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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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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로마서 8: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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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순서표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을 무시하면 사달이 납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유명한 이북식 김치말이 국수집이 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익숙한 맛이 그리워 아내와 몇 번 음식점을 찾았으나 번번이 시간을 맞추지 못하여 허탕을 쳤습니다. 대개는 외부에서 소문을 듣고 온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서 준비한 음식이 금방 동나곤 했습니다. 며칠 전 아내의 생일날 겨우 끄트머리 자리에 앉았는데 김치말이 국수는 없고 콩국수는 있다고 하여 그 역시 좋아하는 음식이라 시키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나보다 늦게 온 손님이 먼저 식사를 하고 일어났습니다. 좀 어이없기도 하여 주인장에게 이야기하였더니 그제야 음식이 나왔습니다. 기분은 상했지만, 생일날 음식 한 그릇 먹으러 왔다가 마음 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그냥 한 그릇을 잘 비우고 나왔습니다. 허기는 채웠지만 기분이 흡족하지는 않았고 두 번 다시 그 집을 찾을 생각이 들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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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이미 정하신 사람들을 부르시고, 또한 부르신 사람들을 의롭게 하시고, 의롭게 하신 사람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습니다”(8:30 새번역). 구원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신학교 <구원론> 과목에서 배운 구원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명-거듭남-회심-믿음-칭의-입양-성화-성도의 견인-영화’입니다. 이 순서는 명확하게 성경이 언급하는 바는 아니지만 성경에 나타난 구원의 순서로 칼뱅주의 신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이 순서에서 소명과 거듭남처럼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과정이 있는가 하면, 회개와 신앙처럼 우리가 결단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칭의와 입양은 하나님의 선언적 부분이고, 성화와 견인의 과정처럼 성령의 인도를 구하는 과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도가 죽을 때 죄에서 완전히 벗어나 거룩하고 영화로운 상태가 되는 구원의 완성에 이릅니다. 중요한 것은 구원을 시작하신 하나님께서 완성까지 책임지고 이끄신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성령님께서 성도의 어제와 이제와 올제의 모든 시제 가운데 역사하여 구원을 완성 시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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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에는 시간의 순서와 논리의 순서가 있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일치하기도 하지만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건반 악기의 순서는 C (Db) D (Eb) E F (F#) G A (Ab) B (Bb)입니다. 하지만 작곡과 연주에서 구조적 순서는 무시됩니다. 9단계 구원의 순서를 기계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사람의 경험과 인식의 차이를 인정한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구원이 정확하게 이 순서대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우리에게 이루어진 구원 역사에 하나님의 이런 놀라운 은총과 자상한 섭리가 스며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크고 놀랍습니다. ‘자장면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처럼 사소한 일에도 원리와 원칙과 질서가 있다는 뜻입니다. 죄와 허물로 죽은 인간의 구원에 담긴 하나님의 의지를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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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의 기초가 흔들리는 세상살이에서도 변함없는 믿음의 길을 따라 오롯이 사는 주님의 백성에게 반석이신 주님의 안전 보장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원칙과 순서를 무시하는 일이 일상화되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구원과 섭리의 질서를 앙망합니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 세상의 무질서가 정돈되고 평화하기를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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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413 내 평생에 가는 길 https://www.youtube.com/watch?v=DnhxCK3bZ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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