입니다. 우리는 왜 장애인들이 자신보다 못한 환경에서 고단하고 힘들게 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죄성이란 교묘하고 집요합니다. 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권리의 평등이 절실합니다. 능력이 불평등한데 거기에다 권리마저 불평등하다면 짐승의 무리이지 그게 사람의 공동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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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유대인의 특권을 말합니다. 하지만 유대인도 죄인이라고 단언합니다. 유대인들이 개 취급하는 헬라인도 죄인입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에 있다”(3:9). 모두 희망 없는 존재들입니다.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을 뿐입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은 사람이 죄에 오염되어 있음에 대한 증명입니다. 이 땅에서 유일한 평등은 죽음뿐입니다. 죽음이 죄의 결과이니 죄 역시 평등합니다. 많이 배웠든, 돈이 많든, 얼굴이 예쁘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모두 죄인입니다. 마천루가 근사해 보여도 우주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대인들이 율법을 맡았지만, 율법으로 의로워지지 않습니다.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을 뿐입니다(3:20). 남보다 우월한 능력을 갖거나 은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분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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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의 기초가 흔들리는 세상살이에서도 변함없는 믿음의 길을 따라 오롯이 사는 주님의 백성에게 반석이신 주님의 안전 보장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집요하고 교묘한 죄의 논리에 이 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마저 무지와 무식과 미신에 농락당하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원의 여명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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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251 놀랍다 주님의 큰 은혜 https://www.youtube.com/watch?v=TjCMUDdQd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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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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