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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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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이냐? 복음이냐?
로마서 14: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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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구원받은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땅에서 이루어지는 천국인 셈입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천국을 경험하기보다 지옥을 경험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죄성과 훈련되지 못한 미성숙함이 교회를 훼손하는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바울의 교훈이 사뭇 진지하고 엄숙해 보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서로 남을 심판하지 마십시다. 형제자매 앞에 장애물이나 걸림돌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하십시오”(14:13 새번역).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일과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14:17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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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자기 주관이 있습니다. 그 주관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맞는 것은 더 발전시키고 그른 것은 수정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간해서 자기 생각을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특히 동족상잔의 슬픔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념의 문제에 대해서는 털끝만큼의 양보도 없고 타협도 없습니다. 남쪽의 지도자가 북쪽 인민 앞에서 연설하며 박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북쪽의 지도자는 남쪽 땅을 한 발짝도 디뎌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편만합니다. 그 생각이 편협하다고 말해주면 금새 빨간 칠을 하려 덤빕니다. 체제의 우월성은 물론 경제의 우위 등 모든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월등하면서도 끝내 화해에 인색한 모습이 교회 안에도 존재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의 냉전 기류에 편승한 맹목적 반공주의 교육이 괴물을 만든 셈입니다. 세상은 바뀌었는데도 바뀌지 않은 고정관념이 우리를 과거에 머물게 합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불행을 안겨줍니다. 복음에 의하여 생각을 교정하지 못하고 이념에 의하여 복음을 제한하는 현실이 참 딱하고 이념의 앞잡이가 된 교회가 참 씁쓸합니다. 1917년 춘원이 지적한 무식을 대물림하는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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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땅에 살지만 땅의 질서가 아닌 하늘의 법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시간을 살고 있지만 영원에 있댄 삶을 삽니다. 초월의 존재이신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초월의 백성이 되었으니 하나님 자녀로서 격에 맞는 삶을 살 책무가 있습니다. 사납고 음흉하고 옹졸하고 이기적인 성품은 버려야 할 죄의 잔재입니다. 이해와 아량과 넉넉한 사랑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덕목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화평을 도모하는 일과, 서로 덕을 세우는 일에 힘을 씁시다. 하나님이 이룩해 놓으신 것을 음식 때문에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14:19~20a). 바울의 이 표현에서 ‘음식’을 ‘신학’, 또는 ‘이념’으로 바꾸어 읽으면 그리스도인다움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겠습니까? 바울이 힘주어 강조하는 복음은 유대주의를 포함하고 헬라주의를 초월합니다. 믿음을 통하여 놀라운 세계관을 소유하고서 천박하게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말끔하게 양복 차려입은 신사가 아이처럼 장맛비를 맞으며 흙장난하지는 않습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를 정죄하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14:22b 새번역). 사돈 남 말하듯 자기 말로 자신을 올무에 빠지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격에 맞는 사고와 행동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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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의 기초가 흔들리는 세상살이에서도 변함없는 믿음의 길을 따라 오롯이 사는 주님의 백성에게 반석이신 주님의 안전 보장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없는 믿음은 파괴적이어서 폭탄처럼 위험합니다. 사랑에 터한 믿음의 길을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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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421 내가 예수 믿고서 https://www.youtube.com/watch?v=5io8ctVWQ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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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5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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