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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주의와 탈교회
디도서 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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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하나님 백성으로 부름 받은 공동체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교회가 성도를 잉태하고 출산하지는 못하지만 어머니로서 어린 성도의 양육과 성숙을 돕습니다. 예배와 교제와 교육과 봉사와 선교는 교회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기능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예배와 사귐은 교회 존재의 초석입니다. 바른 교회란 성례전과 말씀의 선포, 그리고 성도의 권징이 온전하게 시행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므로 교회를 훼손하거나 교회 사역을 방해하는 행위는 훗날 주님께 크게 야단맞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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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한 교회에 인간의 죄성이 스며든 것은 교회가 힘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교회의 건강한 질서가 교권 쟁탈로 변질하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교회가 중세교회입니다. 그러나 중세만 그런 게 아니라 바울이 지금 쓰고 있는 <디도서>의 배경이 되는 크레타교회에도 존재하였고, 개혁의 기치를 들고 바른 교회를 추구한 전통을 갖고 있는 개신교 안에도 여전히 왜곡된 권력은 존재합니다. 한국교회 분열사에도 교회를 권력화한 불온한 이들이 언제나 있었습니다. 그들은 지역과 신학적 차이를 무기로 교회를 흔들었습니다. 교회 만능을 주장하는 교회주의자들이 신학교를 장악하고 목회자를 세뇌하였습니다. 세상을 섬기는 교회의 길을 망가트리고, 하나님 나라의 모범을 보이는 교회 역할을 방기한 체 권력화 된 교회라는 난공불락의 성채를 쌓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용감하게도 복음이 교회와 제도 안에 갇히기를 걱정하는 이들을 이단시하였습니다. 도둑이 주인을 쫓아내도 유분수지 해도해도 너무 합니다. 못된 지도자의 책임이 크지만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교인들에게도(롬 16:18) 잘못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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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디도에게 교훈합니다.
“복종하지 아니하며 헛된 말을 하며 속이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특히 할례를 받은 사람 가운데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입을 막아야 합니다. 그들은 부정한 이득을 얻으려고, 가르쳐서는 안 되는 것을 가르치면서, 가정들을 온통 뒤엎습니다”(1:11~12 새번역).
잘 믿는다고 생각하는 교회주의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교회주의자들이 존경해마지않는 루터와 칼뱅은 당시의 기존 교회를 격렬하게 부정하는 과격한 탈교회주의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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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크레타의 철학자 에피메니데스(BC 6~7세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크레타 사람 가운데서 예언자라 하는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크레타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거짓말쟁이요, 악한 짐승이요, 먹는 것밖에 모르는 게으름뱅이다’ 하였습니다. 이 증언은 참말입니다”(1:12~13a 새번역).
에피메니데스가 ‘크레타 사람들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하였는데 에피메니데스 역시 크레타 사람이므로 그의 말은 거짓말이 됩니다. 이를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이라고 하는데 바울은 그 말을 ‘참말’이라고 언급하므로 말의 올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철학과 논리학의 무게감에 눌려 그 말의 해법이 쉽지 않습니다. 그저 보통의 경우에 사용하는 ‘모든’, ‘항상’의 표현들은 100%를 의미하지 않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의 논리뿐만 아니라 바울이 크레타 사람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이 사실 더 문제입니다. 오늘의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입니다. 대 사도 바울도 시대에 갇힌 인물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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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가치를 비웃고 교회의 권위가 추락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믿음과 경건을 추구하며 진리의 지식과 영생의 소망을 부여잡고 사는 한 믿음의 지체들에게 주님의 따뜻한 동행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빕니다. 큰 사도인 바울도 논리의 한계와 지역 비하 발언을 사소하게 하였으니 저같은 범인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부디 용서를 바라며 주도면밀히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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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줄리우스 휴브너 <루터가 95개 논조를 발표하다> 1878, 72.5×125cm, 루터하우스, 비텐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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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425장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https://www.youtube.com/watch?v=vrNetYnsZ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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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 2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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