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흔히 한쪽 말만 듣지 말라고 합니다.
맞아요, 한쪽 말만 듣거나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이 계셨어요.
하루는 부부싸움을 했는데, 그만 부인이 화가 나서 자살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그분이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깊은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제가 그분이 불쌍해서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도왔습니다.
기도도 해드렸고, 따뜻한 말로 위로도 많이 했어요.
아마 당시에 그분이 적잖은 힘이 되었을 겁니다.
본인이 저 때문에 살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그 후로 그분이 죄책감과 우울증이 도질 때마다 매번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어요.
그런데 꼭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술에 취해서 문자를 보냈어요.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당시 저는 매일 새벽 3시에서 4시까지 일을 하고, 4시에 잠을 청한 다음, 8시쯤 일어나 출근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새벽 4시 넘어서 오는 음주 문자에 일일이 답을 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정성스럽게 응대를 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했어요.
도저히 그렇게는 살 수가 없어서였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 그분이 화가 잔뜩 나서 문자를 보냈어요.
저보고 '사랑이 없는 목사'라고 하면서 관계를 끊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후 정말 모든 관계를 끊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제가 사랑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아마 그분의 말을 듣는 사람은, 제가 사랑이 없는 사람인 줄 알겠지요.
저는 지금도 그분께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하지만 매일 새벽 4시까지 일을 하고 겨우 두세 시간 눈을 붙인 다음 또다시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고단한 제 형편에서는 그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일이 참 많았습니다.
제 딴에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람들을 돕는다고 도왔는데, 그러나 정작 상대편은 자기 성에 안 찬다고 저를 비난하고 흉을 보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속이 상해요.
그래서 나도 매정하고 차갑게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가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 같아요.
뒤통수 맞을 줄 알면서도, 계속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제 것을 나눠주겠지요.
다만, 친구들께 부탁하는 것은, 누군가 한쪽 말만 너무 믿지 말라는 것입니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