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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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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는 교수님으로부터 신간 <목회학> 책에 추천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천부당만부당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끝내 거절할 수 없어 보내온 원고를 찬찬히 읽는 중이다. 원고를 읽으며 많이 반성한다. 기본기 없이 뛰어든 목회라서 성찰이 깊고, 목회 현장에서 떠날 때가 코앞이다 보니 회한도 크다. 그러면서도 한편 감사도 많다. 내게 목회는 기쁨이고 보람이고 행복이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이 목회의 매력이다. 성공하지 않았으니 유명세를 치를 필요가 없어서 더 좋다. 게다가 아직도 곁에 벗들이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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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는 종합예술이다. 건축을 종합예술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름다움과 실용성과 안정성뿐만 아니라 좋은 사회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색과 운율과 조화와 사위가 상호작용을 통하여 응용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실현코자 한다. 그래서 건축은 그 자체로 홀로 설 수 없다. 목회가 하나님 나라의 종합예술이라면 얄팍한 기술을 버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미학과 삶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와 좋으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서야 한다. 개성이 예술의 생명이듯 남과 같은 목회를 할 필요는 없다. 목회자에게는 종합예술가의 안목이 필요하다. 인접 학문에 대한 관심과 아름다움을 실현하려는 실험정신과 임상의 상상력이 절실하면서도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보편성에 대한 관용과 독자성에 대한 신념, 이런 전제가 없는 독선과 고집은 종합예술인 목회를 한갓 기술로 치부하여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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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피곤하고 단조로울 때 훌쩍 떠나는 여행은 아름다움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목마름이 없는 사람은 아름다움에 둔하거나 아니면 자기만의 내면의 아름다움에 충밀하다. 목회란 세속사회에서 하나님 나라의 미학에 대한 끌림의 여정이다. 고흐의 <양치기>에서 으스름 저녁 무렵에 쉴터를 향한 양치기의 지팡이가 내 마음처럼 바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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