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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민족주의
로마서 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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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혈통과 언어와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같은 지역에 살면서 강한 연대감과 동질감의 인간 공동체를 ‘민족’이라고 합니다. 민족에 기반을 둔 국가 형성을 지상 목표로 하고, 국가 설립과 유지와 확장하려는 정신과 정치 이데올로기를 민족주의라고 합니다. 민족이 있어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등장했다고도 하고, 민족주의 이념이 등장하여 민족을 형성했다고도 하는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와 유사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 윌슨은 개별 민족이 독자적인 국가를 형성하고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하였는데 이는 일제로부터 수탈당하던 우리나라의 삼일운동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무조건 좋다고 찬양만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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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스에 의한 민족주의는 다른 민족을 열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청년 히틀러(1889~1945)는 1913년 독일 뮌헨으로 갔습니다. 징집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그가 이듬해에 독일 바이에른 보병연대에 자원입대하여 1920년까지 복무하였습니다. 그는 슬라브족과 유대인이 함께 하는 오스트리아 군에서의 복무를 거부하고 순수 독일인으로 구성된 독일제국에서 군복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에게 진정한 조국은 순수한 게르만 혈통의 독일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철십자 훈장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훗날 히틀러의 나치즘은 민족주의에 인종주의가 더해졌습니다. 1933년 독일 최고지도자가 된 히틀러는 독일 민족의 우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하여 법을 만들고 유대인과의 결혼을 금하고 신랑과 신부는 혈통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하게 하였습니다. 군수산업과 중공업을 육성하고 아우토반 같은 인프라를 건설해 독일을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의 위치에 올렸습니다. 열광하는 국민을 등에 업고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를 병합하고 폴란드를 침공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습니다. 영국을 제외한 거의 유럽 전부를 장악한 히틀러는 점령지에서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자행하고 각종 범죄를 방치, 조장하였습니다. 문제는 히틀러의 집권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루터의 나라 독일이 히틀러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히틀러의 선동 정치에 농락당하면서도 히틀러식 민족주의라는 괴물이 등장할 줄은 당시로서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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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신으로 내 동족인 내 겨레를 위하는 일이면, 내가 저주를 받아서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내 동족은 이스라엘 백성입니다”(9:3~4a 새번역). 바울의 민족애에서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하나님 나라는 애국자가 들어가는 나라는 아니지만 민족애를 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바울은 유대의 율법에 정통하면서도 당시의 세계어인 헬라어와 헬라철학에 능통하였고 로마 시민권자이기도 하였습니다. 대세를 좇아 민족을 외면할 수도 있을텐데 그는 동족 사랑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모세도 자기 이름을 주의 책에서 지울지라도 백성의 죄를 용서해달라(출 32:32)고 기도하였습니다. 이념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일부 그리스도인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민족애가 지고의 가치는 아니지만 이념과 분단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일부 그리스도인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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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의 기초가 흔들리는 세상살이에서도 변함없는 믿음의 길을 따라 오롯이 사는 주님의 백성에게 반석이신 주님의 안전 보장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저희는 민족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화해와 일치를 향한 진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념에 갇혀 복음의 능력과 생명력을 외면하는 이 시대 교회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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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75 주여 우리 무리를 https://www.youtube.com/watch?v=b21I_oe74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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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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